환자마다 인공망막 성능 다른 이유는…“신경신호 일관성 저하”
환자마다 인공망막 성능 다른 이유는…“신경신호 일관성 저하”
  • 연합뉴스
  • 승인 2020.07.16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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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연구진이 노인성 황반 변성 등의 치료에 사용되는 인공망막의 성능이 환자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이는 이유를 규명, 성능 향상을 위한 실마리를 찾았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바이오마이크로시스템연구단 임매순 박사팀은 16일 미국 하버드의대 셸리 프리드 교수팀과 함께 망막 질환의 진행 정도에 따라 인공 시각의 신경신호 패턴에 변화가 생긴다는 사실을 동물실험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망막 색소 변성이나 노인성 황반 변성 등 망막 변성 질환은 빛을 전기화학적 신경신호로 변환해주는 광수용체 세포들이 파괴돼 시력을 잃는 질병으로, 아직 치료 약물이 없고 망막의 이식이나 교체도 불가능하다.

하지만 광수용체 세포 뒷단에서 뇌로 신경신호를 전달하는 신경절 세포는 살아있어 안구 내에 마이크로 전극을 이식해 전기적 자극으로 인공 시각을 형성하는 인공망막 장치로 시력 일부를 회복할 수 있다. 단, 인공망막 장치는 이식 환자마다 큰 성능 차이를 보이는데 원인을 알지 못해 일반적으로 적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연구진은 사람의 망막 색소 변성과 비슷한 양상으로 실명하게 되는 유전자 조작 쥐 실험을 통해 인공망막 사용자 사이에 성능 차이가 발생하는 원인을 찾아냈다.

망막변성으로 파괴된 광수용체 대신 인공망막 장치가 신경절 세포에 전기자극을 전달하면 신경절 세포는 신경신호를 생성해 뇌로 보내는데, 망막 변성이 진행되면서 신경절 세포가 만들어내는 신경신호의 크기와 일관성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공망막 장치가 시각 정보를 전기자극으로 바꿔 다음 단계인 신경절 세포로 보내도 망막변성 진행 정도에 따라 신경절 세포에서 생성되는 신경신호의 질이 달라 인공망막 장치의 성능이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사용자가 알파벳 ‘K’를 응시하는 동안 똑같은 전기자극이 신경절 세포로 가면, 신경절 세포에서는 ‘K’를 의미하는 신경신호가 일관성 있게 형성돼야 하는데 망막 변성으로 일관성이 떨어지면 ‘L’, ‘R’, ‘S’ 등 다른 신경신호가 뇌로 전달돼 무엇을 보고 있는지 해석하기 어렵게 된다고 설명했다.

논문 제1 저자인 윤영준 박사와 이재익 박사는 “변성된 망막에서는 시선을 고정하고 있어도 계속 서로 다른 신경신호가 뇌로 전달돼 전기 자극으로 만들어진 인공 시각 정보 인지를 저하시키는 원인이 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임매순 박사는 “이 연구 결과는 좋은 품질의 인공 시각을 위해서는 망막 변성 진행 정도를 면밀히 검토해 인공망막 장치 이식 대상과 시기를 결정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변성이 많이 진행된 망막에서도 우수한 인공 시각을 형성하기 위해 신경신호 일관성을 높이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전기전자공학회(IEEE) 학술지(IEEE Transactions on Neural Systems and Rehabilitation Engineering) 최신호에 게재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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