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소녀의 비밀스러운 일상이 흔들린다…동화 ‘평범한 천재’
천재 소녀의 비밀스러운 일상이 흔들린다…동화 ‘평범한 천재’
  • 김미진 기자
  • 승인 2020.06.17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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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억력이 좋아서 한 번 본 건 사진 찍듯 모조리 외우고, 숫자나 무늬를 늘어놓는 데서 규칙성을 귀신같이 찾아내는 공누리. 하지만 누리가 천재라는 건 같은 반 아이들은 물론이고 담임 선생님도 모른다. 사람들의 지나친 관심이 두려운 탓이다. 하지만 자신을 숨긴다고 숨겨질까?

 전은희 작가가 쓴 동화 ‘평범한 천재(책읽는곰·1만1,000원)’는 천재 소녀 누리의 성장기를 담고 있다. 누리는 같은 반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않고, 좀처럼 주변에 관심을 두지 않아 친구들 이름조차 잘 모른다.

 어릴 때부터 꼬리표처럼 따라다닌 천재라는 딱지표 때문인데, 처음에는 사람들의 관심이 좋았지만 누리는 점점 사람들이 자신에게 거는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까 두려워졌다. 부모님까지 누리의 영재 교육을 두고 하루가 멀다 하고 싸움을 하니 조용히 지내는 것이 최선책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던 것이다.

 그런데 누리가 더 이상 진짜 나를 숨기지 않고 당당히 나아가야겠다고 마음먹은 건 놀랍게도 친구들 덕분이다. 남과는 전혀 얽히고 싶지 않다 누리의 바람과 달리 괜히 시비를 걸어오는 친구들과 마치 자기 일인 양 발끈해서 누리를 도와주는 친구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누리는 친구들과 물 로켓 대회를 준비하고 실력을 겨루며, 웃고 울고 다투는 과정 속에서 친구들과 어울리는 기쁨을 배우게 된다. 그러면서 오지랖만 넓은 줄 알았던 수호가 그림을 잘 그린다는 것, 털털한 은서는 운동신경이 뛰어나다는 것, 분홍색만 입는다고 놀림당하는 재구는 당당하고 말을 잘한다는 것, 쌀쌀맞은 영재는 의외로 노력파에 암산을 잘한다는 것을 알게됐다. 친구들을 보며 자신도 그저 기억력과 추리력이 좋은, 평범한 아이일 뿐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평범한 천재’는 본격 추리 동화는 아니지만, 책을 읽으며 추리할 수 있는 요소가 많은 것도 특징이다. 선생님이 내주는 알쏭달쏭 퀴즈, 에디슨이 보낸 쪽지 속 암호, 에디슨의 정체 등의 장치가 지루할 틈 없는 재미를 선사한다.

전은희 작가는 전북 장수에서 태어나 전주에서 살고 있다. 2011년 KB창작동화제에서 장려상을 받았고, 2012년 샘터문학상에 당선됐다. 지은 책으로 2017년 한국안데르센상 동화 부문 대상작을 수상한 ‘열세 살의 콘서트’가 있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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