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일 화요일 거름내기 좋은 날 - 첫 농사 수업
6월 2일 화요일 거름내기 좋은 날 - 첫 농사 수업
  • 진영란 장승초등학교 교사
  • 승인 2020.06.11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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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씨앗 농부 이슬샘과 1,2학년이 처음 만나는 날이다. 농사를 위한 만남치고 너무 늦은 만남이다. 농사는 때를 놓치면 안 되는 1년 계획이기 때문에 아이들이 없는 동안, 감자도 심고, 틀 밭도 만들고, 모종을 심었다. 긴 온라인 수업 기간 동안 틈틈이 텃밭 소식을 전한 보람이 있었는지, 1학년 아이들도 등교 첫 날, 나들이 장소로 텃밭을 꼽았다. 그 날 이후로 텃밭은 하루도 거르지 않고 들락거리면서 개미랑 무당벌레 지렁이 노래기 등을 관찰했다.

 어제는 주말 동안 자란 풀을 호미로 닥닥 긁었다. 처음 잡아보는 농기구 였을텐데 아이들이 신나게 풀은 맨다. 쉬지도 않고 매더니, 오늘 또 풀을 매야한다고 성화다. 그래서 ‘건달 농사꾼’이라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랬더니 더 신이 나서 풀을 매러 나가야한다고 한다.

 풀을 매고 싶은 열망을 잠시 누르고, 이슬샘과 농사수업을 시작했다. 오늘 수업의 주제는 ‘씨앗이 있어야 우리도 살아요.’다.

 내가 먹는 식물이름을 대는 것으로 시작해서, ‘어느 날 외국의 종자회사가 우리에게 씨앗을 팔지 않는다면?’이라는 질문을 생각해 보면서 씨앗이 왜 소중한지를 알아보았다. 이슬샘이 준비해 온 ‘검정찰옥수수’와 ‘맷돌호박’ 씨앗을 보고, ‘자라서 무엇이 될까?’ 활동을 했다. 며칠 전에 옥수수를 직접 심어보아서 옥수수 씨앗은 쉽게 짐작했는데, 호박씨앗은 잘 알아차리지 못했다. 스케치북에 모양과 크기는 다르지만 모두 각자가 상상한 아름다운 열매들이 그려졌다. 아이들은 우리가 먹는 채소와 곡식이 그 작은 씨앗에서 온다는 사실을 알고는 놀라워했다.

 “얘들아! 지구에서 풀은 뭘까?”

 “없애야 돼요. 나쁜 거예요!”

 “우리도 몸을 감싸고 있는 피부가 있잖아. 사실 풀은 지구의 피부야. 피부가 없으면, 아이 추워! 아이 더워! 지구가 온도를 잘 조절할 수가 없어. 그러니까 풀도 적당히 있어야 한단다.”아이들의 표정이 어리둥절하다. 어제까지만 해도 풀이 너무 많이 자라면 작물이 못 자란다며 열심히 풀을 긁었는데 말이다.

 “그런데 풀이 너무 많이 자라면 옥수수나 상추, 고추 같은 작물이 풀과 경쟁하느라 잘 자랄 수가 없어요. 그러니까 오늘은 작물 옆에 풀이 적당히 자라나도록 이불을 덮어줄 거예요.”

 아이들의 표정이 한층 밝아졌다.

 이슬샘이 나무껍질을 잘게 파쇄해 오셨다. 2학년은 부대에 담긴 수피를 틀밭에 정성껏 덮어 주었다. 1학년은 쌀겨에 유기물들을 섞어 만든 거름을 수피 위에 세심하게 뿌려 주었다. “이게 무슨 냄새야? 고약한 냄새네!”

 “쌀겨를 잘 묵혀서 만든 거름이야. 이게 있어야 작물이 무럭무럭 자란단다!”

 “그래요? 몸에 좋은 거네요!”코를 감싸 쥐던 윤우도 쌀겨 거름을 부지런히 뿌려준다.

 “1,2학년 친구들이 열심히 힘을 모아 주어서 금세 끝나버렸네요. 그래서 선생님이 선물을 준비했어요.”

 “선생님! 맛있는 간식이에요?”

 “간식보다 더 좋은 거예요. 이게 뭘까요? 바로 콩이에요!”실망할 법도 하건만 아이들은 두 손을 펼치고 공손하게 콩 3알 씩을 받아 든다.

 “왜 3알씩 주는 줄 알아요?”“한 개는 새가 먹고, 한 개는 내가 먹고, 한 개는 벌레 먹으라고요.”야무진 2학년이 대답해 준다. 아직 1학년은 그 의미가 무슨 뜻인지 잘 모르는 것 같다. 내일은 ‘콩 세 알’을 읽어줘야겠다.  

 우리가 심은 어금니동부는 옥수수를 잘 자라게 해 주는 작물이다. 그리고 옥수수를 지주 삼아 감고 올라가서 열매는 맺는단다. 그래서 옥수 옆에 손가락 하나만큼을 띄우고, 손가락 깊이만큼 파서 3알을 쏙 넣어주고, 흙으로 살살 덮었다. 그리고 싹 잘 트라고, 물을 듬뿍 주었다. 2학년은 부엌다리콩을 감자고랑에 심었다.

 콩이 무럭무럭 잘 자라면 콩밥도 해 먹고, 메주도 쑤어 봐야겠다.

 아이들이 오전 내내 농사공부도 하고, 농부도 되어 봤다. 밥상에 올라오는 쌀 한 톨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은 너무 큰 욕심인가? 다음 주에는 또 어떤 공부를 하게 될까? 기다려진다.

 

 진영란 장승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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