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년 만에 나타나 순직한 딸 유족급여 받아간 생모, 법원 “양육비 지급하라”
32년 만에 나타나 순직한 딸 유족급여 받아간 생모, 법원 “양육비 지급하라”
  • 김기주 기자
  • 승인 2020.06.16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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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방관 딸이 순직하자 32년 만에 나타나 수천만원의 유족급여와 연금을 챙긴 생모에게 법원이 그동안 딸을 홀로 키운 전 남편에게 양육비 7천700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16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전주지법 남원지원 가사1단독(판사 홍승모)은 최근 숨진 소방관의 아버지 A씨가 생모인 B씨를 상대로 제기한 양육비지급 청구소송에서 “B씨는 A씨에게 7천7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A씨는 이혼 무렵인 1988년부터 두 딸이 성년에 이를 때까지 단독으로 양육했고, 상대방(B씨)은 양육비를 지급한 적이 없다”며 “부모는 미성년자인 자녀를 공동으로 양육할 책임이 있고, 그 양육에 드는 비용도 원칙적으로 나눠서 부담해야 한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이번 소송은 수도권 한 소방서에서 응급 구조대원으로 근무하던 A씨의 둘째 딸(당시 32세)이 순직하자 A씨와 이혼 이후 32년 동안 연락도 없었던 B씨가 나타나 유족 급여와 연금을 챙기면서 불거졌다.

 인사혁신처는 A씨의 딸이 업무 과정에서 얻은 극심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와 우울증을 앓다가 세상을 뜬 사실을 인정하고 지난해 11월 A씨가 청구한 순직 유족급여 지급을 의결했다.

 하지만 인사혁신처의 의결을 이행하는 공무원연금공단이 이같은 사실을 생모인 B씨에게도 알렸고 유족급여와 퇴직금 등 8천여만원이 지급됐다. 또한 B씨는 사망 때까지 유족연금 182만 원의 절반인 91만 원도 매달 받게 됐다.

 이 사실을 알게 된 A씨는 B씨를 상대로 전주지법 남원지원에 양육비 1억 1천여만 원을 청구하는 가사소송을 제기했다.

 1988년 이혼 이후 B씨는 단 한 번도 가족과 만나지 않았고 딸 장례식장에도 찾아오지 않았으며 부모로서 어떠한 역할도 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B씨는 법정에서 “A씨의 딸 양육은 일방적이고 이기적인 목적으로 비롯된 것이다”며 본인의 양육비 부담이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B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A씨의 손을 들어줬다.

 A씨의 사건을 맡은 강신무 변호사는 “이번 법원의 판단은 30년 넘게 양육을 방치한 생모에게 그동안 다하지 않은 부모의 의무를 이행하라는 취지다”며 “혹여나 생모가 유족급여 등을 빼돌린 사실이 확인되면 강제집행면탈죄로 형사 고소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김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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