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기본소득 논쟁의 본질
정치권 기본소득 논쟁의 본질
  • 최낙관
  • 승인 2020.06.14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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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정치권에서 촉발된 ‘기본소득’(basic income)에 대한 논쟁은 이제 논의의 지평을 확대해 나가며 점차 전선을 구축하고 있는 모양새다. 어쩌면 기본소득 논쟁이 향후 2022년 대선의 향배를 가를 중요한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치권은 물론 이를 바라보는 국민의 관심 또한 뜨거워지고 있다. 현시점에서 볼 때, 기본소득을 정치적 아젠다로 선점하고자 하는 의지는 진보와 보수의 이념적 지평을 넘어 재생산되고 있다.

 그렇다면 기본소득이 무엇인가? 이 질문이 중요한 것은 기본소득에 대한 성격 규정을 가능케 하기 때문이다. 개념적 정의를 살펴보면, 기본소득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모든 개인에게 근로 능력과 여부를 평가하지 않고 나아가 소득 및 자산 조사 없이 정기적으로 기초생활이 가능할 정도의 일정 현금을 소득으로 지급하는 제도로 이해할 수 있다. 즉 기본소득을 지탱하는 중요한 원리는 보편성, 무조건성, 개별성, 정기성 그리고 충분성이다. 이러한 의미로 보면, 코로나19 위기극복을 위해 지급된 재난지원금인 ‘재난기본소득’은 단지 그 이름만 기본소득일 뿐 기본소득의 작동원리와는 거리가 멀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이미 전 국민에게 지급된 ‘재난기본소득’은 모두에게 현금을 지원하지도 않았고 한시적일 뿐만 아니라 지급대상 또한 개인이 아닌 가구이며 기본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충분하지 않다는 점에서 그 성격은 위기상황에서의 ‘재난기본수당’으로 규정됨이 마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치권에서는 기본소득에 대한 입장을 자신만의 색깔로 드러내며 선 긋기에 나서고 있다. 특히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대위원장은 당내 일부 비판적 입장에도 불구하고 “물질적 자유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기본소득이 필요”하다며 포문을 열었고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사실상 공황 상태가 계속되고 있으므로 이로 인해 파생되는 기본소득 문제를 근본적으로 검토할 시간”이라며 가장 먼저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여권의 잠룡들 또한 논의에 가세하며 불을 지피고 있다, 기본소득제 도입에 큰 목소리를 내는 이재명 경기지사는 선 실시, 후 증액이라는 가장 적극적인 입장을 그리고 박원순 서울시장과 김부겸 전 의원은 기본소득보다는 전국민 고용보험 등 사회안전망 강화를 선결과제로 꼽고 있다.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이낙연 의원은 기본소득의 취지는 공감하나 실천방안을 논의해야 한다는 원론 수준의 견해를 밝히고 있다.

 기본소득은 아직 지구상에서 실시된 적이 없는 이상적 제도이다.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2017~2018년 핀란드의 기본소득 실험은 기본소득이 실업자들의 행복감 증가 등 복지에 끼치는 효과는 분명하지만, 고용촉진 효과는 크지 않았다는 결론을 맺고 있다. 2016년 스위스 국민투표에서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방안이 투표결과 국민 77%의 압도적인 반대로 부결됐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기본소득을 장착한 복지국가의 길이 아직 손에 잡히지 않는 미완의 선택임을 보여주는 사례로 기록되고 있다.

 기본소득에 대한 이해와 진지한 논의는 복지국가로 향하는 길목에서 중요한 사회적 담론일 수 있다. 하지만 정치권이 대선 이슈 선점을 겨냥해 알맹이 없이 너도나도 던지기식 화법으로 논쟁을 격화시킨다면,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결과적으로 국민을 찬성과 반대로 편가르기 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심히 우려가 된다. 향후 생산적 공론화 과정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제는 정치권이 아닌 학계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 실체를 분석하고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디딤돌의 역할수행을 기대해 본다.

 최낙관 <예원예술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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