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기억연대’의 실종된 ‘정의’를 생각한다.
‘정의기억연대’의 실종된 ‘정의’를 생각한다.
  • 송일섭 염우구박네이버블로거
  • 승인 2020.06.11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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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월 7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이며, 정의기억연대(이하 ’정의연‘)에서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해 열성적으로 활동한 이용수가 할머니가 의혹을 제기했다. 대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요집회에서 받은 성금이 할머니들한테 쓰이지 않고 어디에 쓰이는지 모르겠다”고 폭로했다. 그러면서 “윤미연 정의연 전 대표는 국회의원을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하여 정의연은 다음날, 이용수 할머니에게 지급한 후원금 영수증을 공개하였다. 2017년 여성인권상 명목으로 지급한 1억 원짜리 계좌이체증명서와 1992년 생활비 지원 100만 원 지급영수증 등이 공개되었다. 또한, 정의연은 후원금은 피해 할머니 지원 외에도 수요시위 개최나 피해자 소송지원, 위안부 문제 인식 제고를 위한 활동 등에 썼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용수 할머니의 말씀이 위안부 문제해결 운동의 역사를 훼손하는 데에 악용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러나 논란이 계속 이어졌고, 이제는 매우 우려할 만한 상황으로 치닫고 말았다. 5월 11일 공개된 ‘3,300만 원의 회계부정 의혹에 이은 위안부 쉼터 고가매입 의혹, 개인사 등에까지 얽힌 비리 등 추가 의혹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미 일부는 잘못을 시인하기도 하고 유감을 표명하기도 했지만, 여전히 아직도 많은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서로 의견이 판이한 부분도 있으므로 섣불리 단정적으로 정리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으나, 현재까지 드러난 의혹만으로도 윤미향 당선자는 거의 치명적이다.

 

 ’정의기억연대‘는 1990년 11월에 발족한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이하 ‘정대협’)과 2015년에 설립된 ‘일본군성문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재단’을 통합하여 2018년 7월 11일에 출범한 시민단체다.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집회 개최, 평화의 소녀상 건립 지원, 생존자 복지지원사업, 연구조사 및 교육사업, 전시(戰時) 성폭력 재발 방지 사업, 기림 및 장학사업을 통하여 불행한 과거사를 정리하고 국민에게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기 위해 애쓴 단체이다.

 

 이런 단체의 성격 때문에 전 대표 윤미향(제21대 국회의원 당선자)에게 쏟아진 의혹은 많은 국민에게 배신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수요집회’에서 모금한 많은 성금이 목적에 맞게 사용되지 않았다면, 게다가 윤미향 전 대표의 사적 유용까지 이루어졌다면 이는 매우 심각한 일이다. 누구보다도 투철한 사명감과 열정으로 일했을 것이라고 믿고 있었던 ‘정의연’에, 그 대표에게 이런 파행과 잘못이 있다는 것은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이용수 할머니의 기자회견 이후 제기된 많은 의혹이 사실이라면 우리는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꼴”이 되고 만 셈이다. 최근 보도 내용을 하나하나 듣다 보면 ‘정의연’의 정체성이 의심된다. 그런데도 여전히 ‘정의연’의 순수성과 자발성, 그리고 열정을 믿은 분들은 1907년 들불같이 일어났던 국채보상운동에 대한 일제의 탄압방식을 거론하면서 반론을 제기한다. 즉, 국채보상 의연금 수납처인 신문사 간부들을 의연금 유용혐의를 뒤집어씌워 체포함으로써 그 열기를 꺾어버린 일과 같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윤미향 당선자에 대한 의혹도 ‘의도된 모략’이라고 생각할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양파껍질 벗겨지듯 속속 드러나는 의혹에는 달리 손쓸 방법이 없는 것 같다. 마침내 여권과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매우 엄중한 상황으로 인식하기 시작했고, 야권에서는 국정조사를 하겠다며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윤 당선자에게는 억울한 일인지 모르겠으나, 시민이나 위안부 할머니들로서는 정확히 짚고 갈 문제다. 대충 얼버무리는 것은 초기에 열정을 바친 활동가들의 순수성을 훼손하는 일이며, 향후 활동까지도 위축시키는 불행한 일이기 때문이다. 초기 활동가들이 이번 사태를 안타까워하면서 한 언론 인터뷰의 내용을 떠올리면 마음이 아프다.

 

 “모든 일에 열정 하나로 일했어요. 지원이라뇨? 자기 돈 써 가면서 뛰어다녔죠. 오로지 할머니들을 보면서요.”

 

 그러나 초기의 이런 열정이 퇴색되면서 몇몇은 이 단체활동을 자신의 정치 역량을 시험하는 것으로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시민단체 활동을 출세의 사다리로 여기는 사람들이 등장하면서 그 순수성은 왜곡되고 그 운영도 변질되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자신들이 맡아야 한다는 ’정대협 패권주의‘ 또는 ’선의의 독점‘이 이런 의혹을 불러왔다는 지적도 있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지금까지 정의연 운영과 관련하여 수차례 문제 제기가 있었지만, 수용되지 않은 것도 큰 문제다. 교조주의에 빠진 듯한 친일 프레임, 상식과 정의가 외면된 가운데, 이것만이 유일한 방어수단이었다면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이제, 이 문제는 정치권의 공방으로 끝낼 문제가 아니다. 이 단체의 이름에 답이 있다. 기억 속에 부재한 ’정의’를 되살려야 제대로 된 ’정의기억연대‘가 될 수 있다. 모든 것은 이제 윤미향 당선자에게 달려 있다. 사실을 제대로 밝히고 혹독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

 송일섭 (염우구박네이버블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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