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을 위한 새로운 도전과제’
‘생존을 위한 새로운 도전과제’
  • 김성철
  • 승인 2020.07.01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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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우리 전북은행 본점 출입문에는 체온과 마스크 착용 유무를 동시에 측정하는 측정기가 설치되어 있다. 불과 몇 달 사이에 체온계로 직접 재던 방식에서 이제는 기계가 알아서 체온을 측정하고 마스크 착용 유무까지 식별해 낸다. 코로나19가 만들어낸 새로운 풍경이다.

 그러나 이것은 단편적인 예이고 코로나19는 우리 일상의 많은 것들을 순식간에 바꿔 놓았다. 패션계도 예외는 아닌듯하다. 세계적 명품 브랜드들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며 패션 비즈니스의 새판 짜기에 돌입했다. 그동안 정기적인 봄·여름과 가을·겨울 컬렉션을 기본으로 프리 컬렉션 등 1년에 4~6번의 패션쇼를 개최하며 연간 스케줄을 소화해왔다. 계절에 맞춘 패션쇼가 오랜 관행이었던 것.

 하지만 코로나19의 전 세계적인 확산으로 패션계도 매장폐쇄, 생산지연 등 심각한 위기를 맞은 상황에서 세계적 디자이너 및 패션업계 CEO들은 지난 5월 전통적인 상품 공급 스케줄에 변화를 주자는 공개서한을 발표했다. 미국 패션디자인협회와 영국패션협회도 디자이너 컬렉션을 1년에 2회로 축소하고 여러 도시에서 개최되던 패션위크를 한 도시로 통합하는 등의 내용을 담아 컬렉션 운영방식에 변화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비탄에 빠진 현 상황에서 우리는 반복해선 안 되는 과거를 고민해야 한다. 인간이 촉발한 이 위기는 우리를 본질적인 시험대에 서게 했다. 대대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최근 럭셔리 패션 브랜드 구찌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알렉산드로 미켈레가 온라인 기자회견을 통해 밝힌 내용이다. 연간 5번의 구찌 패션쇼를 앞으로 2회로 줄인다고도 했다.

 얼마 전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우리나라 톱모델이 100벌의 의상을 혼자 선보이는 100벌 패션쇼 챌린지에 나서며 디지털 런웨이를 기획한 모습이 방송됐는데 이 또한 비대면 시대, 디지털 문법에 맞춰 효율성 추구의 목적도 있었겠지만, 지금의 위기를 타개해 보려는 시도였을 것이다.

 이 외에도 지난달 폐막한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도 국내에서 최초로 비대면 온라인 영화제로 열리며 주목을 받았고, 세계적 팬덤을 기반으로 하는 K팝에서도 온라인을 통한 새로운 콘서트 형식을 선보이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교육계도 마찬가지다. 올해 3월 2일 대한민국의 초중고생 540만명은 코로나19로 인해 학교에 가지 못했다. 이로써 원격교육의 문이 본격적으로 열렸고, 온·오프라인 교육이 혼합된 ‘블렌디드 러닝(blended learning)’이나 온라인 선행학습 후 오프라인에서 토론을 벌이는 ‘플립러닝(flipped learning)’이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인류가 거대한 역사의 소용돌이에서 마주하게 되는 위기는 폐쇄적인 럭셔리 패션쇼의 질서나 공연 관람문화, 교육방식 등 오랜 시간 다져온 세상의 규칙을 하루아침에 바꾸기도 한다.

 변화는 항상 어색하고 불편하다. 특히 기존에 익숙한 방식을 바꾸는 것은 많은 고통이 따른다. 하지만,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서 변화는 생존과 연결되어 있다. 결국 이러한 변화 속에서 누가 먼저 새로운 규칙에 적응하고 그 안에서 경쟁력을 만들어 낼 수 있는지가 기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척도가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코로나19는 우리에게 새로운 도전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김성철<전북은행 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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