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병위기 대응을 위한 혁신과 정부지출
감염병위기 대응을 위한 혁신과 정부지출
  • 채수찬
  • 승인 2020.06.11 20: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위기 대응에는 문제 해결과 문제점 완화의 두 축이 있다. 위기 자체를 해결하는 게 문제해결이라면, 위기가 우리 삶에 주는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는 게 문제점완화다. 감염병 전파를 막고 치료에 투자하는 것은 문제해결을 위한 노력이고, 소득이 줄어 생활이 어려운 가계와 매출이 줄어 적자 보는 기업을 지원하는 것은 문제점완화를 위한 노력이다.

 온 세계가 문제해결을 위해 혁신에 투자하고 있다. 혁신에는 생명과학 역량을 활용하는 백신과 치료제 개발이 가장 중요하나 이는 쉽지 않은 일이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 역시 생명과학을 활용하는 분자진단키트는 이미 개발되었고 한국에서는 양산이 가능해서 한국뿐만 아니라 전세계에 공급하여 위기극복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문제해결에는 생명과학적 접근뿐만 아니라 공학적 접근도 중요하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일반인을 위한 마스크, 의료인을 위한 방호복 등 개인보호장비를 만드는 데 공학적 혁신이 필요하다. 마스크와 방호복 모두 전세계적으로 공급이 부족하고, 사용 후 엄청난 쓰레기가 나오기 때문에, 소독하여 다시 사용할 수 있는 마스크와 방호복 개발이 필요하다. 이게 생각보다 쉽지 않아서 새로운 기술이 필요하다. 쉽게 입고 벗을 수 있고, 공기가 통하고, 환자와 의사소통이 편리하고, 청진기 사용이 가능한 방호복이 현재는 없다. 이러한 기능들을 가진 방호복을 만드는 데는 첨단 기술이 필요한 것이 아니고, 기존 기술을 연결하여 필요한 제품을 단시간 내에 개발해내는 능력이 필요하다.

 다음으로, 환자이송 수단을 생각해보자. 환자이송 중에 바이러스가 전파되지 않으려면 주위보다 낮은 기압으로 환자를 둘러싸는 음압장치가 필요하다. 음압 차량, 음압 침대, 또는 음압 헬멧이 필요한 이유다. 이러한 제품들은 이미 개발되어 있지만, 성능이 더 좋고 값싼 제품이 필요하다. 또 환자를 침대에서 침대로 옮기는데 남자간호사의 조력이 필요 없는 자동이송 장치도 필요하다. 이러한 장치는 아직 본격적으로 상용화된 것이 없다.

 진단 쪽에서도, 한국이 분자진단 시약은 잘 개발하여 생산하고 있지만, 검사물을 편리하게 채취할 수 있는 도구를 더 개발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도 공학이 들어가야 한다. 몇가지 예를 들었지만, 이 밖에도 기술적 문제해결을 기다리는 물품들이 많다.

 필자가 재직하고 있는 카이스트는 다행히 세계 수준의 공학적 역량을 가지고 있어 이러한 현장의 기술수요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또한 공학적 역량을 현장으로 유도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생명과학과 의과학 연구진도 있다. 필자는 요즘 이분들을 도와서 인류의 문제해결에 기여하도록 하는 일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있다.

 위기 대응의 다른 한 축인 문제점완화를 위해서 각국은 정부지출을 대폭 늘리고 있다. 한국판 뉴딜 정책이 그 예이다. 이는 어려운 사람과 기업을 돕는 긴급구제 정책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경제가 공황에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한 거시적 수요유지 정책으로서의 의미가 더 크다. 한국판 뉴딜의 경우를 예로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여러 요소가 있다. 최소한의 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소득보조, 항공산업 등 국가 기간산업 붕괴를 막기 위한 기업지원, 방역물품 등 한국이 경쟁력 있는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개발 지원 등이 있다. 이중 방역물품 산업 지원은 한국판 뉴딜과 혁신이 만나는 지점이기도 하다.

 많은 나라에서 기본소득에 대한 논쟁이 한창이다. 여기에 대한 필자의 생각은, 이번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아니더라도, 기술혁신에 따르는 소득양극화 때문에 앞으로 공동체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하는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채수찬 <경제학자/카이스트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