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함정을 벗어나려면
행복의 함정을 벗어나려면
  • 김동근
  • 승인 2020.07.07 17: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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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인들의 일상을 살펴보면 매일매일 시간에 쫓겨 살고 있다. 누구는 일 때문에, 누구는 학업 때문에, 누구는 수많은 정보에 둘러싸여 하루 24시간이 부족하다. 우리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매순간 오감으로 1,100만개의 정보를 받아들이고 있다. 그 중에서 의식적으로 처리되는 정보는 40여개에 불과하다. 나머지 10,999,960개의 정보는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적응 무의식’이 몰래 처리한다.

 미국 버어지니아 대학 심리학 교수인 티모시 윌슨은 “나는 내가 낯설다”라는 저서에서 사람들이 자신의 감정이나 행동의 원인을 잘 모르는 이유는 우리가 모르고 사는 우리의 99%의 ‘적응 무의식’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자기 자신을 알기 위해서는 자신의 내면을 살피는 자기성찰보다는 자신의 행동을 살피는 것이 최선이라고 주장한다.

 자신의 행동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건전한 정보에 바탕을 둔 본능적 감정이 일어날 수 있도록 충분한 정보를 수집해야 한다. 그런 뒤 그 감정을 지나치게 분석하지 않는 것이다. 예를 들어 연인(戀人)에 대해 지금처럼 관계가 이어지고 있는 이유를 적고, 둘의 관계가 얼마나 행복한지 점수를 매겼을 때, 긍정적인 이유를 먼저 떠올리면 좋은 쪽으로, 부정적인 이유를 떠올리면 부정적인 쪽으로 결과가 나온다. 사람들은 자신이 떠올린 이유에 대해 너무나 강한 믿음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것에 맞춰 자신의 태도를 바꾸려고 하고, 그런 뒤에는 그것을 고착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이것은 적응 무의식 때문이다. 인간은 적응 무의식을 극복하려고 계속해서 노력하여 왔지만 학자들마다 진단과 처방이 달라 완벽하게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긍정심리학자인 댄 베이커 박사는 “인생치유”라는 책에서 현대인의 삶 속의 공포와 우울, 권태와 비탄에서 행복을 끌어내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우리의 뇌 속에는 죽는 날까지 늘 행복을 위협하는 생물학적 공포시스템이 자리잡고 있다고 한다. 뇌의 일부에는 과거의 트라우마, 현재의 시련, 미래에 대한 불안, 죽음과 같은 본능적 공포가 한데 모인 창고가 있다. 우리는 공포를 잊어버리는 수단으로 쾌락을 사용하였지만 그 부작용이 훨씬 크다. 음란물, 도박, 마약 등과 같은 쾌락적 도피수단이나 중독대상을 이용할 때 아주 짧은 시간 공포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하지만 정신을 차렸을 때 죄의식, 독성, 중독성 강화로 인해 더 큰 좌절과 공포를 맞이하게 된다. 우리 사회에서는 이러한 행위를 범죄로 규정하여 처벌을 하고 있지만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고 연령대가 낮아지고 있다. 어린아이들이 범죄를 저지른다는 것은 어린아이들이 행복하지 못하다는 반증이다.

 현재 우리 사회는 댄 베이커 박사가 피해야 할 행복의 다섯 가지 함정을 모두 갖추고 있다. (1) 더, 더, 더를 외치는 ‘돈의 함정’, (2) 권태를 낳는 ‘쾌락의 함정’, (3) 현재를 망치는 ‘과거의 함정’, (4) 공포를 강화시키는 ‘약점의 함정’, (5) 마음만 앞서는 ‘결심의 함정’이 그것이다. 이러한 행복의 함정은 우리 사회를 곤경에 빠뜨리며 행복에서 멀어지게 한다.

 적응 무의식과 행복의 함정을 피하기 위해서는 감사의 마음을 키우는 것이다. 심리치료에서 ‘건강한 버전으로 인생을 이야기하라’는 지침이 있다. 매일 매일의 삶에 대해 느끼는 감사의 마음을 글로 표현하는 글쓰기를 하다보면 두려움과 미움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그리고 각자가 존경하고 닮고 싶은 사람을 떠올리며 그 사람처럼 되려고 행동하고 노력하는 것이다. 생각과 행동은 가능하다면 동시에 진행되는게 좋다. 긍정적인 사고방식과 말하는 습관이 바뀌었다고 하더라도 행동이 뒤따르지 않으면 바뀌는 것이 별로 없다. 생각만 긍정적으로 바뀌고, 말하는 습관이 긍정적으로 바뀌었다고 해도 바로 실천하지 않으면 삶이 바뀌지 않는다. 그래서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당장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보고 실천해 보는 것이다. 우리는 처음부터 능력이 있어서 꿈이나 목표가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꿈이나 목표에 대한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다 보면 주변 상황이 도와주거나 자신의 꿈이나 목표에 맞춰 능력이 향상된다. 묵묵히 자신의 꿈이나 목표를 향해 걷고 있는 사람에게는 생각지도 못했던 기회가 외부에서 찾아오기도 하고, 잠재능력이 폭발하기도 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사람은 먼저 미덕을 행동으로 옮기면서 미덕을 익히고, 공정한 행위를 실천함으로써 공명정대한 존재가 되고, 자제를 실천함으로써 자제심을 발휘하는 존재가 되고, 용기 있는 행동을 수행함으로써 용기 있는 사람이 된다”는 가르침과 일맥상통한다.

 과거에 문맹자는 글을 읽지 못하는 사람을 말하였다면, 21세기의 문맹자는 글을 모르는 것이 아니라 학습하고, 교정하고 재학습하는 능력이 없는 사람을 일컫는다. 행복의 함정은 21세기 문맹자들은 결코 벗어날 수 없다. 21세기 문맹자가 많아지지 않도록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주위 사람들을 세심하게 살펴보고 도움을 주어야 한다.

 

 김동근 / 전북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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