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가장 한국적인 ‘동방의 등불’
전주, 가장 한국적인 ‘동방의 등불’
  • 정영신 전북소설가협회회장
  • 승인 2020.07.15 17: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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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찍이 아시아의 황금시기에/빛나던 등불의 하나인 코리아/그 등불 다시 한 번 켜지는 날에/너는 동방의 밝은 등불이 되리라.//마음에 두려움이 없고/머리는 높이 쳐들린 곳/지식은 자유롭고/좁다란 담벽으로 세계가 조각조각 갈라지지 않는 곳/진실의 깊은 속에서 말씀이 솟아나는 곳/끊임없는 노력이 완성을 향해 팔을 벌리는 곳/지성의 맑은 흐름이/굳어진 습관의 모래벌판에 길 잃지 않는 곳/무한히 퍼져나가는 생각과 행동으로 우리들의 마음이 인도되는 곳//그러한 자유의 천국으로/내 마음의 조국 코리아여 깨어나소서.  

  인도의 시성(詩聖) 라빈드라나드 타고르(1861~1941)의 <동방의 등불>이라는 시이다. 1929년 4월 2일자 《동아일보》에 발표되었으며, 일제 식민치하에서 고통 받고 있던 한국 민족에게 큰 격려와 위안을 주었던 매우 의미 있는 시이다. 학창시절에는 모두들 이 시를 마치 어느 종교의 기도문인양 소리 높여 암송하고 다녔던, 추억 속의 시이기도 하다. 생각이 현실이 된다고 한다. 또한 믿는 대로 이루어진다고 한다. 이것은 국가와 민족의 다름과 무관한 인류의 보편적인 메시지이다. 또한 세상의 수많은 사람들이 몸소 체득한 경험을 통해 얻어 낸 귀한 성언(聖言)이다.

  ‘동방의 등불, 코리아’, 종교 시인 타고르의 시 <동방의 등불>은 그대로 예언시이다. 그 예언이 2020년 현실이 되었다. 타고르의 예언대로 이제 한국은 동방의 등불을 넘어 세계의 등불이 되었다. 작년 가을까지만 해도 세계의 모든 사람들은 자신의 일상대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중국의 한 도시에서 발생한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수십만 명을 죽음에 이르게 했고, 지금도 다시 매일 수천 명의 새로운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중국에서 첫 환자가 발생한 이후 벌써 6개월이나 지났는데도 전혀 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점점 더 세계 곳곳으로 번져가고 있다. 뉴스나 SNS를 통해서 우리들은 세계 여러나라의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확산 소식을 마치 SF(science fiction films:공상과학영화) 영화의 한 장면을 보고 있는 듯 공포스럽게 접하고 있다. 지금 전 세계는 눈으로 식별할 수도 없는, 손으로 만질 수도 없는, 이 코로나19 바이러스와 대 전쟁을 하고 있다. 직장인들은 대면 접촉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재택 근무가 늘고 있고, 학생들은 온라인 화상교육으로 학사일정을 대신 채우고 있다.

  우리의 일상생활에도 큰 변화가 일어났다. 대면으로 행하던 각종 모임을 대부분 코로나19의 확산 추세를 보면서 다음으로 미루거나 대부분 취소했다. 친구나 친척, 심지어 직장이나 학교 등으로 떨어져 살던 부모나 형제와의 만남도 자제하며 몇 달째 서로 만나지 못하고 전화로만 그저 안부를 주고받고 있다. 외출 시에는 반드시 마스크가 비오는 날의 우산처럼 필수 소지품이 되어 버렸고, 엘리베이터나 계단이나 식당이나 내 근처에서 작은 기침소리라도 나게 되면 마치 코로나19 확진자라도 만난 양 깜짝 놀라서 서로 멀리 피하게 된다. 타인에 대한 불신이 심해졌다. 처음 몇 달은 너무 갑자기 전 세계적으로 처음 일어난 바이러스와의 전쟁이기 때문에 우선 최대한 피하는 게 유일하고 안전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저 직장과 집을 오가며, 집과 마트 정도를 오가며 최소한의 어쩔 수 없는 만남만을 가지며 인간관계를 유지했었다. 그런데 벌써 이와 같은 폐쇄적인 생활이 6개월을 넘다 보니 실어증이 걸린 것처럼 단어들이 잘 떠오르지 않는 명사장애가 자주 발생하고 대면 대화가 그립고, 시끌시끌해서 조금은 언짢았던 공공장소에서의 만남들이 그립고, 초대 가수의 노랫소리가 공연장을 울리던 각종 화려한 행사들이 그립고, 북적거리는 여행지에서의 장구경이나 사람들의 모습들이 그립고, 먼 친구나 친척, 부모형제, 지인들과의 소박한 만남들이 너무도 소중하고 그립다. 그러나 이 그리움들은 결국 코로나19와의 끝이 보이지 않는 무서운 전쟁 속에서 나의 불찰로 인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한 배려심에서 나오는 지극히 선한 행동들이다. 현재 전북 전주는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늘지 않고 있다. 그만큼 전주 시민들이 타인에게 해를 주지 않기 위해 자발적으로 정부의 방역정책을 잘 따르고 있다는 증거이다. 이처럼 타인과 만물에 대한 배려와 존중하는 마음이 곧 풍류라고 한다.

  전주는 풍류의 고장이다 그리고 풍류의 고장 전주는 곧 한국이다. 그래서 가장 한국적인 풍류의 고장 전주는 타고르의 예언처럼 ‘동방의 등불’인 것이다.

  코로나19의 위기 상황에서도 전주 시민들은 가장 한국적이어서 모범적인 세계 1등 시민의 모습으로 오늘도 유유히 흐르는 전주천처럼 마치 1000년 전부터 해 온 것처럼 시민들 스스로 억제하고 자제하며 방역시책을 잘 행하고 있다. 서로 거리를 두고, 손소독을 하고 마스크를 착용하며 세계적인 바이러스와의 전쟁 상황 속에서도 지혜롭게 ‘동방의 등불’이 되어 아름답고 희망적인 한 줄기 빛이 되고 있다. 이처럼 자랑스러운 우리 전주 시민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전주 시민 모두 두 손을 높이 들고 우리 스스로에게 칭찬의 박수를 보내보자. 전주 시정을 책임지는 모든 관계자분들에게도 더 큰 박수를 보내보자. 그리고 간절하게 그 박수소리 너머로 코로나19가 다 사라지기를 기원해본다.

 정영신 (전북소설가협회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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