든든하고 포근한 울타리가 되어 주세요
든든하고 포근한 울타리가 되어 주세요
  • 이길남 부안초 교장
  • 승인 2020.07.02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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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 따뜻한 사람 만들기

 언젠가 바닷가에서 바닷물을 오랫동안 내려다본 적이 있다. 햇살 좋은 날이라 바닷속이 투명해서 작은 움직임들이 다 보였다. 자세히 보니 아기 꽃게들 수백마리가 이동하는데 그 조그만 것들이 모두 같은 방향으로 무리지어서 가는 것이다. 꽃게는 길이가 겨우 2센티미터나 되었을까. 그 넓은 바다에 망설임없이 작은 몸끼리만을 의지하며 흩어지지 않고 어디론가 조금씩 가는 모습을 보니 이 작은 몸들이 ‘거친 파도도 이겨내게 해주는 서로의 울타리’가 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는 울타리 안에 있는 내 아이가 편안하고 행복하게 성장, 성숙해나가고 있는지를 잘 살피고 보호자로서 책임져야한다.

 사랑스러운 내 아이가 부모인 나와 대화하기를 꺼리거나 웃음을 보이지 않는다면 언제, 어디서부터 뭐가 잘못되었는지 울타리에 이상이 없도록 늘 돌아보아야 한다.

 울타리는 밖에 나갔다 돌아와 편히 먹고 잘 수 있는 이 세상 그 어디보다 포근한 공간이어야한다.

 울타리 안에서 엄마와 아빠의 정성과 사랑을 먹고 자란 아이는 마음이 따뜻하기에 주변을 따뜻하게 품어줄 수 있다. 나보다 어리고 불쌍한 대상을 만나면 도와주고자 하고 지켜주려고 노력한다.

동화 ‘행복한 왕자’는 마을 광장의 높은 탑 위에 온갖 보석으로 치장하고 서 있는 동상이다. 살아생전 부귀영화만을 누리던 왕자라 마을의 어려운 형편을 몰랐던 왕자는 동상이 되어 날마다 불쌍한 사람들을 보며 애가 탔다. 그 때 남쪽나라로 가야할 시기를 놓쳐 외톨이가 된 제비 한 마리가 우연히 행복한 왕자 동상 위에서 쉬다가 눈물을 흘리는 왕자를 보게 된다.

 왕자의 마음을 알게 된 제비는 왕자의 부탁을 들어 왕자의 몸에 박힌 보석들을 뽑아 엄마가 아픈 불쌍한 소년, 가난한 재단사. 성냥팔이 등에게 가져다 준다. 온몸을 장식했던 그토록 화려했던 수많은 보석과 사파이어로 만든 눈까지 뽑아서 날라다 주느라 결국 왕자는 형편없는 몰골이 되었고 제비 역시 추위에 지쳐 얼어죽고 만다.

 마을의 흉물이 된 왕자의 동상은 철거되어 녹여졌는데 그 심장은 남아 제비의 시체가 있는 곳에 같이 버려진다. 천국에서 신이 천사를 보내 지상에서 가장 존귀한 것을 가져오라하니 천사는 왕자의 심장과 제비의 시체를 가져갔고 둘은 천국에서 행복하게 살게 된다.

 부모와 아이가 함께 이런 저런 동화책을 읽고 읽혀주다 보면 가족간의 울타리는 돈독해지고 평화로울 수 밖에 없다.

 어른은 훈육을 핑계로 어린 아이에게 어떤 폭력도 행사해서는 안된다. 울타리에 구멍이 나거나 크게 무너지는 일이 생기면 폭력을 당했다고 생각하는 아이는 어떤 인성으로 자라나 어떤 사람이 되어갈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이길남 부안초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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