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체내 생체입자인 엑소좀(exosome)을 이용해 암세포 표면에 표적을 부착해 면역체계의 공격을 유도, 면역항암치료법의 효과를 높이는 기술을 개발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7일 테라그노시스연구단 김인산·양유수 박사팀이 다양한 종류의 암에 표적 신호물질을 붙여 체내 면역세포를 효과적으로 활성화할 수 있는 나노입자를 개발하고 효과를 생쥐실험으로 검증했다고 밝혔다.
최근 암 치료에서는 체내 면역세포를 활성화해 암세포를 제거하는 ‘면역항암제’가 주목받고 있다. 면역항암제는 화학요법이나 방사선치료 등 기존 치료법보다 부작용이 적지만 암세포가 면역세포를 속여 회피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 일부 암 환자에게만 효과가 있다는 단점이 있다.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면역체계가 암세포만 골라 공격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찾는 연구를 많이 하고 있다.
연구팀은 체내 세포에서 방출되는 작은 입자인 엑소좀이 다른 세포에 단백질을 전달할 수 있다는 점을 이용, 엑소좀에 바이러스 단백질을 붙인 다음 엑소좀이 다양한 종류의 암세포에 바이러스 단백질을 전달하도록 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엑소좀은 나노미터(㎚:10억분의 1ｍ) 크기의 입자로 체내에서 혈액 응고, 세포 간 신호 전달, 폐기물 관리 같은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유전자를 조작해 엑소좀에 부착한 바이러스 유래 단백질이 암세포 주변의 특징인 산성 환경(pH 6.8)에서 암세포와 융합해 단백질이 암세포 표면에 이식되도록 했다.
바이러스 유래 단백질이 부착된 암세포는 면역회피 능력이 무력화되면서 면역체계가 바로 ‘적’으로 인식해 면역세포의 공격을 받게 된다.
연구팀이 유방암과 대장암, 림프종 등 다양한 종양이 있는 생쥐모델에 이 방법을 적용한 결과 암 종류와 상관없이 암세포의 성장과 증식을 억제하는 것으로 확인했다.
이 방법과 병행해 기존 면역 항암치료제(항 PD-L1)를 투여한 결과 암생쥐 모델 30%에서 종양이 완전히 사라졌으며 기억면역을 유도해 재발을 방지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김인산 박사는 “체내 면역세포에 대한 암세포의 ‘적신호’ 강화를 유도할 수 있는 나노입자를 개발해 기존 항암면역치료법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차세대 항암면역치료제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 최신호에 게재됐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