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겪는 공포의 총소리는 산후통처럼 아프다
매년 겪는 공포의 총소리는 산후통처럼 아프다
  • 이소애
  • 승인 2020.06.25 16:4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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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이면 어둠과 총소리에 대한 공포가 기억에서 되살아난다. 상처 많은 나무가 아름다운 무늬를 남긴다는 정호승 시인은 마음이 고와 무량수전 한 채가 들어 있다고 하는 데 나는 산후통 같은 진통을 마음속에 담고 있다.

 나의 깊은 상처에는 해마다 6월에 찾아오는 손님이 있다. 반갑지 않은 손님 때문에 시달린다. 마치 아이들 생일이 다가오면 어김없이 산후통증으로 시달리는, 그처럼 공포의 트라우마가 내 몸에 나이테처럼 새겨져 있다.

 올해는 6·25 전쟁 70주년이다. 한국전쟁은 한국인의 삶에 문신처럼 새겨져 있다. 담요로 문을 가려서 빛이 밖으로 새지 않도록 공포의 밤을 보냈다. 완장을 찬 사람이 휘파람 불면 아버지는 벌벌 떨며 마루 밑으로 숨었다. 총을 들고 대문을 박차고 들어와 샅샅이 집안을 뒤지면서 총부리를 우리 가족들에게 들이대곤 했다.

 국군과 인민군을 어른들은 쉽게 구별하는데 어린 나는 서로 닮은 대한민국 사람으로 보였다. 전쟁은 진주하면서 사람을 죽였고, 후퇴하면서도 죽이기를 반복하였다. 전쟁은 사람을 죽이는 싸움이었다. 전투 지역에서도 죽였고 후퇴하면서 죽이기를 반복하였다. 군부대와 교도소에서도 죽였다. 죽여서 구덩이에 묻고 저수지에 던졌다고 소설가 김훈은 말한다.

 전쟁은 증오와 적개심 위에 남북이 갈라져 70년이 흘렀다. 지금 남북관계가 꽁꽁 얼어붙고 있다. 코로나19의 사회적 거리를 챙기며 어렵게 생활하고 있는데 그 재앙이 사라지기도 전에 한반도는 남북관계의 긴장에 불안에 떨고 있다.

 한국전쟁에서 남북 어느 나라도 승리하지 못했다. 전쟁을 통해서는 인종 말살의 공포를 남겼을 뿐이다. 한반도 평화를 반기지 않는 비토세력 때문일까?

 북한이 ‘4·27 판문점 선언에’ 따라 철거되었던 대남 확성기를 다시 설치하고 대남 전단 1천200만장을 만들어 대남 선전 공세에 나선다는 신문 보도를 보고 6월이면 찾아오는 ‘총소리와 어둠’에 대한 트라우마가 노크하고 있다.

 상대방에 대한 모두 적대행위를 중지하기로 했던 ‘판문점 선언’을 전면 파기하는 것이다. 도보다리를 스쳐 지나간 바람과 아름다운 숲 속의 새들을 불러 한반도의 고민을 털어놓고 싶다.

 전쟁이 밀리고 밀려올 때마다 농어촌과 도시 산간마을에서는 민간인들끼리 서로 적대 세력으로 분류해서 죽고 죽였던 전쟁이 다시는 이 땅에서 발발하지 않기를 기원한다. 완장을 찬 젊은 청년들에게 끌려가지 않기 위해서 직장을 버리고 아버지는 외갓집 땅굴 속에서 숨어 살았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한국은 편 가르기로 사람을 죽였다고 한다. 남북관계가 악화하면서부터 국내 정치에 관심이 커진다. 아니 나라를 위해 서로 힘을 합치고 운항을 하면 어떨까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양당 원내대표가 서로 어깨동무를(2020.6.24. 한겨레) 하고 웃는 사진을 보고 조금은 불안감이 사라졌다. 강원도 고성의 화암사에서 만나 커피숍으로 가는 양당 원내 대표의 모습은 일순간 잘 될 거라는 위로를 받는다.

 6월의 아픔은 어린 시절의 기억이 되살아나는 트라우마였다. 어두운 동굴에서 지낸 오랜 생활과 밤이면 불을 끄고 보내야 하는 공포와 종소리.

 고통은 극복하는 것이 아니고 동반자가 되어야 한다. 고통에 대해 이겨냄은 고통을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아무리 아파도 받아들이는 겸허한 자세가 아니면 견디기가 어렵다. 6월이 그렇다.

 30년 넘게 산 독수리를 생각한다. 무뎌진 부리와 무거워진 날개와 날카롭게 자란 발톱이 살 속을 파고들어 죽을 수밖에 없는 위기의 독수리를 떠올려본다. 새 삶을 찾기 위해 6개월 정도 먹는 것도 포기하고 새롭게 태어날 길을 선택하는 길은 힘든 고통이다.

 높은 산정에 둥지를 틀고 암벽에 부리를 쳐 깨트려야 한다. 새 부리가 날 때까지 인내의 기다림을 견뎌야 한다. 새 부리가 나면 발톱을 뽑아내고 새 깃털을 기다리는 힘든 고통을 견뎌야 한다.

 이렇듯, 노후의 삶을 윤택하게 하려면 산후통처럼 고통이 찾아올 때 어떻게 세상을 바라보아야 할까 고민해 본다.

 이소애<시인/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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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수 2020-06-26 16:28:18
돌아가실 부모님들의 경험담이 떠올라 가슴이 아려옵니다. 다시는 동족끼리 서로 죽이는 비극이 없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