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발생한 진료실 폭행, 무엇이 문제인가?
또다시 발생한 진료실 폭행, 무엇이 문제인가?
  • 김형준 휴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 승인 2020.07.15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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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내의 모 병원에서 진료 중인 정신건강의학과 의사가 폭행당하는 사건이 다시 발생했다. 피해 의사는 물리적, 심리적 충격으로 인하여 입원 치료를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2일 지역 의료계 및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등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전북 전주의 한 병원에서 20대 남성이 갑자기 진료실에 난입,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폭행했다. 피의자는 수개월 전부터 피해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아오던 환자로 비현실적인 피해망상과 환청 등의 증상으로 보여 자, 타해의 위험성이 매우 높은 상태였다고 한다.

  사건 당시 외래간호사의 신고로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피의자를 경찰서로 연행했으나 경찰은 특별한 조치 없이 환자를 풀어주었고 6월 30일 다시 해당 병원을 방문하여 치료진을 위협하는 행동을 보여 경찰이 다시 출동한 끝에 피의자를 다른 정신의료기관에 응급입원 조치한 상황이라고 한다.  피의자는 6월 30일 병원을 재차 방문할 당시 코로나19로 감염 여부가 확인되지 않아 입원하지 못하고 자택 대기 중에 이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태에 대해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의료인 폭행·진료실 난입과 같은 중대 상황이 발생했음에도 진료실 안전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 심각하게 우려할 수밖에 없다”라면서 지난해 환자에 의해 진료실에서 사망한 강북삼성병원 “고 임세원 교수 사망 사고 이후 안전한 진료환경을 위해 의료법 개정안이 통과되고, 안전에 대한 보건복지부의 우선 조치방안이 발표됐음에도 이러한 사건이 재발했다”라고 지적하며 근본적인 해결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특히, 의료진 폭행 사건이 벌어졌을 때 경찰과 지자체를 비롯한 담당 당국의 모호한 대처가 더 큰 불상사를 초래할 뻔한 점을 주목하며 향후 공권력과 행정당국의 엄정한 대처가 필요함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의료진에 대한 폭력을 예방하는 것은 의료진은 물론 환자의 안전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라고 강조한 신경정신의학회는 “진료실 폭력으로 인해 진료를 받지 못하거나 의료시스템이 갑자기 마비되어 2, 3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라며 다시 한번 담당 당국의 엄정한 대처를 당부했다. 이런 사건으로 인해 정신건강의학과 환자에 대한 편견이 악화하거나 치료와 지원이 중단된 환자들과 제때 치료받지 못한 환자로 인해 사회가 다시 위험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는 현실도 개탄하고 있다.

 사실 이번 사태를 바라보면 환자에 의해 폭행이 발생한 점이 일차적인 문제이지만 더욱 심각한 점은 경찰에 의해 연행된 환자가 재차 병원을 방문하도록 다시 방치된 점이라고 생각된다. 분명히 자·타해의 위험성이 높은 정신질환자를 발견한 경우 경찰이나 지자체는 응급입원 등을 통해 환자 자신과 주위 타인을 보호해야 함에도 너무도 관대한 대응이 더 큰 사고를 가져올 뻔했다는 점이 문제인 것이다. 이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응급입원에 대해 정부가 정확한 지침을 만드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게 현장의 지적이다.

  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대변인은 “폭행으로 신고됐을 경우 정신과 병력이 있으면 응급입원이 필요한데 훈방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라며 “실제 다음날 병원을 재방문하는 문제가 있었고 이런 문제가 반복되지 않으려면 경찰이 적극적으로 전문가의 의견을 물어봐 소견을 받고 응급입원을 시켜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대부분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은 “지금도 응급입원 기준이라는 통일된 지침이 없고 여러 지역에서 경찰서마다도 대처의 적극도가 다르다”라며 “의료진 폭행도 문제지만 일반 시민에게 그랬을 수도 있고 재발 방지가 중요하기 때문에 응급입원에 대해서는 경찰도 일관된 지침을 가지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다”라고 강조하고 있다.

 한편, 또 다른 문제는 코로나 19사태 이후 응급 정신질환자가 발생한 경우 응급입원을 담당하는 대부분 정신과전문병원은 혹시 모를 응급환자의 코로나 감염 여부를 확인할 방법이 없으므로 입원을 기피하거나 적어도 코로나19 확진 검사를 받고 음성 여부를 확인하고 입원시켜야 하는 실정이나 환자의 비협조와 그 기간에 보호할 장소의 부재, 그리고 해당 당국의 이해 부족 등으로 입원을 못 시키고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이번 문제가 된 피의자도 첫 번째 폭행 이후 응급입원을 못 시킨 이유가 코로나19 검사를 시행하지 못하는 등의 문제로 다시 방치되면서 병원에 재방문하여 위협하는 일이 벌어진 것이라고 한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자·타해의 위험성이 있는 응급 정신질환자가 발생할 때 좀 더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불합리한 현행 정신건강복지법의 개정과 적극적인 대응을 할 수 있는 일선 현장의 경찰/지자체 등에 통일된 지침이 마련되어야 하며, 코로나 19사태에 맞추어 실제로 환자를 어떻게 코로나19 검사를 하고, 그 기간 보호하고 입원시킬지를 정한 현실감 있는 지침도 준비되어야 할 것이다.

 김형준<휴정신건강의학과의원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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