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숙현 선수 죽음 내몬 사회
최숙현 선수 죽음 내몬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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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7.14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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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린보이" 수영 스타 박태환이 국가대표 선수로 발탁은 중학교 3학년 때다. "가문의 영광"이라며 태릉 선수촌에 입촌하던 그가 얼마 안 돼 선수촌을 뛰쳐나왔다.

▼ 단체 기합과 오직 메달과 신기록 수립에 목매는 어두운 분위기가 싫었다는 것이었다. 스포츠계의 각종 폭력행위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소치 올림픽 쇼트트랙 금메달의 심석희 선수가 4년 동안 전 코치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했을 때 충격적이었다. 물론 상대측은 부인했다.

▼ 그동안 스포츠계에서 벌어진 다양한 폭력행위가 선수 훈련 지도에서 빚어진 훈육 차원이라는 너그러운(?) 포장으로 일관해 온 무책임이 폭력의 그림자를 걷히지 못하고 있다. 최근 철인3종경기 국가대표 출신 최숙현 선수의 극단적 선택에 대해 할 말을 잃고 있는 우리들이다.

▼ 의료행위와 관련이나 자격도 없는 자가 팀 닥터로 버젓이 일하면서 폭력을 일삼고 감독과 선배선수까지 합세해 폭언·폭력을 상습적으로 해 온 이들에게 인간적 예의는 사치다. 앞으로 철저한 수사를 통해 가해자는 엄벌에 처해야 할 것이지만 사실 심각한 문제는 다른 데 있다. 고 최 선수는 이런 폭력 사실을 경찰에 신고한 바 있으나 도움받지 못했고 지난 2월에는 감독과 팀닥터·선배선수 등을 고소했다.

▼ 그리고 경북체육회에 호소하기도 하고 4월엔 대한체육회 인권상담센터에 신고하고. 6월에는 대한 철인3종경기협회에 진정서를 냈다. 그러나 어느 한 곳도 최 선수를 제대로 살펴 보아주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상습적인 폭행과 가혹행위에 맞서 몸부림친 그녀를 모두가 외면하는 동안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엘리트 선수를 키우는 스포츠 국가주의의 후유증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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