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음식, 착한 가격업소 운동 펼칠 때다
여름철 음식, 착한 가격업소 운동 펼칠 때다
  • 이흥래 전 언론인
  • 승인 2020.06.25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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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국내의 코로나19 재확산세가 대단히 심상찮은 기세이다. 한때 한자리 숫자로 줄었던 하루 확진자 수가 5월 연휴 이후 10여명대에서 많게는 50-60명 수준까지 치솟는 등 당최 줄어들 줄을 모르고 있다. 우리 전북지역의 경우만 해도 대전 확진자들이 다녀간 음식점에서 여고생과 대학생들이 순식간에 감염돼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특히 종전에는 감염자들이 수도권과 대전 등 일부 지역의 특정 장소를 중심으로 많이 발생하곤 했다. 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등이 느슨해지면서 요즘에는 그동안 코로나 청정지역으로 불렸던 지방들까지 코로나 환자가 늘어나면서 지역사회가 노심초사하고 있다. 이같은 코로나 19의 재확산세는 비단 우리나라만이 아닌 모양이다. 최초 발생국이었지만 무지막지한 지역봉쇄를 통해 코로나 박멸국가임을 자랑하려던 중국도 다시 확진자가 늘어나 전전긍긍하고 있다. 또 미국과 브라질 등 마초적 정치인들의 돌발행동이 잦은 아메리카 대륙을 비롯해서 파키스탄과 방글라데시 등 인도양 연안국들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 팬데믹이 심각히 우려되는 암울한 상황에 처해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를 박멸하려면 백신개발이 첩경이지만 이게 하루아침에 이뤄질 수도 없는 처지이다 보니 이젠 옆에선 죽어나고 또 옆에선 춤추는 세기말적 상황에 인류의 미래를 맡겨둬야 할 판이라 한숨만 나올 뿐이다.

 아무리 코로나가 기승을 부려도 먹기를 포기하거나 줄일 수는 없는 노릇. 사람과 물자의 왕래가 줄어 경제상황이 악화하면 입맛도 줄어야 좋겠지만 이게 어디 사람 마음먹은대로 될 일인가. 끼니때만 되면 하릴없이 식탁에 모여들고, 염치좋게도 입맛이 있네 없네, 타령이 많기도 하다. 또 때가 때인지라 날이 무더워지니 냉면이다, 소바다, 국수다 해서, 소문 좀 난 여름 별미집 입구에는 벌써 식사시간마다 줄이 길게 늘어서고 있다. 코로나와 경제악화로 세상은 그리 편치 못하지만 시원하고 매콤하거나 달짝지근한 국물과 면발로 속을 달래다보면 시름도 한결 덜해질 것 아닌가. 하여 나부터도 가끔은 이런 가루음식점을 찾곤 한다. 물론 이런 음식을 파는 전체 업소가 다 손님이 많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일찍부터 이름이 났거나, 아니면 요즘 뜨고 있거나 간에 좀 알려진 집들을 가보면 왜 이런 집들은 손님이 왜 이렇게 많은거야 하면서 나도 놀라곤 한다. 하여튼 밀려드는 인파 속에서 겨우 자리를 잡고 음식을 받게 되면, 그 후 내가 누릴 수 있는 행복한 미각의 시간은 불과 10분을 넘지 못한다. 건장한 청년은 고사하고 우리 또래의 웬만한 중늙은이들도 젓가락질 몇번이면 면발은 금세 바닥을 드러내게 마련이다. 더 고약한 것은 보통을 시키면 보통사람의 배는 채워야 할 터인데 양이 적다보니 자연히 곱빼기를 시키지 않을 도리가 없다. 또 밥에 국과 찌게, 그리고 이런저런 반찬이 곁들여지는 백반과 달리 고작 단무지나 김치 몇가닥이 반찬의 전부이니 더 젓가락질 할 만한 거리도 없는데다 밀려드는 인파들의 눈치에 더 앉아있을 재간도 없다보면 내가 누릴 수 있는 그 달콤한 시간은 딱 10분도 넘지 못한다. 사람 마음이 가기 전과 다녀온 후 달라진다고, 계산대 앞에 서면 이 가루음식들의 가격이 이렇게 비싸도 되나 하는 얄팍한 심사가 드는 건 나만일까. 물론 업주들은 나름대로 경비가 많이 든다고 할 것이고 또 비싸면 안먹으면 될게 아니냐고 말하겠지만 솔직히 한 그릇에 원가는 얼마나 될까를 생각해 보곤 한다. 천원, 이천원? 이렇게 남는 게 많은 장사다 보니 어떤 집은 여름 한철만 일해도 사철 잘 살고, 어떤 집은 외지에서 직장 잘 다니던 아들 딸, 사위 불러들여 분점 내주고 건물 빵빵해 지었다는 얘기가 전설만은 아니리라.

 코로나19 발생 이후 우리 전북에서는 착한 집세운동을 비롯해서 해고없는 도시 만들기 운동을 전개해 전국적인 이슈를 모으고 있다. 사람과 물자의 이동이 줄어드는 데 따른 경제사정을 고려해 서로 돕고 살자는 착한 마음에서 비롯된 상부상조 정신의 발로가 아니겠는가. 물론 이같은 운동을 활성화 하기 위해서 각 지자체가 적절한 지원책을 마련하는 등 제도적 지원도 한몫을 하고 있다고 본다. 하지만 과문한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서민들이 주로 찾는 음식점들이 가벼워진 고객들의 주머니 사정을 고려해 음식값을 낮춰주자는 착한 가격운동은 별로 들어보질 못했다. 집세 낮춰주기나 해고 없는 기업을 운영하려면 일단 경제규모 자체가 크기 때문에 쉽게 용단을 내리기 어렵지만 착한 음식가격업소 운영은 업주의 과감한 결단과 지자체 등의 작은 지원만 보태져도 얼마든지 가능하리라 본다. 우리 전북이 맛의 고장이라지만 요즘은 값만 비싸고 먹을 것 없다는 불만이 주민들 입에서부터 터져 나온다. 경제도 어려운데 서로 돕다 보면 선순환도 더욱 가능하리라 본다. 소비자 단체들도 멋만 부리지 말고 이런 운동을 적극 유도하는데 나서기 바란다.

 이흥래<前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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