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경을 아시나요
새경을 아시나요
  • 박종완
  • 승인 2020.06.28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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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저마다 꿈을 꾸고 목표를 이루기 위해 오늘도 동분서주하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을 것이다.

 우리네 인생살이가 꿈꾸는 대로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다면 얼마나 좋으련만, 세상살이는 경제학 논리도 통하지 않을 만큼 급격한 변화와 글로벌한 무한경쟁 속에서 내일은 고사하고 당장 오늘을 살아가기에도 고단한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필자는 농촌마을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우리나라 농업인구의 비율이 전체인구의 60%를 상회하고 국가에서도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라며 농업을 장려하던 시절이었다.

 너나 할 것 없이 농부의 아들딸로 태어나 남들과 비교할 필요 없이 대자연의 흙을 일구며 땀 흘리던 시절, 비록 가난했지만, 마음만은 오히려 요즘보다 더 행복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러나 그 시절에도 빈부의 격차는 어쩔 수 없는 현실이었으니, 농사를 짓고 싶어도 땅이 없어 가난한 가정에서는 먹고살기 위해 누군가는 대농의 집안으로 머슴살이를 가야만 했었다.

 요즘 젊은 세대에게는 생소하겠지만, 그 시절 머슴으로 들어가 한 해 동안 농사일을 한 대가로 주인집에서 받는 연봉을 ‘새경’이라 불렀다.

 기계화 영농이 발달하기 전에 모든 동력은 소(牛)에 의존했고 힘센 일꾼이 대접받던 시절인지라 논밭이 많은 집안에는 대게 일꾼(머슴)이 한두 명쯤은 있었다. 따라서 일꾼의 숫자가 부의 척도가 되었으며 일꾼들에 대한 신상정보가 없었기 때문에 마을 어귀의 커다란 돌을 들어보게 하여 힘센 정도를 가늠해 상머슴과 졸 머슴으로 구분하고 새경을 책정하기도 했었다.

 힘이 세고 근면성실한 상일꾼은 연봉으로 쌀 13가마를 받았고 졸 머슴은 8가마니를 받았는데, 당시 농가에서 최고의 재산 가치는 논과 밭에 있었는데 논 한마지기(200평)를 사려면 대략 쌀 10가마니를 지불했으니 머슴들의 연봉이 논 한마지기였던 셈이다.

 머슴들은 가난하고 배우지 못해 비록 남의 집 일꾼으로 살았지만 결코 자책하거나 현실을 부정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자녀들에게는 지긋지긋한 가난을 대물림하지 않기 위해 머슴살이라도 할 수 있음에 감사하며 최선을 다했었다.

 열심히 일하고 보상받는 기쁨이 얼마나 컸겠는가. 하루하루가 고되고 힘들지만,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해 흐르는 땀방울이 오히려 고마웠던 것이다. 비록 가족을 떠나 주인집에서 먹고 자며 고생하지만 자신의 희생과 노력으로 한해 쌓여가는 논마지기가 본인에게는 보람이고 가족들에겐 희망이었을 것이다.

 본인의 희생으로 동생들이나 자녀를 학교에 보내고 언젠가는 논마지기를 가진 당당한 집안의 가장으로 거듭나고자 하지 않았을까 싶다.

 당시엔 할 수 있는 일이 농사일밖에 없어 남의 집 머슴을 살았지만 점차 산업이 발전하고 도시의 확장으로 건축일이 늘어나면서 동네마다 근면성실한 일꾼들이 농사일을 그만두고 건축 사업가로 변신해 음지가 양지되는 신화를 보여주기도 하였다.

 예나 지금이나 일할 수 있는 터전과 일한 만큼 정당한 ‘새경’을 받아 가족과 함께 행복한 삶을 원할 것이다. 정부는 물론 지자체에서도 고용창출에 많은 예산을 배정하고 기업유치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의 현실은 SKY. 인기학과를 전공하고도 취업이 어렵고 더구나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많은 업종에서 사람들이 거리로 내몰리고 있는데 머지않아 또 수많은 일자리가 AI로 대체될 것이라는 전망이지만 필자는 어려울 때일수록 또 다른 기회가 찾아오리라 믿는다.

 바라 건데 누구나가 원하는 높은 곳만 바라보지 말고 전향적으로 몸을 낮추어 아무도 바라보지 않는 일에 도전하는 용기가 필요할 때다. 비록 지금은 하찮은 일일지라도 본인이 선택한 업(業)에 열정을 갖고 매진한다면 우보천리(牛步千里)처럼 언젠가는 꿈과 목표를 이루고 빛을 발하는 양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거대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는 말처럼 스스로 선택과 능력을 믿고 탐험가의 정신으로 오늘도 감사하며 최선을 다하는 하루였으면 싶다.

 박종완<계성 이지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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