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전염병, 역사를 흔들다 등 5권
[신간] 전염병, 역사를 흔들다 등 5권
  • 김미진 기자
  • 승인 2020.06.10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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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염병, 역사를 흔들다 

 21세기 문명사는 어쩌면 코로나 사태 이전과 이후로 나뉠 듯하다. 코로나 사태의 파급력이 그만큼 깊고 넓다는 뜻이다. ‘전염병, 역사를 흔들다(푸른역사·3만5,000원)’는 12년 연구의 결실이다. 700년에 걸쳐 6개 대륙에서 벌어진 전염병과 투쟁을 꼼꼼하게 살폈다. 14세기 페스트에서 콜레라, 황열병, 가축 질병인 우역은 물론 광우병 소동과 조류독감 등 동물 전염병과 21세기의 사스와 메르스까지 다루고 있다. 지은이는 관련 학자들의 선행연구는 물론 다양한 세미나와 학술대회의 도움을 받았다. 인도 등 여러 나라의 기록을 살핀 것은 물론이다. 그 결과, 책은 특정 국가의 차단 방역처럼 한 나라의 전염병 투쟁사가 아니라 상당한 지리적 범위에 걸친 장기간의 상호작용을 추적한 세계사로 결실을 맺고 있다.

 

 ▲절멸의 인류사 

 ‘약했기 때문에 살아남았다.’ 언뜻 모순적으로 보이는 이 주장은 인류가 지난한 진화를 거치며 만물의 영장이 되기까지의 과정에 핵심적인 논의로 작용한다. 강한 완력도, 날카로운 이빨도 없었던 인류의 조상은 어떻게 700만년이라는 시간을 견뎌 살아남았을까? 왜 인류는 불편하고 생존에 불리한 특징들은 발전시키고 후대에 물려주었을까? ‘절멸의 인류사(부키·1만4,800원)’는 인류의 기원에 대한 기존의 학설을 새롭게 해석하고 최신의 고고학 성과와 실시간으로 수정되고 있는 학문적 논의를 바탕으로 이러한 질문에 답하는 책이다. 진화에 대해 가지고 있던 오해와 의문, 인류가 만들어 온 역사에 영향을 끼친 필연과 우연의 순간들이 고고학과 관련된 기초 개념과 재미있는 에피소드로 한데 어우러진다.

 

 ▲철도원 삼대

 소설가 황석영이 한반도 100년의 역사를 꿰뚫는 방대하고 강렬한 장편소설 ‘철도원 삼대(창비·2만원)’를 출간했다. 일제강점기부터 해방 전후 그리고 21세기까지 이어지는 노동자와 민중의 삶을 실감나게 다루고, 사료와 옛이야기를 절묘하게 넘나들며 대한민국 근현대사를 문학적으로 탁월하게 구현해냈다. 소설은 이백만, 이일천, 이지산으로 이어지는 철도 노동자 삼대와 오늘날 고공농성을 하고 있는 이백만의 증손이자 공장 노동자인 이진오의 이야기가 큰 축을 이룬다. 소설가의 말마따나 우리 문학사에서 빠진 산업노동자를 전면에 내세워 그들의 근현대 백여 년에 걸친 삶과 노정을 거쳐 현재 한국 노동자들의 삶의 뿌리를 드러내 보인다. 구상부터 집필까지 30여 년이 걸렸다는 서사의 힘이 상당하다.

 

 ▲내 생에 가장 큰 축복

 소설가 성석제의 눈에 비친 평범하고 재미난 세상이 여기에 있다. ‘내 생에 가장 큰 축복(샘터·1만3,000원)’은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동안 월간 샘터에서 ‘만남’을 주제로 연재했던 원고 중 40편의 글을 선정해 다시 다듬어 내놓은 초단편 소설집이다. 이 손바닥 크기 분량의 소설들은 가볍고 일상적인 이야기를 소재로, 기존의 단편소설 문법의 틀을 벗어나 한 편 한 편 글들이 예상을 벗어나는 결말로 마무리되는 것이 특징이다. 작가는 일상의 길목에서 마주친 다양한 인간군상을 특유의 해학과 풍자의 문장으로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특별히 선하거나 악한 의도를 갖지 않은 평범한 이들이 매일 같이 마주하는 일상의 감동과 의미가 작가의 농익은 문장을 통해 생생히 되살아난다.

 

 ▲정원을 가꾼다는 것 

 식물애호가, 정원사, 정원과 가드닝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을 위한 아포리즘 도서가 나왔다. ‘정원을 가꾼다는 것(지노·1만5,000원)’은 소소하고도 특별한 위로와 행복을 전하며 일상에 싱그러움을 더하는 책이다. 가드닝는 일종의 관심이고 우리를 둘러싼 세상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가는 일이다. 우리가 관심과 돌봄으로 자연과 현명한 관계를 맺을 때 비로소 기적적으로 지구도 꽃을 피울 수 있기에 그렇다. 유머, 성찰, 식물과 정원, 가드닝에 대한 사랑이 가득 담긴 이 책은 왜 사람들이 자신의 정원에서 위안을 찾으려고 하는지를 일깨운다. 정원에서 배운 교훈, 돌봄, 힘겨운 노동, 인내심, 믿음 등은 우리가 어떻게 하면 좋은 시민, 좋은 친구, 이웃, 연인, 지구상에 좋은 일원이 될 수 있는지 방법을 알려준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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