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공통전염병연구소 발전을 위한 제언
인수공통전염병연구소 발전을 위한 제언
  • 어성국
  • 승인 2020.06.29 15: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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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서남부에 살기 좋기로 유명한 샌디에고라는 도시가 있다. 샌디에고에는 유명한 바이오리서치클러스터가 형성되어 있다는 것은 관련 연구자들은 다 아는 사실이다. 예전 필자는 샌디에고에 있는 캘리포니아 대학(UCSD)에서 연구 생활을 한 적이 있다. 당시 UCSD가 운영하는 Lajolla 연구소에서도 연구를 하였고, 더불어 UCSD가 운영하거나 같은 소속으로 되어 있는 의생명관련 유명 연구소, 스크립스(Scripps), 번햄(Burnham)연구소 및 솔크(Salk)연구소가 주변에 배치되어 대학의 자유롭고 미래지향적인 아이디어를 갖고 연구를 수행하는 것을 보고 경험하였다.

 위에 열거된 연구소는 노벨상 수상자를 여러 명 배출한 미국 내 유명연구소 일뿐 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이미 알려진 연구소다. 사실 위에 열거된 세계적 유명연구소의 설립 초창기에는 현재의 인수공통전염병연구소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유명 바이오연구소를 비롯해 바이오벤처기업 등이 집적된 세계적인 바이오클러스터가 샌디에고에 형성하게 된 시발점은 1964년 샌디에고에 캘리포니아 대학(UCSD)의 유치에서 비롯되었다. UCSD로부터 배출되는 우수한 인적 자원이 주변 연구소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연구소로 발전하고 알리게 되는 좋은 기회가 되었던 것이다. 결국 주변 연구소와 벤처 기업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대학의 기능이 매우 중요함을 일깨우게 하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현재의 인수공통전염병연구소는 미래에 어떠한 연구소가 되어야 하는 것일까? 필자는 인수공통전염병연구소를 부처이관을 통해 국립감염병연구소 분소 유치를 추진하고자 하는 지자체장과 일부 정치인들에게 이에 대한 답을 묻고자 한다. 인수공통전염병연구소의 운영 자원이 안정적이지 않으니 부처이관을 주장하는 것이면 더더욱 터무니없는 이야기로만 들린다.

 필자는 당당히 인수공통전염병연구소의 설립 취지와 기능을 살린 대학 본연의 기능을 기반으로 하여 국립감염병연구소가 유치되어야 된다고 주장하고 싶다.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을 기회로 이용한 것도 아니고 기관 이기주의의 바탕이 아닌, 신규 국립감염병연구소의 설립과 대학, 지자체 정책 실현 등을 위한 좋은 방법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전북대학교 인적 자원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인수공통전염병연구소를 부처이관을 통해 대학으로서 갖고 있던 기능을 없애버림으로써 나타나는 지역 내 및 국가 전체의 연구 생태계가 무너지는 것을 상상하고 싶지 않다.

 국립감염병연구소가 벤치마킹하는 미국 국립 알러지·감염병연구소의 내부 조직을 살펴보면 이런 주장을 하는 필자의 생각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특히, 내부 조직 중 눈여겨 볼 만한 조직은 외부 연구지원 조직(extramural activity)이다. 이러한 외부 연구지원조직은 알러지·감염병관련 연구기관을 지원하는 조직으로, Lajolla 연구소도 미국 국립 알러지·감염병연구소로부터 지원 받아 UCSD가 운영하고 있다. 이와 같은 시스템을 추구한 이유는 국립연구기관의 경직된 연구 활동 반경을 타파하고 대학에서의 자유롭고 미래지향적인 연구를 통해 관련 인적 지원을 확보하는데 매우 효율적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인수공통전염병연구소에서 행해지는 연구는 부처이관에 의해 설립될 국립감염병연구소에서는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은 불 보듯 뻔하고, 인수공통전염병연구소를 운영하며 이루어졌던 미래지향적인 인재 양성과 자유로운 연구 활동은 영원히 사라지게 될 것이다.

 감염병 70% 이상이 동물로부터 오는 인수공통전염병이라는 것은 너무나도 많이 알려진 사실인데, 동물의 질병을 제어하면 사람의 건강을 확보할 수 있다는 생각은 미처 하지 않는 것 같다. 코로나바이러스의 경우도 이미 돌연변이를 거쳐 우리와 동일한 생태계에 사는 동물에 감염되어 새로운 변이로 도출되어 언젠가 다시 나타날 수 있음을 모르는 것일까. 이미 인수공통전염병연구소는 미국의 번햄연구소, Lajolla 연구소와 같이 특화된 연구 분야에서 연구활동을 하고 인재를 양성하는 국내 유일의 연구소라는 것을 인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인수공통전염병연구소가 명품 연구소가 될 수 있는 보다 정교한 관심과 지원이 있기 바란다.

 
 어성국 (전북대 수의대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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