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관객 제21회전주국제영화제
무관객 제21회전주국제영화제
  • 장세진
  • 승인 2020.06.14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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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현의 해방구’로 불리우는 전주국제영화제가 어느새 출범 21년을 맞았다. 돌이켜보면 전주국제영화제 기간 여기저기 신문사에서 원고청탁을 해와 대상 영화들을 부지런히 보러 다니곤 했다. 가령 전북도민일보의 경우 3년 연속 해마다 3~4편 영화평을 실은 바 있다. 고교 교사라는 멀쩡한 직업이 있음에도 그만큼 전주국제영화제와 함께 한 세월이라 할까.

  이를테면 눈썹 휘날리던 전주국제영화제 즐기기인 셈이다. 뜬금없이 그런 추억을 떠올리는 것은 다름이 아니다. 원래 4월 30일 개막 예정이었던 제21회전주국제영화제가 코로나19로 한 차례 연기 끝에 지난 달 28일 열렸고, 무관객 영화제로 열흘간 일정을 마쳐서다. 요컨대 그런 추억을 만들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제21회전주국제영화제가 되어버린 것이다.

  한국일보(2020.4.30.)에 따르면 예산을 대고 있는 “전주시 측은 코로나19 확산 계기가 될 수 있다”며 “영화제 취소나 행사 대폭 축소를 지속적으로 요구한” 모양이다. 그래서인지 제21회전주국제영화제는 재차 연기나 아예 취소가 아닌 무관객 영화제를 택했다. 어이가 없는, 아주 낯선 사상 최초의 무관객 제21회전주국제영화제다.

  그럴망정 영화제의 맥이 끊어지지 않게 한 점과 함께 “시상으로 신진 감독을 격려하고, 신작 개발을 지원하는 산업 관련 행사만 치르는 고육책”이란 측면에서 일단 의미 있는 제21회전주국제영화제라 할 수 있다. 배우 이승준과 김규리 사회로 진행된 개막식 역시 한국전통문화의 전당에서 간소하게 열린 것으로 전해졌다.

  예년과 다르게 유명 배우들이나 해외 게스트, 그리고 일반 관객들 없이 영화제 조직위 관계자와 심사위원 등만 참석한 개막식이 열린 것. 영화제 조직위 관계자와 심사위원 등만 참석해 열린 게 또 있다. 극장에서 상영된 국제경쟁ㆍ한국경쟁ㆍ한국단편경쟁 부문 영화 25편을 그들만 본 것이다. 말할 나위 없이 시상을 위한 심사 차원의 관람이다.

  영화제 조직위가 밝힌 제21회전주국제영화제 상영작은 전 세계 38개국 영화 180편(장편 115편ㆍ단편 65편)이다. 지난 해 53개국 275편(장편 201편ㆍ단편 74편)에 비해 현저히 줄어든 규모다. 이들 영화중 97편(장편 58편ㆍ단편 39편)만 국내 실시간동영상서비스(OTT) 웨이브를 통한 관람이 이루어졌다. 사상 최초로 온라인 상영의 제21회전주국제영화제가 된 것이다.

  새로 취임해 처음 치르는 영화제에 난데 없는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아 황망했을 집행위원장이나 프로그래머 등 집행부의 노고는 정당하게 평가받아야 한다. 다만, 최종 집계 결과 웨이브를 통한 제21회전주국제영화제 유료 티켓 구입자는 7,048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해 유료 관객 수 8만 5,900명의 10분지 1도 안 되는 수준이다. 과연 무관객ㆍ온라인상영 영화제가 최선이었는지 되돌아봐야 할 대목이다.

  한편 조직위가 당초 밝힌 6월 9일부터 9월 20일까지의 ‘장기상영회’도 잠정 연기된 상태다. 장기상영회에서는 전체 출품작 180편 중 174편 상영과 ‘관객과의 대화(GV)’가 예정돼 있었다. 늦게나마 예전처럼 극장에서 전주국제영화제를 즐길 기회마저 사라지는 건지, 코로나19 속 씁쓸한 풍경이다.

 장세진 (방송·영화·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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