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의 옛 절터에서 만나는 미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5년, ‘백제역사유적지구’ 주목
“백제의 옛 절터에서 만나는 미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5년, ‘백제역사유적지구’ 주목
  • 김미진 기자
  • 승인 2020.07.14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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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익산박물관
국립익산박물관

 코로나19 여파로 사람들과의 접촉을 피해 안전한 환경에서 관광을 즐기는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는 분위기 속에 ‘백제역사유적지구’가 주목되고 있다. 백제역사유적지구는 지난 2015년 7월 8일 독일 본에서 열린 ‘제39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가치를 인정받아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한국에서는 12번째 세계유산이다. 매해 7월 8일부터 일주일 동안을 ‘백제문화유산주간’으로 기념해 왔으나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9월초로 연기된 상태다. 이 기간에 맞춰 한국언론진흥재단과 (재)백제세계유산센터가 주관한 ‘백제역사유적지구 팸투어’가 열렸다. 웅진시기(475∼538)와 사비시기(538∼660)의 흔적을 따라가 보니, 동아시아의 문화교류사라는 큰 흐름 속에서 백제가 중심에 있었음을 재확인할 수 있었다. <편집자주>  

 익산, 공주, 부여로 통하는 백제역사유적지구에는 총 8개의 유산이 있다. 웅진시기 유적인 공주 공산성과 송산리고분군, 사비시기 유적인 부여 관북리 유석과 부소산성, 정림사지, 능산리고분군, 나성, 사비시기 백제의 또 다른 중심지였던 익산 왕궁리유적과 미륵사지다.

 백제와 관련된 많은 유산 중에서 이들 8곳만 엄선돼 유네스코 세계유산이 된데는 전 세계 누구나 인정하는 특별한 보편적 가치 때문이다.

 이는 특정 기간과 문화권 내 인류 가치의 중요한 교류의 증거와 문화적 전통 또는 문명에 관한 독보적이거나 특출한 증거를 말한다.

 실제 백제역사유적지구 안에는 5세기 중반에서 7세기 말 백제가 활발한 교류를 통해 중국, 백제, 일본을 이어주는 동아시아 교류의 중심이었음을 보여주는 흔적들이 차고도 넘친다.

 이 시기는 중국의 선진기술을 과감하게 받아들여 백제인의 감성을 투영해 찬란한 문화유산을 꽃피웠는데, 예술, 건축, 기술 등에서 어느 하나 빼놓을 수 없이 백제가 동북아시아 문화 발전에 크게 이바지했음을 알 수 있다.

공산성 공산정에서 바라본 금강과 공주 시가지
공산성 공산정에서 바라본 금강과 공주 시가지

 백제역사유적지구 여행의 출발은 비단결 금강이 감싸흐르는 공주 공산성에서 시작했다. 웅진백제시기를 대표하는 왕성으로 고풍스러운 성곽을 따라 걷다보면 금강을 낀 공주시를 한눈에 볼 수 있으며, 성 중심부에는 추정왕궁지도 있어 1500년 전 고대왕국 대백제의 찬란했던 시간을 마주할 수 있는 곳이다.

 조재동 문화관광해설사는 “전북 장수에서 시작한 금강이 대전을 지나 공주와 부여로 향하고 다시 전북 익산과 강경을 거쳐, 서천, 장항으로 빠져나간다”면서 “공산성은 북쪽에 금강과 접해 군사적 방어지점으로 최적의 입지조건이었을 뿐 아니라 큰 배가 드나들어 교류 왕국 백제임을 입증하지 않았을까 추정한다”고 설명했다.

 그의 말마따나 금강은 바다와 만나 백제가 중국와 일본 등 동아시아 각국과의 교류가 가능할 수 있게한 젖줄이 되었음이 분명하다. 무령왕릉이 대표적으로 알려진 송산리고분군에 남아있는 벽돌무덤은 당시 중국에서 유행하던 양식으로 웅진시기 활발한 교류를 통해 적극적으로 중국문화를 받아들였음을 보여준다.

정림사지5층석탑
정림사지5층석탑

 금강을 따라 부여로 장소를 옮겨 만나게된 정림사지에도 활발한 교류의 흔적과 백제 문화의 특출한 증거는 남아있다.

 정림사지는 사비도성 중앙에 위치해 도심에 세워진 절로는 동아시에서 가장 오래된 사례로 꼽힌다. 이곳에 있는 정림사지5층 석탑은 중국 남조의 목조탑 양식을 완숙한 백제의 건축기술로 번안한 것을 넘어 본격적인 석탑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한 백제 전형석탑으로 분류된다.

익산 왕궁리유적에서 확인된 정원
익산 왕궁리유적에서 확인된 정원

 백제 무왕기에 조성된 왕궁리유적에는 부여 관북리유적에 남아있는 대형 건물지와 거의 동일한 구조와 규모의 건물지가 확인된다. 이들 건물지가 보여주는 와즙 건축기법은 고대 동아시아 국가들간에 진행되었던 건축기술의 활발한 교류를 보여준다. 이곳에서는 국내 최초로 고대 화장실 3기가 확인되었고, 왕궁의 북쪽에는 현존하는 백제유일의 후원도 있다. 중국산 어린석(수석)과 각종 시설들이 백제 후기의 화려한 정원문화를 보여주는데, 여기에서도 중국과 백제, 일본으로 이어지는 정원문화 교류 양상을 알 수 있다.

백제인의 염원을 담은 미륵사지석탑 (동측)
백제인의 염원을 담은 미륵사지석탑 (동측)

 동아시아 최대의 사찰터 중 하나인 미륵사지는 백제문화의 탁월한 독창성을 보여주는 공간이다. 2000년대 들어와 미륵사지에서 금동향로와 사리장엄구 등 중요 문화재가 연이어 발견되면서 이를 체계적으로 보존하고 전시하기 위해 기존 전시관이 국립익산박물관으로 승격돼 증축 개관, 위용을 드러내고 있다. 박물관 건축물의 높이를 낮추어 세계유산인 미륵사지와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도록 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이동주 백제세계유산센터 센터장은 “최근에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1억80만개 관광분야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며, 그 중에서도 아시아가 가장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면서 “이제 사람들이 선호하는 것은 안전한 관광이다. 내집에서 가까운 공간, 가족과 함께 인근의 잘 알려진 곳에 가는 것이 트렌드로 자리잡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백제역사유적지구가 대한민국만의 유네스코 세계유산이 아니라 전 세계인의 유산이 된 만큼 각국의 외국인 기자를 활용해 매월 2회씩 자국의 언어로 홍보하고 있다”며 “유산이 전체적으로 분산돼 접근성이 떨어지는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비대면 온라인 홍보에도 집중하는 등 동아시아 최고의 문화를 형성시켰던 백제의 정신을 올곧게 계승하고 알리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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