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아침에 산산조각난 우리 가족” 남편 떠나 보낸 후 매일 눈물 마르지 않아
“하루아침에 산산조각난 우리 가족” 남편 떠나 보낸 후 매일 눈물 마르지 않아
  • 김기주 기자
  • 승인 2020.06.30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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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범했던 한 가정이 하루아침에 산산조각났습니다. 그날을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요?”

수화기 너머로 가쁜 숨을 몰아쉬며 말문을 연 중년의 여성은 잊을 수 없는 비극의 시작이었던 ‘그날’을 떠올리며 울음을 참지 못했다.

이 여성은 지난 2017년 제자를 추행했다는 의혹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받음에도 불구하고 교육청으로부터 징계 절차가 진행되자 억울함을 호소하며 극단적인 선택을 한 부안 상서중학교
교사 고 송경진 교사 미망인 강하정(56·여) 씨다.

강 씨가 언급한 그 날은 지난 2017년 4월 19일로 남편이 ‘성추행범’이라는 억울한 누명을 쓴 날이다.

강 씨는 “그날을 교사 송경진이 성추행범으로 몰린 누명 신고일로 기억한다”면서 “이날부터 돌이킬 수 없는 비극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숨진 송 씨는 당시 학생들을 추행했다는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지만 ‘학생들을 추행할 의도가 있어 보이지 않는다’며 경찰은 해당 사건을 내사 종결했다.

조사 과정에서 학생들이 ‘수업 태도를 지적하는 과정에서 꾸지람이 있었지만, 성적 접촉은 아니었다’며 진술을 번복했고 일부 내용이 부풀려졌다는 사실도 확인됐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전북교육청은 송 씨가 무혐의 처분을 받았음에도 직권으로 조사를 벌였고 해당 학교로부터 송 씨는 ‘직위 해제’라는 중징계를 통보받았다.

강 씨는 “좁은 동네에서 남편은 자신이 성추행범이라고 낙인찍혔다는 사실에 억울함을 감추지 못했다”면서 “조사를 받고 남편이 집에 오면 마당에 나가 먼 산을 바라본 채 몇 시간 동안 꿈쩍도 하지 않는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고 울먹였다.

이어 강 씨는 “교육청 조사 이후 남편은 극심한 스트레스에 음식은커녕 물만 먹어도 토를 했다”며 “남편은 매번 억울하다면서 눈물을 흘렸고 이런 남편의 모습에 보며 가슴이 찢어지는 고통을 느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러면서 강 씨는 “이같은 비극으로 한 가정이 산산조각났지만 이로 인해 처벌받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고 무리한 조사를 진행한 교육청은 지금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분노했다.

강 씨는 남편이 숨진 뒤 몸무게가 16kg 이상 빠졌고 극심한 스트레스에 눈까지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건강이 악화된 상태다.

강 씨는 “남편을 떠나보낸 뒤로 눈가에 눈물이 마를 날이 없었다”면서 “최근 남편의 순직 인정 판결이 났지만, 앞으로도 한 남편의 명예를 회복을 위해 그리고 진심 어린 사과를 받을 때까지 끝나지 싸우겠다”고 말했다.

김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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