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숙의 시가 꽃피는 아침> (13) 마해성 시인의 ‘연날리기’
<강민숙의 시가 꽃피는 아침> (13) 마해성 시인의 ‘연날리기’
  • 강민숙 시인
  • 승인 2020.07.05 12:4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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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날리기

 - 마해성

 

 아이 연줄에

 하늘을 실으면서 알았다

 바람 없이 날 수 없다는 걸

 무거우면 띄울 수 없다는 걸

 위로 위로 향할 때만

 살아 날 수 있다는 걸

 

 얼레를 돌리면서 알았다

 연줄을 서서히 당겨 줄 때

 바람이 가볍게 받쳐 줄 때

 하늘 높이 오를 수 있다는 걸

 

 연줄을 당기면서 알았다

 원하는 데로 날려 보내려면

 팽팽한 손목의 질긴 줄을

 천천히 풀어야 한다는 걸

 

 <해설>

 연이나 연줄의 이미지는 흔히 하늘과 땅을 잇는 연결선으로 상징되고 있지요. 땅의 고통과 슬픔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소망을 연에 담아 하늘로 띄워 보내는 행위가 바로 연날리기입니다. 연날리기는 들판이나 강가처럼 탁 트인 곳에서 먼 하늘에 띄워 액운을 날려 보내고 행운을 불러오는 민간 신앙 차원에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시인은 연을 띄울 때도 하늘 높이 띄우려는 마음이 앞서면 연 띄우기가 어렵다는 것을 깨닫고 바람의 흐름에 맞춰 연을 띄웁니다. 연을 띄우는 일도 인생살이와 똑 같아서 연줄을 적당하게 당겼다가 풀어 줘야만 연이 더 높이 올라간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바람과 사람의 힘에 따라 움직이면서 때로는 하늘 높이 떠올라 잘 날던 연도, 한 순간 춤추듯 흐느적거리다가 금세 땅바닥으로 떨어져 버리기도 합니다.

 시인은 아이와 함께 연을 날리고 있지만 실제로 자기 자신이 연을 통해서 바람이 가볍게 받쳐 줄 때 하늘 높이 오를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됩니다.

 앞으로도 시인은 연날리기를 쉽게 포기하지 않고 연실을 감았다가 풀었다가 계속 되풀이 할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의 삶이 자연스럽게 될 때까지 오래도록 자신을 자연 속에 세워 두겠지요.
 
  바람 부는 날 줄포에서 코로나 19가 하루 빨리 퇴치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연에게 편지라도 써 보내고 싶습니다.

 

 강민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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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음 2020-07-05 13:00:26
오 아주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