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주변 인물들의 아프면서도 재미있는 사연…박수서 시인의 ‘갱년기 영애씨’
가족과 주변 인물들의 아프면서도 재미있는 사연…박수서 시인의 ‘갱년기 영애씨’
  • 김미진 기자
  • 승인 2020.06.17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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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수서 시인이 여섯 번째 시집 ‘갱년기 영애씨(도서출판 북인·9,000원)’을 펴냇다.

 현대시세계 시인선 115번으로 출간된 이번 시집에는 박 시인의 가족과 주변 사람들의 아프면서도 재미있는 이야기를 담은 시들이 많다.

 표제작 ‘갱년기 영애씨’는 전주시 중화산동에서 ‘꽃마차’라는 술집을 운영하는 ‘연극배우’ 영애씨의 분노를 잘 받아적은 시이다. 갱년기를 겪지 않은 박 시인에게 주체할 수 없는 또 한번의 질풍노도의 시기인 갱년기를 지나는 영애씨의 사연은 칼칼한 소재가 되었다.

 서울예전 연극과를 나와 ‘공연한다고 뭐 오살났다고’ 찾은 전주에 눌러앉아 누가 인정해줘서 산 것이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거 할 수 있어서 버텼다고 고백하는 그녀. 연극뿐만 아니라 둘이 먹다 죽어도 모를 ‘얼큰짬뽕순두부’를 개발하는 것도 예술이라는 그녀의 일침이 시원하다.

평생 아내 말을 듣지 않는 남편 때문에 고생하는 ‘구멍난 영주씨’를 읽으면 마음이 먹먹해지고, 시인의 캐리커처를 그려준 사무실 위층의 조각가 다우 형을 위한 시도 남긴 정 많은 시인의 모습도 마주할 수 있다.

 박 시인은 세파를 견디며 스스로를 ‘삼류뽕짝시인’이라고 소개한다. 끊임없이 ‘삶이란 무엇일까?’ 되묻는 시인은 “시를 쓰면서 말로 할 수 없는 위로를 전달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박태건 시인은 박수서의 시를 “계면조로 부르는 비애의 노래”로 명명하며, “아슬아슬한 줄타기처럼 잊히는 것에 대한 불안이 그의 시 곳곳에 삶의 비린내를 물씬 풍긴다. 그러므로 시인의 사랑은 때론 무거워도 좋다. 시인의 불안함을 견뎌주는 새, 꽃, 날개, 담배연기가 있으니, 아직은 괜찮다”고 출간을 축하했다.

 박 시인은 김제 출생으로, 2003년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에 ‘마구간 507호’ 외 2편을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박쥐’, ‘공포백작’, ‘슬픔에도 주량이 있다면’, ‘해물짬뽕 집’을 출간했고, 사랑시집으로 ‘이 꽃 지고 그대 떠나도’가 있다. 시와창작문학상을 수상했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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