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예 인생 32년, 도기 한 길에 정성을 다하는 권운주 관장
도예 인생 32년, 도기 한 길에 정성을 다하는 권운주 관장
  • 이휘빈 기자
  • 승인 2020.07.08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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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창 옹기체험관을 향하는 길에는 자연이 빚은 수많은 곡선을 마주할 수 있다. 자연의 곡선과 도기의 곡선은 조화를 이루며 방문객들을 맞는다. 이곳에서 청자와 다기, 옹기 등 우리의 도자기를 만드는 고정(古正) 권운주(56) 관장. 도예 명인인 그는 고현(古現) 조기정 선생의 수제자이자 그의 정신을 이어 우리 전통작품을 만들고 있다.

내부 체험관에는 방문객들이 만든 작품들과 책상과 도구들이 이곳을 방문한 사람들의 흔적을 짐작게 했다. 유아 및 어린이들이 쉽게 만들 수 있는 판접시, 흙반죽을 켜켜이 쌓아 올려서 만든 그릇들은 이곳을 방문한 사람들이 손으로 만든 작품들이다. 권 관장은 “코로나19 이전만 하더라도 1년에 약 8천여 명이 방문했다”고 말했다.

권 관장의 작업장에는 가마가 3개가 있다. 이 가마는 전기와 가스를 모두 사용할 수 있다. 권 관장은 청자를 만들기 위한 온도를 위해 이 가마들을 주문했다고 설명했다. 초벌구이와 재벌구이를 거친 작업물들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가 만든 청자들은 기존의 작품에서 더 나아가 현대성을 품고 있다. 철회를 두텁게 입힌 청자, 고전을 중시한 청자, 팝 아티스트 피터 오 작가와 함께 작업한 청자, 심지어 옛 문서를 토대로 만든 청자 장구까지 존재한다.

권 관장은 어렸을 적 미술과 음악을 좋아해서 음악 쪽으로 진로를 잡았으나, 87년에 조기정 선생을 만나면서 도자기에 혼을 쏟으며 우리 도자기의 아름다움에 대해 배웠다. 그가 집중한 것은 청자의 색이었다. 9년 전 스승의 작고 이후 고향인 순창에 돌아와서도 스승과의 약속을 지키고 있다.

“돌아가신 조 선생님하고 저만 아는 청자의 색이 있지요. 그 색을 꼭한번 기회가 주어지면 다시 시도해서 선생님이 바라고 내가 바랬던 그 색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권 관장은 청자의 기원은 중국이지만 이를 승계해서 새로운 것으로 피워낸 것은 고려인의 힘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철회청자는 전통을 우리식으로 풀어내며 새로운 경지로 이끌어냈다는 것.

권 관장은 시대의 흐름 속에서 청자를 배우려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청자는 선생님과 늘 머리 맞대고 좀 더 나은 청자를 꿈꾸며 나아갔던 권운주 명인은 그럼에도 청자의 발전을 위해 온 힘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장인적 작품정신이 사라진 현실이 아쉽습니다만, 앞으로는 전북의 무형문화재가 될 수 있도록 도전해 새로운 후학들을 이끌어내고, 청자의 혼을 전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권 관장은 옹기체험관의 운영에 대해 뜻깊은 말로 대답했다. “옹기체험관은 휴일인 월요일만 빼면 언제든지 열려 있고 체험도 가능합니다. 아기자기한 도자기와 옹기들을 바라보고, 전통차도 한 잔씩 마시고, 순창의 넉넉한 마음을 담아가면 인생의 행복을 채울 수 있는 거죠”

마지막으로 권 관장은 “흙은 언제나 저를 달래고 보듬어주고 감싸줄 수 있는 그런 존재”라면서 “순창의 정신을 담은 청자를 만들 수 있도록 온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이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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