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숙의 시가 꽃피는 아침> (14) 김용락 시인의 ‘헌사(獻詞)’
<강민숙의 시가 꽃피는 아침> (14) 김용락 시인의 ‘헌사(獻詞)’
  • 강민숙 시인
  • 승인 2020.07.12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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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헌사(獻詞)

 - 김용락

 

 대중가수 최백호 씨

 

 누군가 보내준 유튜브에

 최백호가‘봄날은 간다’를 부른다

 내가 이제껏 지상에서 본 것 중

 최고의 절창이다

 황홀하다

 폐부를 찌르고

 애간장이 녹는다는 표현의 의미를 실감한다

 

 나는 그렇게 인생의 깊이가 어린 얼굴을

 여태껏 본 적이 없다

 몇 십 번을 되돌려 노래를 감상하다가

 뒤늦게 그의 왼쪽 가슴에 꽂힌

 노란 세월호 표식을 보고

 나는 벼락에 맞은 것처럼 심장이 멎었다

 

 지상 최고의 헌사였다

  (2018. 10. 24.)

 

 <해설>  

 신경림 시인과 민영 시인, 이 두 분의 관계는 아주 친분이 두터운 사입니다. 그래서 두 분이 만나면 형과 아우를 가리기도 하고 또 흥에 겨울 때는 노래를 가지고도 서로 자기의 노래가 ‘봄날은 간다’라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서로 자기의 애창곡이라며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노래를 부르다가 결국 함께 부르는 것도 여러 번 보았습니다.

 
 언젠가 지인을 광화문 ‘봄’이라는 카페에서 만났는데 ‘그동안 노래꾼 장사익 버전으로‘봄날은 간다’를 들었는데 가수 최백호씨가 부르는 것을 듣고 반했다‘며 그 자리에서 제 귀에 여러 번 들려주었던 기억이 눈에 선합니다.

 
 그런데 이 노래를 듣고 시인은 ‘헌사’라는 시를 썼군요. 어느 날 누군가가 보내준 유튜브로 최백호가‘봄날은 간다’를 부르는 것을 보고 지상에서 본 것 중에 최고의 절창이라고 찬사를 합니다. 그가 부르는 노래가 절창이라서 폐부를 찌르고, 애간장이 녹는다고 말하고 있네요. 이뿐 아니라 노래를 들으며 황홀하다고 까지 합니다. 영상이 끝나갈 무렵 최백호 씨의 양복 왼편 가슴에 노란 세월호 표식을 보고 또 한 번 감탄하게 됩니다. 그래서 시인은 그의 노래가 봄날 세월호 아이들에게 바치는 헌사라는 것을 알게 되고 거대한 알레고리이자 심볼이라는 생각에 그 답례로 뜨거운 시를 썼나 봅니다.

 
 지금도 ‘봄날은 간다’ 이 노래를 들으면 1960,70년대 시골의 산과 들, 푸른 보리밭, 젊었던 부모님의 얼굴과 흑백 영상이 눈앞에 막 지나가고, 가슴속에서 뭔가 뜨거운 것이 올라옴을 느낍니다.
  

 강민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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