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는 역사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매우 탐나는 지역”
“전주는 역사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매우 탐나는 지역”
  • 김미진 기자
  • 승인 2020.06.30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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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임기 마친 천진기 국립전주박물관 관장
국립전주박물관에서 2년의 임기를 마친 천진기 관장을 지난 29일 만나 소회를 들었다.(김미진 기자)
국립전주박물관에서 2년의 임기를 마친 천진기 관장을 지난 29일 만나 소회를 들었다.(김미진 기자)

“전주는 역사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매우 탐나는 지역입니다. 다양한 문화 컨텐츠는 물론이고, 전통의 근간이 되는 지역이지요. 전주에서의 시간은 제 인생에 없어서는 안될 풍부한 감성과 예술을 느낄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되었습니다.”

30일 이임한 천진기(58) 국립전주박물관장은 외부인의 시선에서 그리고 내부인으로 살아온 지난 2년을 돌아보며 이 같은 소회를 남겼다. 안동에서 태어나 대부분의 인생을 서울에서 보내고 내려온 뒤, 전주에서의 2년. 이 기간 동안 천 관장은 가장 많은 역사와 문화를 느낄 수 있어 행복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민속학을 전공한 그에게 전주는 매력적인 도시가 아닐 수 없었다. 특히 음식의 다양성과 풍성함, 식재료의 신선함은 그의 생각을 더욱 확장시켜주는 계기가 됐다. 맛의 총량이 있다면 100%인 전주의 수준을 따를 도시는 없다고 치켜세운 천 관장은 “먹는 음식이 다르기에 생각도 다르고, 문화도 다른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 다름을 인정하고 찾아가는 길이 민속학자의 길이니, 전주에서의 경험이 그의 길을 더욱 선명하게 닦아준 계기가 된 것이다.

 천 관장은 지난 임기 동안 외적으로는 박물관의 문턱을 낮춰 시민들이 친근하게 느끼는 문화공간으로 디자인하는데 힘썼다. 박물관 곳곳에 해먹을 설치해 ‘멍 때리기’ 힐링의 시간을 선물하는가 하면, 여름엔 물총놀이와 가을엔 짚풀 놀이터로 변신시켜 누구나 신나게 놀고, 편안하게 다녀갈 수 있는 재미있는 박물관을 만들었다.

 내적으로는 조선선비문화 특성화 사업을 반석 위에 올려놓기 위해 연구와 전시, 교육 사업을 올곧게 펼쳤다. 선비문화 특성화 공간을 구축하는가 하면, 선비문화 사진전, 편지 속 선비 모습, 석정 이정직 특별전, 최근의 역병에 맞선 조선선비 이야기까지 다각도로 선비 정신을 조명하고 공유하면서 박물관 안팎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이러한 과정 속에 천 관장은 지방과 지방의 교류의 필요성을 더욱 절실하게 느끼기 시작했다. 오래전부터 서울과 지방의 수직적인 교류보다는 지방과 지방의 수평적 교류에 많은 관심을 가져왔던 그다.

 천 관장은 “영남과 호남의 선비만 해도 결이 다르다. 어느 것이 우위에 있다고 비교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면서 “후백제 왕도를 전주에 세운 견훤이나 오늘날 민주주의의 바탕인 동학농민혁명도 영호남의 다양한 문화의 공존이라는 연결고리 속에 충분히 가치있게 활용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그는 “제 삶의 발자취가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영호남의 가교역할에도 힘쓰겠다”고 덧붙였다.

경북 안동 출생으로 안동대 민속학과를 졸업하고 영남대 대학원 문화인류학 석사와 중앙대 대학원 국어국문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국립민속박물관 관장과 국립전주박물관장을 역임, 국립중앙박물관 특임연구관으로 자리를 옮겨 당분간 집필 활동에 전념할 생각이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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