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호불호 갈린 도립국악원 무용단 정기공연 ‘천변연가’
[리뷰] 호불호 갈린 도립국악원 무용단 정기공연 ‘천변연가’
  • 김미진 기자
  • 승인 2020.06.29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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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변에서 시작된 춤의 판타지로의 초대

 천변에서 시작된 춤의 판타지에 사람들이 초대되기 시작했다. 코로나19로 인해 들어갈 수 없었던 굳게 닫힌 공연장의 문이 랜선으로 조심스럽게 열린 순간, 관람객들은 각자의 내밀한 공간에서 더욱 자연스럽게 리듬을 탈 수 있었다.

 그 무대에는 어린 소녀부터 청춘남녀, 중년의 썸남썸녀, 세상의 모진 풍파를 겪은 여인, 청둥오리와 수달, 학, 철새, 나무와 갈대까지 세상의 모든 생명체들이 초대됐다. 누구나 이 춤의 향연에서 함께할 수 있음을, 그 마음을 전하고 싶었던 무용단 단원들의 몸짓과 표정도 상기됐다. 코로나19는 그렇게 우리의 시간을 되돌아 볼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전라북도립국악원 무용단(단장 여미도)이 지난 26일과 27일 소리전당 연지홀과 유튜브 ‘국악똑똑TV’ 등을 통해 스물아홉 번째 정기공연으로 선보인 작품 ‘천변연가’는 천변의 사계에 인생의 희로애락을 입힌 작품이다.

 총 13장으로 구성된 작품은 각 장마다 변화되는 천변의 이미지를 한 장의 스틸사진에 담아내는 듯한 느낌으로 줄기를 엮어갔다. 봄에서 여름으로, 여름에서 가을로, 그리고 겨울과 다시 봄이 오기까지. 천변의 사계는 한 여인의 인생의 여로에 빗대어지면서 스토리를 쌓아갔다.

 그렇게 전주시민에게 익숙한 공간인 천변이 판타지적인 공간으로, 강줄기와 인간의 삶, 자연과 생태, 사랑이라는 인류의 보편성을 갖는 공간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생의 절반을 지나 가을로 들어서며 이어진 ‘깃’과 ‘갈대’, ‘나목’의 무대 연출과 흐름은 뛰어났고, 몰입감도 상당했다. 끝내 객석으로부터 지나온 생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보편성을 갖는 무대의 생명력은 길다.

 무엇보다 랜선이 열광했다. 공연이 이뤄진 이틀 동안 유튜브 ‘국악똑똑TV’ 등의 채널을 통해 2,000여회의 실시간 스트리밍서비스가 이뤄졌고, 관람객들은 댓글로 소통하면서 현장에서 직접 함께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달랬다. 랜선의 객석은 금방이라도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무용수들과 함께 춤을 추고 싶다는 마음을 표현하는데에도 거침이 없었다. 마지막 장면인 ‘봄, 비나리’에서 무대와 객석에 공존하는 흥을 끌어내고자 했던 연출가의 의지가 전해진 셈이다. 공연에 ‘아모르 파티’나 ‘봄날은 간다’ 등 대중음악을 들인 점도 랜선이 뜨거워지는데 포인트로 작용했다.

 그렇게 ‘천변연가’는 “안무가 신선하고 예쁘다” “무용단이 젊어졌다” “몰입감이 좋다” 등의 적극적인 감상평을 남긴 랜선 객석으로부터 ‘하트’도 받았다. 한층 세련되고 모던해진 느낌의 안무와 무대연출, 영상, 의상으로 대중에 흡입력 있게 다가가 도립국악원 무용단의 격을 높였다는 찬사가 쏟아졌다. 발레의 성지선, 현대무용의 최태현, 한국무용의 신수인 등 무용가들의 활동영역이 넓지 않은 상황에서 전북의 유망주들을 객원으로 세운 점도 박수 받을 충분한 이유가 되었다.

 반면, 도립국악원 무용단이라는 이름의 무게에 걸맞지 못했다는 우려의 시선도 공존했다. “발레인가요? 한국무용인가요?”라는 객석의 송곳같은 질문은 이번 ‘천변연가’에 대한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렸음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우리춤의 정서에 현대적인 색채를 가미했다고 하지만, 정작 우리춤의 정서를 어디에서 찾아야 할지 모를 혼란스러움은 ‘천변연가’를 호불호가 확실하게 갈리는 문제작으로 남겼다. 발레와 현대무용, 자이브까지 다양한 춤의 줄기로 무대는 화려해졌을지 모르지만, 한국무용의 본질적인 아름다움을 놓친 것은 아닌지, 이제 소통을 시작하면 된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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