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는 전라도, 춤은 경상도’라고?
‘소리는 전라도, 춤은 경상도’라고?
  • 김미진 기자
  • 승인 2020.06.21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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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영남 춤에 대한 기존 인식과 통념 재확인 의미…세분화된 문화권역의 설정으로 들여다봐야

 ‘소리는 전라도, 춤은 경상도’라는 호·영남 춤에 대한 기존의 인식과 통념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담론의 장이 열려 주목됐다.

 전라도춤이 경상도춤에 비해 상대적으로 강렬히 부각되지 못했으나 호남지방 출신이 영남지방으로 오가며 춤이나 음악을 전수한 예를 쉽게 찾을 수 있는 만큼 인물을 중심으로 한 전라도 춤문화권 연구의 시급성이 제기됐다.

 19일 전북도립국악원이 ‘전라도와 경상도 춤문화권 연구’를 주제로 연 학술세미나에서 이병옥 용인대 명예교수는 기조발제를 통해 “‘영남은 춤, 호남은 소리’라를 명제가 틀린말은 아니라고 본다”며 “하지만 호남이 소리와 기악선율문화가 뛰어나게 발달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춤이 저평가된 착시현상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명예교수는 “영남과 호남의 춤에 대한 우열을 가린다는 차원이 아니라 다양성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논의가 필요하다”며 “호남춤의 제대로된 평가를 위해서는 인물사적 접근으로 세분화된 내용이 필요하다고 본다. 호남춤학회도 만들어져 영남과 공유하고 확장된 논의의 구조로 이어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김해성 부산여자대학교 교수는 ‘영남춤의 위상’을 주제로 영남지역 춤문화권의 특성과 지역적 특성에 따른 흐름과 보존 양상을 설명하면서 호남춤의 위상을 세우기 위한 방법론을 시사했다.

 영남지역은 60~90년대 춤과 관련된 무형문화재들이 지정돼 길게는 50여 년에 걸쳐 전승되고 연구되 온 반면, 호남은 80년대 후반부터 시작돼 90년대 중반 이후부터 2000년대에 이르러서야 활발하게 지정되기 시작된 만큼 이들 춤이 전국적으로 전승·보전되는 문제는 이제 시작이라고 보는 것이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6.25 한국전쟁 당시에는 호남에서 피난 온 많은 예술가들이 영남의 각 지역에서 호남춤을 전파해 영남은 사실상 춤의 르네상스기를 맞았다”면서 “호남지역의 많은 예술인들이 지난날 영남지역에서까지 활동할 만큼 명성이 높았지만 근래에 와서는 이전의 유명세를 이어가지 못한 실정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전주를 비롯한 광주, 순창, 순천, 무주 등지에 교방이 1800년대 후반까지 각각 존재했다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미루어 볼 때 지역별로 고른 전승이 될 수 있도록 교방춤 종목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본다”며 “호남지역에 발굴되고 연구되어야할 춤들이 분명히 있고, 또 다른 갈래가 퍼져나가야 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성기숙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호·영남지역의 소멸된 전통춤에 대한 발굴, 복원작업을 서둘러야 한다”며 “춤에 대한 조사연구와 아카이브하 등 학술작업이 선행되고, 민·간 그리고 춤전승자 등이 삼위일체가 되어 이와 같은 과제를 공유하고 실천하는 노력을 경주할 때 호·영남춤은 미래의 고전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고 목소리를 냈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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