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섭 시인 생활의 철학 담은 수필집 ‘청동화로’
최상섭 시인 생활의 철학 담은 수필집 ‘청동화로’
  • 김미진 기자
  • 승인 2020.06.10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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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상섭 시인이 두 번째 수필집 ‘청동화로(인문사artcom·1만2,000원)’를 펴냈다.

 고희를 지나 희수를 바라보는 나이에도 그는 마음에 차는 글쓰기에 부족함을 토로한다. 시 수업 10년, 수필 수업 10년을 넘기고 시집 8권, 수필집 출간 등 만만치 않은 필력을 자랑하고 있음에도 그는 여전히 목마르다. 남은 생에 남겨 두어야 할 이야기들이 많은데, 이를 다 풀어내지 못할 것 같아 애가 타는 마음은 아닐까?

 최 시인은 남은 생애 새로운 이정표를 긋고자 이번 수필집을 냈다. 지난 생을 뒤돌아보며 외로움과 역경, 기쁨의 시간을 반추한 생활의 철학을 담아낸 것. 지난 첫 번째 수필집의 제목은 ‘청동 주전자’였는데, 이번 수필집은 ‘청동화로’다. 특별한 사물을 통해 삶을 투영하고, 의기를 다지는 모습은 청춘 그 자체로 읽힌다.

 그는 바느질로 소일을 했던 어머니와의 추억을 떠올리며 ‘청동화로(1)’이라는 수필을 썼다. 청동화로에 불을 지피고 인두로 곱게 다림질 하던 어머니의 모습. 무엇이든 마음에 들지 않을 때는 힘들게 바느질한 것을 다시 뜯기를 반복했던 어머니의 숨결을 기억하며 “혼신의 노력을 경주할 때가 지금”이라는 생각으로 자신의 노년의 삶도 이어갈 것을 다짐한다.

 그런가 하면 ‘청동화로(2)’에서는 골동품 상가를 문지방이 닳도록 드나들며 사치스런 취미를 즐기던 자신의 모습을 돌아본다. 내다 팔라는 성화에도 청동 주전자, 불상, 청동 향로 등 분신 같은 아가(?)들을 내칠 수 없으니, 가정의 평화도 지키지 못한 자신이 철이 들려면 아직도 멀었음을 깨닫고 유쾌하게 꼬집는다.

 이처럼 한 권을 가득 채운 수필 56편에는 사람 사는 냄새가 폴폴 풍긴다. 그의 수필은 따뜻한 인간미가 돋보이는데, 한 번이라도 스쳐 지났던 모든 인연을 아름답게 가꾸어 가려는 시인의 섬세한 마음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수필집의 마지막을 장식하고 있는 내 삶의 에필로그에서는 어렵고 힘들었던 역경의 삶을 이겨낸 시련의 세월을 진솔하게 담았다.

 밤잠을 줄여가며 쏟아낸 시인의 삶의 궤적은 누군가에게는 잊지 못할 추억담으로 남게될 터다. 아마도 그는 지금도 “난향이 흐르는 서재에서 매화향이 진한 글감을 찾으려 번민”하고 있을 것이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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