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의 ‘일론 머스크’
전북의 ‘일론 머스크’
  • 나영주 법률사무소 신세계 대표변호사
  • 승인 2020.06.16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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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 있다. 여기가 우리의 고향이다. 이곳이 우리다. 우리가 사랑하는 모든 이들,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사람들, 당신이 들어 봤을 모든 사람들, 예전에 있었던 모든 사람들이 이곳에서 삶을 누렸다. 우리의 모든 즐거움과 고통들, 확신에 찬 수많은 종교, 이데올로기들, 경제 독트린들, 모든 사냥꾼과 약탈자, 모든 영웅과 비겁자, 문명의 창조자와 파괴자, 왕과 농부, 사랑에 빠진 젊은 연인들, 모든 아버지와 어머니들, 희망에 찬 아이들, 발명가와 탐험가, 모든 도덕 교사들, 모든 타락한 정치인들, 모든 슈퍼스타, 모든 최고 지도자들, 인간역사 속의 모든 성인과 죄인들이 여기 태양빛 속에 부유하는 먼지의 티끌 위에서 살았던 것이다.”

 과학자 칼 세이건은 자신의 저서 <창백한 푸른 점; Pale Blue Dot>의 말머리에 1990년 2월 14일 우주 탐사선 보이저 1호가 태양계를 벗어나 지구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곳에서 지구를 찍은 사진을 본 소회를 적었다. 64억 킬로미터 밖에서 촬영된 지구는 ‘창백한 푸른 점’, ‘부유하는 먼지의 티끌’, ‘암흑 속의 외로운 얼룩’ 같았나 보다. 우리의 세계관은 ‘티끌’ 속 작은 점 지구를 벗어날 수 없다. 아무리 그럴싸한 정치 이데올로기와 철학, 경제이론이 존재한다 하여도 물리적으로 지구에 속해있는 인간은 지구를 넘어 관념의 모험을 떠날 수 없다. 광활한 우주 앞에 선 인간의 숙명이다.

 코로나 19의 창궐, 북한의 도발, 21대 국회의 상임위 구성, 경제 위기, 바다 건너편 미국의 인종차별 시위 격화. 이 모든 소요들이 거창한 거시적 세계 앞에선 먼지의 티끌 같다. 개인적으로 분쟁의 종국적 해결을 위해 일하는 구성원으로서 느끼는 감정은 더 크다. 3권 분립에 의거하여 사법부는 전통적으로 견해의 대립은 있지만 소극주의적 자세를 견지해 왔다. 입법과 행정에 비해 사후적이다. 당사자들에게는 더 없이 중요한 일이지만, 지극히 미시적인 세계다. 하지만, 곗돈을 떼어 먹힌 사람, 3번째 음주운전을 하여 교도소에 갈 위험에 빠진 사람, 수 십년간 함께 살다 이혼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중압감 앞에선 태양계와 우리 은하가 오히려 티끌일 수 있다.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우주산업 회사 ‘스페이스 X’는 2020년 5월 31일 2명의 우주비행사가 탑승한 최초의 민간 기업 유인 캡슐을 우주로 발사하였다. 일론 머스크는 전기자동차 ‘테슬라’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창의적인 발상을 실행에 옮기는 것으로 유명하다. 냉전시대 미국과 소련의 주도하에 진행되던 우주산업이 이제 민간으로 확산하고 선두엔 미국 회사가 있다. 민간 주도의 우주산업은 고사하고 국가 주도의 우주계획도 지지부진한 우리나라에 비하면 저들의 세계관 확장은 눈부시다. 일론 머스크는 화성에 지구인들을 이주시킬 계획으로 유인 우주선을 쐈다. 미래산업은 1인의 혁신가가 100만명을 먹여 살린다고 한다. 전라북도는 수년 전부터 탄소산업을 육성하여 세계탄소융복합 산업의 미래를 열어 가겠다고 천명하고 있다. 한편으론 새만금에 태양광 등 환경친화적인 에너지 산업을 유치하려 한다. 화성에 씨앗을 뿌리려는 머스크의 혁신적 사고까지는 아니더라도 조금 더 담대한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학자금 대출과 취업에 고민하며 하루하루 생계를 걱정하는 젊은이들에게 머스크처럼 사고하고 행동하라는 조언은 비현실적일 수밖에 없다. 전북의 머스크를 배출하려면 머스크가 누렸던 미시적 세계의 자유로움과 풍요로움이 전제되어야 한다. 지극히 미시적인 세계의 고민이 덜해질 때 가끔이라도 밤하늘의 별을 보며 몽상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나영주<법률사무소 신세계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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