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정보산업협동조합원들이 살길은 없나요?
인쇄정보산업협동조합원들이 살길은 없나요?
  • 서정환 신아출판사 대표
  • 승인 2020.06.09 18: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상전벽해. 뽕나무밭이 변하여 푸른 바다가 된다는 뜻으로 세상일이 덧없이 바뀜을 이르는 말이다. 세상이 하도 빨리 변해 어느 직업인들 변하지 않은 곳이 있겠는가마는 인쇄업이야말로 참 몰라볼 정도로 상전벽해가 되었다. 1950년대, 60년대는 말할 것도 없고 1970년대까지만 해도 인쇄라면 활판이 주종을 이루었다. 요즘에는 납 활자를 구경하기도 힘들게 되었지만, 그때만 해도 활자 아니면 인쇄를 할 수도 없었고 활자 없는 인쇄란 상상조차 못했다. 납으로 주조된 활자를 칸막이가 된 상자에 가나다순으로 배열해 넣어서 세워놓고 활자를 하나하나 뽑았는데 이 일을 문선작업이라고 했다. 문선작업이 끝나면 뽑아놓은 활자를 일렬로 세워서 판을 짰다. 말하자면 조판을 한 것이다. 조판된 것을 인쇄기에 올려 교정쇄를 내 교정을 한 다음 인쇄를 했다. 따라서 이때는 책을 한 권 내는 데 몇 달 걸리는 것이 예사였다.

 활판으로는 신속하게 인쇄를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이 무렵에는 관공서에서 하급기관에 시달되는 공문이나 회의서류는 물론이고 학교에서는 시험지를 전부 ‘프린트’로 했다. ‘프린트’보다 ‘등사판 인쇄’라면 좀 알까? 특수한지에 3㎜. 4㎜. 5㎜ 3종류의 방안지를 인쇄하여 초를 알맞게 먹여 만든 등사원지란 것이 있었다. 이 원지를 줄판(가리방)에 올려놓고 철필로 글자를 쓰면 원지는 찢어지지 않고 글자만 구멍이 뚫렸다. 원지에 글자를 쓰는 일을 필경이라 했는데 이 필경된 원지를 등사판에 인두로 양쪽을 붙여 놓고 롤러에 잉크를 묻혀서 찍어냈다.

 1980년대에는 ‘공타’라는 일종의 타자기가 나와 프린트 사업이 밀려나게 되었다. 타자 원지에 한 자씩 활자로 때려 구멍이 뚫리면 타자 원지를 윤전기에 걸어 잉크가 새어나오도록 했기 때문에 손으로 쓴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이 활자에 가까웠다. ‘마스터기’라는 간편하게 활자에 가까운 인쇄를 하는 기계가 나와 이때부터 활판인쇄기는 사양길을 걸을 수밖에 없었다.

 1990년대에는 컴퓨터시대가 열렸다. 해가 바뀔 때마다 8비트에서 16비트, 다시 32비트. 386에서 486하면서 정신없이 발전했다. 인쇄문화도 정신을 차릴 수 없을 만큼 빨리 변했다. 오프셋 인쇄기가 들어오고 칼라인쇄기도 이때 전성기를 구가했다. 이때는 종이로 인쇄하고 책을 펴내는 인쇄?출판산업은 호황을 누리고 있었다. 이때만 해도 인쇄와 출판을 구분하지 않았다. 인쇄소는 책을 찍어내는 곳이고 출판사는 책을 펴내는 곳이라는 개념이 확립되지 않았던 것이다.

 2000년대에 들어서는 전자책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종이로 찍어내던 책 시대는 서서히 저물어 가기 시작했고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는 종이책은 급격하게 내리막길을 달리고 있다.

 전북인쇄정보산업협동조합은 1957년에 탄생, 오늘에 이르고 있다.

 2020년에 들어서는 종이로 인쇄하던 인쇄업자들은 급변하는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많이 도태되었고 살아남은 업체들도 목숨을 도모하기에 쩔쩔매고 있다. 혼자 하거나 두세 명이 운영하는 업체가 대부분이고 대여섯 명 되는 업체도 몇 되지 않는다.

 인쇄환경은 어떤가. 앞이 캄캄하다. 각 기관에 인쇄실을 두고 업자들이 해야 할 일을 이들이 하고 있음의 부당함을 수없이 촉구해도 메아리가 없고 몇 대학에서도 출판 뭣이란 이름으로 직원을 채용, 업자들에게 하청을 주는 갑질을 하고 있는 현실에 우리 조합원들은 한숨만 쉬고 있다. 뿐인가. 혁신도시에 들어온 전국 규모 기관들은 도내의 토박이 업자들에게는 그림의 떡이 되었다. 본래 있던 지역에서 기관이 전주로 옮겨오자 업자들도 같이 따라와 전주에다 사무실을 내고 그들이 일을 다 가져가고 있으니 토박이 업체들은 하늘만 쳐다보고 있다. 이 기관에 얘기하면 장애인 기업이나 사회적 기업이라야 일감을 줄 수 있다고 한다. 조합원들은 어떻게 해야 일감을 받을 수 있을까요. 전북인쇄정보산업협동조합원들에게 힘을 주십시오.

 서정환<신아출판사 대표>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