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립예술단의 뮤지컬 ‘아리랑’…아쉬운 초연
전주시립예술단의 뮤지컬 ‘아리랑’…아쉬운 초연
  • 김미진 기자
  • 승인 2020.07.05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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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원 솔리스트 명성만으로 절대 빛날 수 없었던 무대

 전주시립예술단이 선보인 뮤지컬 ‘아리랑(극본·연출 이종훈)’은 객원 솔리스트의 명성에만 기댄채 작품을 끌고 가는 것이 도박처럼 위험한 일임을 확인시켜주는 무대가 됐다.

 대하소설 12권에 이르는 탄탄한 원작을 제대로 요약해 지난 역사를 선명하게 증명해 보인 교과서 같은 작품이었으나, 2020년에 ‘아리랑’을 다시 생각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확실한 답을 내어주지 못한 탓이다.

코로나19라는 악재속에 주목됐던 기대와 관심은 아쉬운 초연이라는 꼬리표로 남았다.

여기에 전주시립 극단, 합창단, 교향악단, 국악단이 함께 완성하는 진정한 의미의 연합공연이라면 어떠한 형태로 얼개를 짜는 것이 맞는지에 대한 고민도 남겼다.

 지난 2일부터 4일까지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에서 선보인 뮤지컬 ‘아리랑’은 독립운동가 송수익 일가와 감골댁을 큰 줄기에 두고 전개됐다. 송수익, 필녀, 차옥비, 양치성, 방수국 등 원작 속 수많은 등장인물과 스토리 모두를 온전하게 담아냈다. 단 한 명의 영웅서사에 함몰되기 보다는 수탈당한 땅과 뿌리 뽑힌 민족들의 수난과 투쟁기를 넓게 채워간 것이다.

 극은 100년 전 만주벌판으로 사라져간 독립군들의 후손이 아직도 돌아오지 못하고있는 역사를 사람 중심으로 층층이 쌓아갔다. 시립극단의 배우들의 노련한 연기력을 필두로, 1막과 2막의 문을 열어준 이토히로부미와 이철영의 독창, 극 전반에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으로 무게감을 잡아준 송수익, 송수익을 향한 존경과 사랑을 노래한 필녀, 나라잃은 설움과 삶의 한을 노래한 차옥비 등은 연출가의 의도대로 움직였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허전했고 객석의 공감 끌어내기 어려워 보였다.

 우선, 일제 침략부터 해방기까지 우리 민족의 투쟁, 이민사까지 그 범위가 너무 넓어 생각보다 많은 장면 전환에 숨이 찼다. 1인 2~3역까지 맡아가며 분주하게 무대를 오가는 배우들의 모습에 미안할 정도였다. 하이라이트가 되는 장면이 어디인지를 분간하기 힘들었다. 하와이 농장 노역이나 만주로의 집단 망명 등 시대의 아픔이 한데 담아지기 보다는 각자의 이야기가 산만하게 전개될 뿐이었다.

 세트나 영상, 음악 또한 하모니를 이루지 못했다. ‘아리랑’의 시대 속 비극을 설명하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너무도 사실적인 사진 등 역사적 사료를 영상자료로 활용한 점도 극의 매력을 반감시켰다. 뮤지컬이라 명명하기에는 극 전반에 흐르는 음악의 분량도 너무 부족했다. 어린 옥녀까지 무대 위에 등장시키며 소리꾼으로 성장한 차옥비라는 캐릭터에 숨을 불어넣을 여유조차 없이 시간에 쫓기듯 공연은 몰아쳤다. 가슴을 후벼파는 뮤지컬 넘버도, 객석 전체를 뒤흔들 정도로 강렬한 합창도 들을 수 없었다. 잦은 음향·영상 사고는 객석의 집중도를 떨어뜨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리랑’은 ‘아리랑’이다. 원작의 배경이 징게맹갱(김제만경)이고, 고난과 질곡의 아리랑 고개를 넘어선 시간들을 증명해보이는 일은 계속돼야 한다. 객석의 다양한 피드백을 통해 끊임없이 수정·보완 작업이 이뤄져 역사의 아픔을 증명하는 작품으로 남게되길 바란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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