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서원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1주년…다시 보는 정읍 무성서원
한국의 서원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1주년…다시 보는 정읍 무성서원
  • 김미진 기자
  • 승인 2020.07.06 18: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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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성서원을 포함한 전국의 9개 서원이 지난해 7월 6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서원은 조선시대 성리학을 전파하는데 중심이 되었던 사립 교육기관이다. 전국에 분포된 600여 개 서원 중 제향인물의 정신과 전통이 오롯이 살아있는 9곳의 서원이 한국의 14번째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정신적 빈곤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 오늘날, 긍휼과 애민의 선비정신이 새겨진 서원의 가치가 더욱 주목되고 있다.

 

 지난 3일 방문한 무성서원은 고을과 뚝 떨어져 공부하고 수양하기 좋은 곳에 위치한 여타의 서원과는 다른 모습으로 민중과 함께 성장한 공간이었음을 증명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9개의 서원 가운데 유일하게 마을 중심부에 자리하고 있어, 이 같은 위치적 특징은 권위적이었던 후기 서원과 대비된다.

 무성서원은 1615년 건립됐으며, 1696년 조선 숙종 때 사액을 받았다. 9개 서원 중 창건시기로 보자면 8번째 순위지만, 정신의 탯줄로 살펴보자면 가장 오래된 역사를 자랑한다.

 무성서원의 주 제향인물은 신라시대의 학자 고운 최치원(857~?)이다. 사당 한 가운데 위패와 초상을 모신 최치원이 지금의 정읍 칠보를 중심으로한 태산현의 태수로 부임한 890년경부터 따져보면 무성서원의 역사는 1천 100여 년에 이른다.

 조선초에는 불우헌 정극인이 낙향해 상춘곡을 짓고, 성리학적 질서를 담은 지역 자치규약인 ‘고현동 향악(1457년, 보물1181호)’을 시행해 미풍양속을 장려하고 이웃과의 화합을 권장했다. 이를 기점으로 계산해도 무성서원의 역사는 600여 년 가까이 된다.

무성서원은 또 마을의 중심에 있어 사람들의 잦은 왕래로 한말 의병 활동의 근거지가 되었다. 을사늑약 이듬해인 1906년에는 최익현, 임병찬이 주축이 돼 호남 최초로 의병을 일으킨 병오창의가 일어났다.

이처럼 무성서원은 시대를 외면하지 않고, 시대에 맞서 싸운 선비의 기개와 정신을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공간으로 이해될 수 있는 것이다.

무성서원 출입문에 들어서니 2층 누각인 현가루(絃歌樓)를 중심으로 다수의 불망비가 펼쳐져 있다. 그 유구한 역사 속에 기려야 할 인물들도 많았을 터. 현가루는 ‘거문고를 타며 노래를 그치지 않는다’라는 의미로, 단순히 글 공부에만 치중하지 않고 풍류를 알고 즐긴 선조들의 혜안이 느껴진다.

현가루를 지나 서원 안으로 들어서면 강당 옆으로 커다란 은행나무가 보인다. 그곳에서 강당을 바라보자니 땅의 기울기가 느껴진다. 땅을 반듯이 다지기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지형을 살린 건축 양식이 눈에 들어온다.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더불어 함께 살아간 선조들의 지혜가 전해지는 공간이다.

 이흥재 무성서원 부원장은 “무성서원 강당을 보면 가운데 마루 3칸이 벽체가 없이 툭 틔어있어 내삼문의 태극문양이 한눈에 들어온다”며 “이는 ‘비움의 담백함’이라는 우리 아름다움의 건축미를 느낄 수 있는 절묘한 조형이 아닐 수 없다”고 설명했다.

 강당 뒤쪽으로 사당 태산사가 보인다. 주벽에는 최치원을 비롯해 불후언 정극인, 영천 신잠, 눌암 송세림, 묵재 정언층, 성재 김약묵, 명천 김관 등을 모시고 있다. 무성서원은 가장 오래된 인물을 제향하고 있으며, 가장 많은 제향인물을 모시고 있다.

 무성서원은 천 년의 시간 동안 그 자리에서 고운 최치원의 풍류정신을 잇고, 성리학적 유토피아를 구현하며, 민중 의식을 잇는 시대적 사명을 함께했다.

 이에 무성서원은 올해로 7년째 ‘향교·서원 문화재 활용사업’을 진행하며 귀중한 정신유산을 알리는데 힘쓰고 있다.

 무성서원 문화재 활용사업단은 오는 12월까지 다채로운 공연과 강좌,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최치원과 정극인 등 인물을 통해 알아보는 풍류와 도 인문학 강연을 비롯해 수제천연주단 등의 공연, 예절교육, 정가와 서예, 고전강독, 유교문화답사 프로그램 등으로 선비정신을 고취시킨다.

 안성덕 무성서원 문화재 활용사업단 단장은 “세계인이 부러워하는 문화유산인 정읍 무성서원을 잘 보존하고 또 잘 활용해 탈 없이 후손에게 물려주어야 할 것이다”며 “박제된 문화재가 아니라 살아 숨 쉬는 문화재로써 무성서원의 가치를 공유하고 지역민들의 문화유산에 대한 자긍심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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