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숙 칼럼 ‘차의 맛, 소통의 맛’<78> 예민한 음료, 차
이창숙 칼럼 ‘차의 맛, 소통의 맛’<78> 예민한 음료, 차
  • 이창숙
  • 승인 2020.06.14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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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그러운 찻잎, 전남 완도

 차 한잔을 통해 특유의 미(美)를 음미하는 사람들은 찻물의 색·향·신선한 맛, 어느 땐 완숙한 맛 등 단지 맛만이 아닌 미의 세계에 빠져들기도 한다. 이는 차가 매우 예민한 음료이기 때문일 것이다.

 차의 맛을 스스로 판단할 수 있을 정도가 되려면 매일 차를 손수 우려 여러 번(적어도 3잔 이상) 마시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선천적으로 미각이 뛰어난 사람들은 조금은 빨리 습득되겠지만 대부분 직접 우려 마시면서 오랫동안 미각을 훈련해야 한다.

 차를 우리기 전에 차의 특별한 색·향·맛 등 모든 제품마다 특징을 섭렵하여 취향에 맞는 차를 선별해야 한다. 물론 전문가가 추천해주는 차를 마시는 방법도 좋지만, 자신의 취향에 맞는 차를 선택하는 취미를 갖는다면 일상에 있어 또 하나의 즐거움이 될 것이다.

 마케팅 시대에 차별화를 추구하는 소비자의 입맛에 맞게 차는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고품질의 최상품 차를 선택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숙련의 시간이 필요하다. 차를 선택하여 보관하고 ‘우리는 법’을 숙지한 후 매일 자주 마시면서 음미해야 한다.

 먼저 블랜딩 된 차보다는 아무것도 섞지 않은 스트레이트 차를 통해 색과 맛, 향기를 구별하는 것이 좋다. 특별하게 정선된 차의 경우 그만큼 다루기가 어렵다. 차를 제대로 음미하고자 하는 사람은 누구든 노력을 거듭하여 터득해야 한다. 많은 경험을 통해 축척되고 그 기억에 따라 차의 맛과 향을 판단할 수 있다.

 차의 보관은 녹차의 경우 제조 후에 3~6개월이 안정기간이다. 이 기간이 지나면 빨리 변하기 때문에 1년 안에 마시는 편이 좋다. 발효차인 홍차의 경우 개봉하지 않은 상태에서 1~2년은 능히 보관할 수 있다. 요즘은 포장지에 유효기간이 있으니 제조일을 확인한 후에 구입하는 것이 좋다.

 좋은 품질의 홍차를 판별하는 요령은 다음과 같다. 먼저 찻잎의 모양과 크기가 균일해야 한다. 줄기와 가루가 많은 것은 좋은 차에 들지 못한다. 찻잎은 건조감이 좋고 습한 냄새가 나지 않아야 한다. 생산지와 제다방식에 따라 다르지만 고산지에서 생산되는 좋은 찻잎은 보편적으로 암갈색을 띤다. 색이 균일하지 않고 얼룩진 경우는 좋지 않은 차일 것이다.

 찻잎을 우렸을 때 수색(水色)은 맑고 투명해야 한다. 탁한 빛이 돌면 좋지 않다. 향기 성분은 수백 가지가 되어 기준을 세우기가 어려우나 방향성, 상쾌함 등 좋은 향기를 품은 차가 좋은 차라고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아삼계 품종의 홍차는 상쾌한 향기와 풋풋한 향기가 많다. 고지대의 중국계 품종은 장미향이 짙은 편이다. 향기는 선호하는 취향이 다양하여 제일 민감한 부분이기도 하다.

 맛은 균형감이 있어야 한다. 쓴맛, 단맛, 신맛, 감칠맛 등이 조화로워야하고 마시고 난 뒤 후미가 개운해야 한다. 인도산의 경우 깊은 맛이 있는 반면 무거운 감이 있다. 케냐산의 경우 부드러운 떫은맛이 있다. 이러한 기준은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물의 온도와 우리는 시간이다. 그래서 우리는 사람의 테크닉이 맛을 좌우한다. 물의 온도는 홍차의 경우 충분히 끓은(90℃이상) 물을 사용해야 향기와 맛을 즐길 수 있다. 차를 마실 때는 뜨겁다고 느낄 정도의 온도가 되어야 한다. 우려내는 시간은 찻잎의 양에 따라 물의 양과 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가장 예민한 부분이다. 차를 구입할 때 포장지에 쓰여진 내용에 따르면 무리는 없을 듯하다.

 이러한 방법으로 우려 마신 뒤 한잔 더 마시고 싶은 생각이 드는 차라면 아마 잘 우려진 차일 것이다. 차를 처음 접하는 사람이라도 위의 조건을 살펴가며 차를 마신다면 차 애호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차는 기호음료이기 때문에 선택한 후, 보관하고 소비하기까지 취향에 따라 격식에 구애됨 없이 최상의 맛을 찾아야 되지 않을까.

 
 / 글 = 이창숙 원광대학교 초빙교수
 

 ※이창숙 칼럼 ‘차의 맛, 소통의 맛’은 격주 월요일자를 통해 만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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