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민주화로 21세기형 신노사문화를 만들어 나가자
직장민주화로 21세기형 신노사문화를 만들어 나가자
  • 윤진식
  • 승인 2020.07.06 15: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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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만나는 기업인들마다 사업하기 어렵다는 말을 자주한다. 법적 제재가 너무 심하고, 근로자들도 회사의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 주장을 하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망설임 없이 너무 쉽게 퇴사를 하며, 정부도 따라가기 힘들 정도로 노동정책들을 밀어붙인다는 하소연이다. 사실 기업인들의 상황은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필자 역시 변화하는 노동환경에 대하여 그 속도감을 체감하고 있다. 정부의 노동정책, 근로자들의 노동의식 고양과 산업구조 변화 등 우리사회가 노동환경 변화의 급물살을 타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이처럼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고, 이러한 노동환경의 변화에 적응하여야만 기업이 생존하고 유지되는 그러한 환경 속에 우리가 살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우리나라에 근로기준법이 1953년 5월 10일에 제정되어 그해 8월 9일부터 시행되었다. 그 전쟁통 속에서도 노동인권 확립을 위하여 근로기준법이 제정된 것이다. 현재 근로기준법에는 제정 당시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반영한 선언적 규정들이 지금도 그대로 남아있다. 근로자의 자유의사에 반하여 폭행, 협박 등의 수단으로 강제로 근로하게 하는 것을 금지하는 근로기준법 제7조(강제근로의 금지), 제8조(폭행금지), 제20조(위약예정금지), 미리 돈을 빌려주고 근로할 것을 조건으로 하여 임금을 공제하는 규정인 제21조(전차금상계금지), 강제로 회사에서 저축을 들어주고 월급에서 공제하면서 강제 근로를 시키는 것을 금지하는 제22조(강제저금의 금지) 규정 등 이른바 근로기준법 총칙규정을 살펴보면, 근로기준법 제정 당시의 노동환경을 충분히 알 수 있다.

 1970년 11월 13일 평화시장의 재단사 전태일은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고 외치며 분신자살하였다. 이 당시 우리나라는 ‘한강의 기적’이라는 고도 경제성장을 이룩하는 도정에 있었고, 경제발전을 위해서라면 ‘산업역군’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근로자들의 희생은 당연하다고, 개인이나 사회나 같은 의식을 가지고 오로지 일에만 온몸을 바치던 시기였다. 전태일이 당시 노동청에 진정서를 제출하였는데 진정내용이 “하루 근무시간을 10∼12시간으로 단축하고, 한 달에 휴일 2일을 매주 일요일(4일)로 확대할 것. 건강검진은 확실하게 할 것”등이었다. 이런 주장은 역설적이게도 1970년대 우리나라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비춰주는 거울 같은 주장이다.

 지금 우리는 주5일제 근무와 주당 40시간 근로, 최대 52시간제를 실시하고, 공무원에게만 적용되던 휴일규정이 지금 순차적으로 전 사업장에 적용되어 가고 있다. 여기에 더하여 각종 노동인권 정책들을 시행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더욱 노동인권 보장을 위한 넓이와 폭을 더할 것이다. 만일 지금 전태일이 살아 돌아와서 이런 노동환경을 본다면 어떻게 생각할까!

 작년 7월 16일부터 근로기준법상의 ‘직장내괴롭힘금지규정’이 적용되고 있으며, 과거 버스 안내양 몸수색을 하던 우리나라에서 이제 ‘직장내성희롱금지규정’이 도입되어 시행되고 있고, 여기에 더하여 공공기관 등에서는 ‘인권위원회’가 설치되어 직장 내 인권보호운동도 본격화되어가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서 과거의 전근대적인 노동환경을 그리워하고 뒷걸음질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고, 또한 우리의 후세대에 자랑스러운 유산을 물려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이러한 흐름이 지속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일방적인 노력으로만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무엇보다도 미래세대에게 기성세대와 다른 정신적 토양을 제공해야 한다. 어릴 때부터 노동인권과 노사상생의 필요성을 가르쳐 어렵게만 생각하는 노사상생의 평등한 관념이 우리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정착을 시켜가는 그러한 과정이 있어야 한다. 모두의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노동의 인간화라는 시대적 명제는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어가고 있다. 이런 시대적 흐름에서 ‘변화의 속도’만을 탓하고 있을 때가 아님은 분명하다. 우리 사회는 이제 ‘직장민주화’라는 바다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다. 이러한 직장민주화는 우선 직장 내 ‘인간관계 민주화’의 토대를 구축하고, 이후 그 범위를 확대하여 노사 공존공영의 제도적 정착 마련을 위하는 방향으로의 노력을 함께할 때 서서히 정착되어 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21세기에 도도하게 흐르는 노동인권의식 함양의 토양은 이제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물줄기가 되어 이 사회를 관통하고 있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고, 용기 있게 적응하는 지혜로운 결정과 선택만이 이 시대를 현명하게 살아가는 노사 모두에게 공존공영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윤진식<신세계노무법인 대표노무사/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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