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암 이삼만 탄생 250주년을 맞아 이를 기념하고 그의 서예작품과 예술세계를 재조명하는 자리가 마련된다.
전주역사박물관(관장 이동희)은 개관 18주년을 맞아 15일 오후 1시 30분부터 창암 이삼만을 주제로 특별전 개막식과 제22회 전주학 학술대회를 개최한다. 이날에는 코로나19로 인해 최소한의 인원만 참석, 온라인 유튜브(전주역사박물관 유튜브 계정)로 실시간 중계된다.
창암 이삼만(1770~1847)은 전주출신으로 추사 김정희, 눌인 조광진과 함께 조선 후기 3대 명필로 꼽힌다. 창암은 원교 이광사를 비롯한 명필들의 글씨를 스승 삼아 평생을 서예만 전념하여 심오한 경지에 오른 명필이다. 자신만의 필법인 행운유수체로 이름을 떨쳤으며, 중국의 서법을 배제하고 동국진체를 완성해 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추사 김정희가 전주에 들러 창암의 글씨를 보고 감탄, 창암의 묘지명을 써주었다고 전해진다.
창암의 주요 묵적을 선보이는 특별전 ‘行雲流水(행운유수), 구름가듯 물흐르듯’은 9월 13일까지 전주역사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진행된다. 옥과미술관, 강암서예관, 전북대박물관, 국립전주박물관, 전북도립미술관 등 여러 기관과 개인이 소장한 작품을 모아 창암 서예의 진수를 보여주는 30여 점이 전시된다.
대표작으로는 창암이 노년에 다 버리고 처음으로 돌아가 순수한 마음으로 쓴 ‘신독(愼獨)’과 창암의 표준작으로 매일 일어나서 획법을 연구하며 연습하라는 50자가 적힌 ‘창암서첩’, 창암이 사망하기 1년전에 제자 원규에게 자신의 글씨 철학을 전해준 서첩인 ‘창암서적’ 등이 있다. 또 창암의 초기 작품으로 추정되는 ‘창암병풍’과 ‘창암 천자문 병풍’ 도 감상할 수 있다.
제22회 전주학 학술대회의 주제는 ‘창암 이삼만의 생애와 서예세계’다. 전국에서 활동하는 서예 전문가들이 한 자리에 모여 창암의 서예사적 위치를 규명한다.
김진돈 전라금석문연구회 회장은 ‘창암 이삼만의 전주 출생설과 교유활동 연구’라는 주제로 전주출생을 증명하는 초명, 호, 설화 등 각종 문헌에 등장하는 근거 등을 들어 창암의 출생과 예술적 토대를 키운 곳은 전주였음을 밝힌다.
김정남 국립문화재연구소 박사는 ‘서체분석을 통한, 창암 서예 재발견’을 주제로 원교 이광사, 추사 김정희와의 서체를 비교 분석해 창암 서체의 특징과 의미를 규명한다.
김병기 전북대 중어중문학과 교수는 전라도 서단의 형성과 창암 이삼만의 서예사적 위상, 창암 서예의 미래지향적 계승을 필요성과 방안에 대해 고찰한다.
장지훈 경기대 서예학과 교수는 ‘영남 대구 서단과 창암 이삼만’을 주제로 20세기 영남 서단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던 팔하 서석지(徐錫止)와 석재 서병오(徐丙五)를 통해 사승관계로 엮인 창암과의 관계성에 대해 발표한다.
주제발표 이후에는 조민환 성균관대 교수가 좌장을 맡아 송수현 의재미술관 연구원, 김찬호 경희대 교수, 김응학 성균관대 교수, 서홍식 전북서도협회 회장이 참여해 토론을 펼친다.
이동희 관장은 “창암은 서예로 심오한 경지에 올랐지만, 그의 삶의 자세와 지역성이 강조되는 지금 시대의 흐름을 볼 때 서예를 떠나서도 시사해주는 바가 크다”며 “앞으로 더 빛날 창암의 서예에 대해 감상하고 생각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김미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