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지 분량만 2만 매에 다다르는 대하소설 ‘아리랑’이 전주시립예술단의 연합 뮤지컬로 재해석돼 2020년 공연계를 강타할 준비를 마쳤다.
동명의 원작을 무대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화제성이 높지만, 원작의 배경이 징게맹갱(김제만경)이기에 전북 공연계에서 만큼은 올해의 기대작으로 손꼽힌다. 광복 70주년을 맞았으나 두 나라로 갈려 여전히 대치중인 멈추어 버린 시간, 구한말 민족의 투쟁사와 이민사는 멍든 국민의 가슴을 다시 한번 끓어 오르게 만들기 충분해 보인다.
전주시가 주최하고 전주시립예술단이 주관하는 연합 뮤지컬 ‘아리랑(극본·연출 이종훈, 지휘 심상욱, 합창지휘 김철)’이 7월 2일부터 4일까지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에서 선보여진다. 공연시간은 평일 오후 7시 30분, 주말 오후 3시다.
22일 오픈연습 통해서는 작품 중반부터 후반부에 이르는 장면이 공개됐다. 조국의 독립에 몸 바쳐 전투에 나섰던 이들을 연기한 배우들의 처절한 몸짓과 목소리는 아직도 돌아오지 못한 100년 전 만주벌판으로 사라진 독립군의 후손들의 모습과 오버랩되면서 전율을 남겼다.
작품의 배경은 일제참략부터 해방기까지다. 일본인들의 착취와 친일파의 만행 속에 수많은 농민들은 졸지에 땅을 빼앗기고, 시위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총살당하거나 징역을 산다. 개화사상을 지닌 송수익과 신세호, 승려 공허는 외세에 대항해 의병항쟁에 나선다. 의병의 기세가 날로 쇠퇴해 지자 만주로 간 송수익은 한인촌을 만들어 독립군을 지휘하고 수많은 전과를 올린다. 송수익의 아들 송가원과 며느리 옥비, 지삼출, 손판석, 필녀, 수국 등도 조국의 독립에 앞장선다. 과연 그들이 원하는 세상을 만날 수 있을까?
이번 전주시립예술단의 연합공연은 원작의 맛을 그대로 살려냈다는 점이 주목된다. 장장 3시간에 걸쳐 선보여지는 뮤지컬은 치열하게 저항하며 수많은 고난을 끈질기게 버틴 우리 민족의 실상을 역동적으로 그리는데 초점을 맞춘다. 독립운동가 송수익 일가와 감골댁을 큰 줄기에 두고 전개하고 있기는 하지만, 수많은 등장인물과 스토리 모두를 온전하게 담는데 주력했다. 단 한 명의 영웅서사에 함몰되기 보다는 수탈당한 땅과 뿌리 뽑힌 민족들의 수난과 투쟁기를 넓게 채워나가면서 잊지말아야 할 고난과 질곡의 아리랑 고개를 표현해내고 있는 것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곡 ‘아리랑’을 포함해 공연 전반에 흐르는 음악과 노래는 감동을 전한다. 판소리와 오페라, 뮤지컬 넘버까지 전주이기에 가능한 여러가지 실험들이 교차되고, 합창단과 교향악단, 국악단의 섬세한 터치로 연주되며 극의 완성도를 높인다.
여기에 뮤지컬배우 서범석, 이혜경, 국립창극단의 간판배우 이소연, 오페라가수 오요환을 비롯한 객원배우들과 시립극단 배우들의 수준 높은 연기 또한 관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천만독자의 사랑을 받은 조정래의 대하소설 ‘아리랑’을 읽은 사람도, 읽지 않은 사람도 충분히 몰입이 가능한 품격 높은 무대 매커니즘을 보여준다.
이종훈 연출가는 “소설 전체를 무대화 하기란 그리 쉬운 작업이 아니었지만 전주시립예술단의 ‘아리랑’으로 피눈물로 얼룩진 우리 선조들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들려주고 싶었다”며서 “혹자는 100년 전의 쓰라린 상처를 드러내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말하지만 과거의 슬픔은 곧 현재와 미래의 슬픔이다. 진정한 치유와 존엄성 회복을 위해 우리가 지금 할 일은 무엇인지를 묻고 싶었다”고 말했다.
관람료는 R석 2만원, S석 1만5,000원이다. 인터파크(ticket.interpark.com)를 통해 예매할 수 있으며, 전주시민 할인과 SNS 이벤트 등 다양한 티켓할인 서비스도 마련돼 있다.
김미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