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언 추장, 시애틀(Seattle)이 생각나는 시간
인디언 추장, 시애틀(Seattle)이 생각나는 시간
  • 송일섭 염우구박네이버 블로거
  • 승인 2020.06.25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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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책 한 권도, 대화록 한 편도 남기지 않았다. 그는 글자를 배운 적이 없으므로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최근 코로나 팬더믹에 이르기까지 많은 ‘문명의 야만’에 직면하면서 그를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대답은 간단하다. 그는 오래전에 우리에게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설파했기 때문이다.

 

 그는 바로 인디언의 추장, 시애틀(Seattle)이다. ‘시애틀’은 미국 태평양 연안 북서부에 있는 도시 이름이기도 하다. 동양과 알래스카로 통하는 관문으로 경관이 아주 빼어난 도시다. 이 도시의 초기 개척자들은 바로 인디언 추장, 시애틀(Seattle)의 이름을 따서 세운 도시다.

 

 시애틀(Seattle)이 어떤 사람인지는 그가 남긴 두 편의 글에 잘 나타나 있다(그가 글자를 몰랐으니, 그것은 누가 대필한 것으로 추정된다). 하나는 대통령 프랭클린 피어스(14대)가 그의 영지를 미국에 팔라고 할 때 쓴 것이고, 다른 하나는 백인에게 땅을 넘겨주고 억장이 무너지는 심정으로 쓴 연설문이다.

 

 “어떻게 당신은 하늘과 땅의 체온을 사고팔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우리는 신선한 공기와 반짝이는 물을 소유하고 있지도 않은데 어떻게 당신은 그것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이 땅의 구석구석은 우리 백성들에게는 신성한 곳이다. 저 빛나는 솔잎들이며 해변의 모래톱이며 어두침침한 숲속의 안개며 노래하는 온갖 벌레들은 우리 백성들의 추억과 역사 속에서 성스러운 것들이다.”

 

 즉, 땅의 주인은 인간만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땅은 인간과 자연이 공유하는 터전이라며 땅을 주지 않으려 하자, 백인들은 총칼로 그 땅을 빼앗았다. 시애틀 그 땅을 빼앗기고 나서도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이렇게 덧붙였다.

 

 “백인들은 이 땅에 사는 짐승들을 형제처럼 생각해야 한다. 짐승들이 없다면 인간은 어떻게 될까. 모든 짐승이 사라져 버리면 인간은 고독 때문에 죽게 될 것이다. 짐승들에게 일어난 일들은 그대로 인간에게도 일어나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당신의 잠자리를 계속 오염시켜 나간다면 어느 날부터 당신은 당신이 버린 오물 속에서 질식하게 될 것이다.”

 

 얼마나 섬칫한 이야기인가. 사람들이 자연을 무분별하게 훼손한다면 결국 우리가 배설해 놓은 오물에 질식하고 말 것이라는 경고, 어떤가. 이번 코로나 팬더믹이 그렇고, 환경오염과 이상기온 등은 우리들의 탐욕이 불러들인 재앙이다. 생태주의적 관점에서 자연과 더불어 살고자 했다면 이런 상황은 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시애틀 추장은 신(神)에 대하여 어떤 생각을 했을까.

 

 “당신들이 이 나라의 땅을 소유하고 싶어 하는 것처럼 당신들은 신(神)도 소유하고 있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당신네 신과 우리의 신은 같은 신이다. 인간의 신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인간에게 신(神)은 지역과 인종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지역과 인종에 따라 서로 다른 신을 옹립하면서 서로 자기들만의 신이라고 우기고 있다. 예수와 석가, 그리고 마호메트의 가르침이 다르지 않은데, 우리는 이를 애써 구분하면서 서로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다. 자기가 믿는 신이 아니면 신이 아니라는 편협함에 빠져 있다. 시애틀은 우리에게 또 경고한다.

 

 “신에게 대지가 소중한 것이다. 그리고 신이 우리를 사랑하듯 그 땅을 사랑하라. 지상에서 마지막 인디언들이 사라지고 오직 광야를 가로질러 흘러가는 구름의 그림자만 남더라도 백인 또한 우리와 똑같은 운명으로부터 제외될 수 없다.”

 

 그의 마지막 이 고별연설을 듣고 있노라면 가슴이 뭉클해진다. 우리가 훼손해버린 지구환경, 그리고 나만이 옳다는 이기심이 이 세상을 황폐하게 만들고 있다. 이 삭막한 세상을 보면서 문득 떠오른 시애틀 추장, 지금도 많은 사람이 그의 동상과 무덤 앞에서 머리를 조아리는 이유를 다시 생각해 볼 일이다.

 

 송일섭 염우구박네이버 블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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