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대 총장 선거, 이제라도 해명·사과해야 한다
전북대 총장 선거, 이제라도 해명·사과해야 한다
  • 김창곤 前 언론인
  • 승인 2020.06.22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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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부 잘하는 자녀는 가난한 집 희망이다. 전북대가 전북의 보배다. 빈약한 도세(道勢)를 뛰어넘는 성적표로 도민에게 기쁨을 안겼다. 그랬던 대학에 그늘이 드리웠다. 우선 올해 QS 세계대학평가에서 ‘지역거점 국립대 3위’로 떨어진 사실이다. 전북대는 이 평가에서 2014년부터 내리 6년 부산대에 이어 2위를 지켜왔다. 3위도 대견하지만 한번 내리막이면 걷잡기 어렵다.

 평가 순위가 대학 실력을 가늠하는 절대 기준일 수는 없다. 순위는 영역별 배점에 따라 바뀔 수 있다. 그럼에도 대학마다 높은 평가를 받으려 애쓴다. 좋은 평판이 우수 학생 유치에서 졸업생 취업, 연구비 수주, 발전기금 모금까지 선순환 핵심 고리를 이루기 때문이다. 나빠진 평판은 악순환을 부른다.

 전북대는 광역시 거점 국립대들보다 불리하다. 인지도부터 낮다. ‘6년 연속 2위’는 끈질긴 혁신 성과였다. 교수부터 고통을 감내했다. 2008년 이후 조교수가 정교수로 승진하려면 학술지에 논문 14편 이상을 실어야 했다. 정년이 보장된 교수도 2년에 1편 이상 논문을 낸다. 현안마다 구성원의 땀과 인내를 요구했다. 약대 유치, 한옥캠퍼스 사업에도 정부와 국회, 지자체까지 전방위로 나섰다.

 전북대 순위 하락은 김동원 총장의 선거 공약과 관계될 수 있다. 그는 ‘외부 평가만을 의식한 내실없는 대학운영’이라는 표현으로 평가 자체에 불신을 표했다. 교수채용, 예산-학사운영, 한옥캠퍼스 사업에서 홍보까지 많은 시책이 ‘적폐’로 ‘청산’대상이 됐다. “모두 안개에 가려 흐릿하고 비릿한 냄새가 난다”는 주장이었다.

 재작년 10월 선거에선 재선에 나선 당시 총장의 비리 여부와 이에 대한 경찰 수사 여부로 다투면서 토론이 실종됐다. 전-현직 두 교수가 명예훼손 등 혐의로 기소됐다. 지난 9일 1심에서 선거 불법-타락상 일부가 확인됐다. 유력후보 지지 교수가 당시 총장을 겨냥해 가공된 비리를 제보하며 경찰을 불러들였다. ‘경찰 내사가 사실이냐’를 놓고 이어진 공방 자체가 특정 후보 음모가 아니었냐는 의심을 낳았다. 특정 후보 등 관련자 다수가 휴대폰을 분실했다고 진술하는 등 증거를 감췄다는 의심을 샀다. ‘억울하다’는 교수 한 사람만 유죄 판결을 받았다.

 김 총장의 리더십을 놓고도 논란이 이어진다. 보직자 중 두 부총장이 6년 전 총장 선거에서 김 총장과 함께 낙선했다. 다른 한 부총장과 교무처장은 재작년 투표장에서 당시 총장을 뺀 나머지 후보와 결속을 과시했다. ‘분권’은 공약이지만 리더십에 혼선을 줄 수 있다. 4차 산업혁명 물결과 인구절벽의 위기가 밀려오는데 대학의 미래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구성원이 적지 않다.

 통합과 탕평의 리더십 모델로 흔히 미국 16대 대통령 링컨을 꼽는다. 링컨은 첫 내각 장관 7명 중 4명을 대선 후보를 놓고 경합했던 공화당 정치인들로, 나머지 3명을 민주당 정치인으로 구성했다. 남부연합이 분리되면서 취임 전부터 전쟁이 예고돼 있었다. 링컨은 남북전쟁 막바지 치른 재선에서 남부 출신으로 노예를 소유했던 민주당 앤드류 잭슨을 부통령 후보로 삼았다. 링컨은 관용의 정치인이기도 했다. 반란 수괴인 남부연합 대통령과 남군 총사령관을 처형하지 않고 각 3년과 1년 수감한 뒤 사면했다. 전북대 인사가 ‘전리품 나누기’로 보일 수 있는 것은 미 합중국 해체를 막으려는 링컨의 절박함이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총장으로 누구를 지지했든 대학을 향한 걱정은 하나일 것이다. 단임 약속을 어겼다가 낙선한 이남호 전 총장은 선거 직후 결과에 승복했다. 선거 불법은 판결로 확인됐지만 잘못을 시인한 사람이 없다. 전 총장에게 비리가 있는 것처럼 몰고 갔거나 불법선거 개입이 의심되는 후보 누구도 사과하거나 해명하지 않았다. 선거 승리자부터 이제라도 사과-해명해야 한다. 불법이 없었다 해도 그것이 분열을 봉합하는 길이다. 다시는 학생들에게 부끄러운 짓을 해서는 안된다. 전북대가 어서 제자리를 찾아야 한다.

 김창곤<前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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