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사학자 신정일, 천혜의 자연 경관을 자랑하는 강원과 영남의 풍류에 취하다
문화사학자 신정일, 천혜의 자연 경관을 자랑하는 강원과 영남의 풍류에 취하다
  • 김미진 기자
  • 승인 2020.06.24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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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일 문화사학자가 이번엔 천혜의 자연 경관을 자랑하는 강원의 수려한 풍경 속을 거닐고 아름다운 영남의 풍류에 취했다.

전국 방방곡곡을 직접 걸으며 완성한 도보답사기 ‘신정일의 신新 택리지’ 시리즈(쌤앤파커스·각 권 1만9,800원)의 여섯 번째 책 ‘강원’ 편과 일곱 번째 책 ‘경상’편을 출간한 것이다.

 이미 브랜드가 된 신정일의 이 시리즈는 이중환의 ‘택리지’에 기반을 두고 인문 지리와 역사지리학의 측면에서 지금의 택리지로 다시 쓰고자 시작됐다. 그동안 서울 편을 시작으로 경기, 전라, 북한, 제주 편이 출간됐다. 이중환이 살다간 이후 이 땅에 얼마나 많은 일들이 일어났고 얼마나 많은 인물들이 태어나고 사라졌는지를 생각해본다면, 더 큰 의미를 발견할 수 있는 책이다.

 정선 아리랑 가락을 타고 넘어가는 땅, 강원 편을 통해서는 더 넓고 더 깊은 강원도를 이해할 수 있다. 강릉과 원주의 첫 글자를 따서 이름 지은 강원도에는 설악산, 오대산, 두타산 등의 명산뿐만 아니라 낙산사, 장호, 용화, 경포대, 화진포 등 해수욕장도 즐비하다. 여기에 부산에서 두만강으로 이어지는 최장거리의 도보답사가 가능한 동해 바닷길은 ‘해파랑길’이라 불리며 온 나라 사람들의 발걸음을 이끈다.

 일찍이 이중환도 강원에 대해 “이름난 호수와 기이한 바위가 많아서 높은 데 오르면 푸른 바다가 넓고 멀리 아득하게 보이고, 산골짜기에 들어가면 물과 돌이 아늑하여 경치가 나라 안에서 참으로 제일”이라고 평했는데, 저자 또한 “항상 그리운 땅, 살아보고 싶은 땅이기에 사람들이 강원도를 찾고 또 찾는 것인지도 모른다”고 적으며 경외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총 497 페이지에 이르는 책은 한강의 발원지로 알려진 검룡소부터 기름진 문막평야, 온 지방 사람들이 모여 한바탕 굿판을 벌이는 강릉단오제, 원주, 횡성, 관동팔경, 화진포, 정동진까지 강원도 곳곳에 숨은 재미있는 지리, 역사, 사람 이야기를 펼쳐 보인다.

그런가하면, 신라 천년의 고도 경주와 삼백의 고장 상주에서 한 자씩 따서 이름 지은 경상은 인재와 문화의 보고로 정의될 수 있다. 현재까지도 국내 정치와 경제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니, 250년 전 이중환이 “경상좌도는 벼슬한 집이 많고 경상우도는 부유한 집이 많다 한다”라고 언급한 시대적 상황과도 맞물린다.

 저자는 경상 편에서 낙동강 발원지부터 안동, 의성, 동해의 끝 울릉도와 독도, 지리산과 섬진강을 지나 부산 마산, 진해까지 경상도 곳곳에 숨은 재미있는 지리, 역사, 사람 이야기를 담아낸다. 그러나 바닷가에 빼곡하게 들어선 별장과 콘도, 곳곳에 조성된 골프장, 댐건설과 직강화 작업으로 오염된 강의 모습을 바라보며 저자는 정작 사람은 마음 놓고 걸을 수 없는 길이 많아진 것을 안타까워 한다.

 이 두 권의 책은 입담 좋은 해설사와 함께 꼼꼼하게 이들 지역을 답사한 느낌을 전한다. 저자가 직접 발로 체득한 지형과 지세, 각 지역에 얽힌 역사적 사건과 인물들, 전해 내려오는 설화들, 지명의 유래까지 흥미진진하게 그려져 있기에 그렇다. 특히 패자 혹은 역사 속으로 숨어들었던 사람들을 새롭게 조명하고자 한 저자의 노력이 돋보인다. 한반도 전역에 대한 균형감 있는 인문지리학적 통찰을 준다.

 사단법인 ‘우리 땅 걷기’ 신정일 이사장은 30년 넘게 우리 땅 곳곳을 답사한 전문가로, 1989년부터 문화유산답사 프로그램을 만들어 현재까지 ‘길 위의 인문학’을 진행하고 있다. 그는 각 지역 문화유적은 물론 400곳 이상의 산을 오르고, 금강·한강·낙동강·섬진강·영산강 5대 강과 압록강·두만강·대동강 기슭을 걸었으며, 우리나라 옛길인 영남대로·삼남대로·관동대로 등을 도보로 답사했다. 부산 오륙도에서 통일전망대까지 동해 바닷길을 걸은 후 정부에 최장거리 도보답사 길을 제안해 ‘해파랑길’로 조성됐고, 소백산자락길, 변산마실길, 전주 천년고도 옛길 등의 개발에 참여하는 등 공로를 인정받아 2010년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그는 수십여 년간 우리 땅 구석구석을 걸어온 이력과 방대한 독서량을 무기로 ‘길 위에서 배운 것들’, ‘길에서 만나는 인문학’, ‘홀로 서서 길게 통곡하니’ 등 60여 권의 책을 펴냈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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