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X 그룹 창립전 … 예술의 상품화 반대·제도적 틀 안에 안주하는 일 거부
AX 그룹 창립전 … 예술의 상품화 반대·제도적 틀 안에 안주하는 일 거부
  • 김미진 기자
  • 승인 2020.06.08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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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시대의 현대미술을 직시하고, 예술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짚어내는 일에 예술가 각자의 발언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그룹 AX가 창립한다.

 ‘제1회 에이엑스전’이 11일부터 24일까지 우진문화공간 전시실에서 열린다. 11일 오후 6시 전시 오프닝에서는 창립 기념 행위미술 행사도 준비되어 있다.

 AX의 창립 멤버는 김성민, 김지연, 김춘선, 장석원, 조헌, 오무균, 이상조, 이재승, 한봉림 작가다.

 장석원 전 전북도립미술관 관장을 주축으로 모이기 시작한 이들은 지난해 4월 19일 첫 모임을 가진 뒤 올해 4월 4일 ‘AX 선언문’으로 공동의 지향점을 명문화하기까지 근 1년 동안 함께했다.

 오늘날 현대미술 정황과 전북 화단을 두고 볼 때 무엇인가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의견이 일치했고, 작가 개개인 또한 방관하고 있다가는 휩쓸려가고 말겠다는 위기의식을 느낀 까닭이다.

 이들은 매달 만남의 시간을 가지면서 AX의 방향성에 대한 논의를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그럭저럭 만남을 이어가는 그룹·단체전에 머물지 않기 위해 작가별 작품성에 대한 토론도 병행했다. 치열한 PPT 발표와 토론, 낮부터 늦은 밤까지 술잔을 기울이면서 예술가의 창의성을 실현하는 일의 중요성, 그리고 그것이 매우 가치 있는 일임을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사실, 그동안 전북에 현대미술 그룹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1974년에 전북화단에 현대미술의 물꼬를 튼다는 의미의 ‘물꼬’라는 그룹이 창립돼 전북화단에서 보기 힘들었던 생소한 행위미술과 설치작업을 보여준 바 있다. 장 전 관장은 당시에도 ‘물꼬’의 중심에서 척박한 현대미술의 토양을 기름지게 하겠다는 목표 아래 움직였으나 정치적 소용돌이와 시대적 상황 속에 오래가지 못했다.

 30여 년이 흐른 지금에와 창립된 ‘AX’에 대해 비슷한 계기일 것이라 보는 시각도 있지만, 시대정신만큼은 확실하게 달라졌다는 것이 장 전 관장의 설명이다.

 장 전 관장은 “실험적인 현대미술 작업에 대한 갈증과 전북 화단에 대한 갑갑증이 있었다는 점은 ‘물꼬’때와 비슷할 수 있으나 지금은 훨씬 더 다양한 이야기들이 가능해진 것 같다”며 “아트페어와 옥션 등 상업적인 방향으로만 기울어져가고 있는 현 시대 속에 필요한 작가정신, 더 이상 길들여진 것처럼 되어가는 모양새나 흐름을 바꾸어야한다는 공감대가 AX의 방향을 짚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AX는 창립전에 앞서 AX 선언문도 발표했다.

 AX선언문에서 이들은 “우리는 삶의 길과 예술이 일치한다고 믿으며 예술이 사회적 문제에 개입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예술적 혁신이 곧 정신적 혁신이 된다고 생각한다”며 “우리는 예술이 상품화되는 것에 반감을 느끼며 또한 제도적 틀에 안주하는 것을 거부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들은 또 “예술은 날마다 새로워야 하며 그 어떤 강령도 일방적으로 적용되는 것을 반대한다”며 “무엇이든 할 수 있으며, 무엇이든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예술가의 창의성은 가장 궁극적인 인간의 가치이며 이를 실현하기 위하여 목숨을 걸어야 한다”며 “AX는 그러한 뜻을 공동으로 발현코자 한다”고 덧붙였다.

 실험적이면서 동시에 작품성을 강하게 드러내는방향으로 AX의 힘을 모아나가겠다는 의지인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번 창립전을 주목할만하다. 창립 멤버 모두가 새로운 작업을 통해 종전과는 확연히 다른 얼굴을 보여주고자 단단히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헌 작가는 보다 과격해진 표현법으로 응시하고 있는 인물을 통해 메시지를 전하고, 이재승 작가는 커다란 원형을 그린 단 1점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분명하게 드러낸다. 갯벌의 황량함에 천착해온 오무균 작가는 이번 창립전을 앞두고 홀로 부안에 다녀오는 등 매우 비밀스러운 작업으로 관람객들을 안내한다. 사라지는 것에 주목해온 김지연 사진가는 빈방시리즈와 신작을 함께 구성해 선이 분명한 사회적 발언을 이어간다.

 평생 작업과 생업의 양 갈래의 길에서 고군분투해온 김춘선 작가는 일과 후 새벽 2시까지 붓을 놓지 않은 부지런함으로 신으로부터 부여받은 예술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상조 작가는 작품 속에 최근 이별한 애완견 뷔너스에 대한 이야기를 담는 등 굉장히 사적인 부분을 드러내며 달라진 삶의 지점을 이야기한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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