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청사기 대중화 앞장’ 사기장(분청사기) 기능보유자 토광 장동국 장인
‘분청사기 대중화 앞장’ 사기장(분청사기) 기능보유자 토광 장동국 장인
  • 고영승 기자
  • 승인 2020.06.08 17: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천년의 혼 名人 名家를 찾아서>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제29호

 우리 도자기는 고려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오랜 기간에 걸쳐 꾸준히 시대별 문화의 특징을 함축해서 보여주는 유물로, 현재 남아 있는 우리 문화유산 중 매우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최근 들어 소비 위축 등으로 수요가 줄면서 생산을 하면 할수록 불어나는 손실을 감당하기 어렵게 되자, 제작을 중단하는 장인들이 점점 늘고있다. 이 가운데 지금까지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제29호 사기장(분청사기) 장동국(64) 장인은 꿋꿋하게 우리 전통의 맥을 잇고 있다. 이에 본보는 도자기 분야에서 존재감을 발휘하도록 사기장 장동국 장인을 만나 분청사기의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등 다각도로 조명해본다.

 △전라북도 대표 분청사기장… 50년 외길인생 

 경기도 이천 출생인 장동국 장인은 50여년을 도자기 만드는 일에 매진해왔다. 오로지 흙이 좋아 지학(志學) 15세의 나이에 전통 도예가의 길로 입문한 후, 2015년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제29호로 지정되기까지 그는 오직 ‘분청사기’ 한 길만을 걸었다. 그는 1970년 지순택의 ‘고려도요’에 들어가 도자기 기술을 익힌 후 유근영의 ‘해강도자’에서 연수를 받았고, 조소수의 ‘광주요’에서 분청사기 기술을 연마했다. 이어 석촌도예를 거치면서 도자기에 대한 이론과 기술을 두루 섭렵했다. 이후 김제시 부량면 소재 ‘토광도예’라는 공방을 차리고 본격적으로 분청사기를 빚었다. 현재 전통을 계승하고 현시대 어울리는 도자기를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는 전라북도의 대표적인 분청사기장이다.

 △그의 열정 그리고 가치관 

 “실패를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가장 한국적인 분청사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방법부터 전통적이어야 한다. 많은 작품보다는 제대로 된 작품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그의 삶의 철학이자 고집이다. 그의 분청사기의 기법은 상감, 인화, 박지기법에 있어 전래해 이어온 전통기법으로 실제기능을 원형대로 제작기법을 완벽하게 터득해 재현에 성공해 현재 전통 분청사기의 우수성을 알리는데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가 만들어낸 작품들은 중국 불산(포산) 등 해외에서 한국 전통의 아름다움을 알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장동국 사기장 만큼 조선 도예의 전통을 온몸으로 이어온 사람은 없다며 발 물레의 달인”이라고 평가한다.

 △전통방식 고집… 사기장의 작업장  

 그의 작업장은 사방이 두꺼운 두께의 흙벽을 쌓고 필요에 따라 곳곳에 작은 창문을 설치해 빛을 들이고 실내의 일부에 온돌장치를 설치해 건조와 겨울 동안의 작업을 한다. 작업장 안에는 흙을 저장하는 곳과 건조시키는 건조장 그리고 유약의 조합과 유약을 시유하는 곳과 그릇을 만드는 물레가 놓여있는 물레장이 있고 옥외에는 수비장이 있다. 수비장은 흙의 앙금을 가라앉히기 위해 땅을 파서 만든 구덩이인데 땅두멍과 귀웅으로 이뤄져 있다. 작업장 한편에는 커다란 가마도 자리하고 있다. 사기장은 가마와 불도 전통방식을 고집한다. 3년간 소중하게 돌보며 건조한 소나무 장작으로 가마의 불온도를 1300도까지 올려 고온에서 번조해 아름다운 도자기를 완성시킨다.

 △점토 채취서 재벌구이까지… 분청사기 제작과정  

 분청사기의 생산과정은 먼저 점토의 채취 및 수비(水飛) 작업으로부터 시작된다. 수비작업이란 채취된 점토를 물에 넣고 휘젓은 다음 그 뒷물을 받아 가라앉게 되는 미세한 흙가루를 받는 작업을 말한다. 이렇게 준비된 흙은 그릇 만드는 성형작업에 들어간다. 사기장은 물레의 중심부에 흙을 놓고 양손에 물을 묻혀 위로 쳐 올리듯 사기를 빚는다. 이후 무늬를 새겨넣는 작업을 거친다. 이때 주로 쓰는 기법은 ‘상감’과 ‘박지’다. 상감은 음각한 후 거기에 백토나 자토를 발라 나타내고, 박지는 분장한 뒤 무늬 외 백토를 긁어내 태토의 어두운 색과 분장된 백색을 대비시켜 드러낸다. 이렇게 해서 완성된 작품은 굽을 잘라 나무판 위에 옮겨 놓고 그늘에서 말린 후 날을 택해 번조 작업에 들어간다. 800℃ 전후로 구워내는 초벌구이를 한 다음으로 유약을 입혀 건조시킨다. 마지막으로 재벌구이 과정을 거친다. 온도가 1250℃ 이상에서 가열하면 장석유가 녹아내려 분청사기 표면에 씌워지고 골고루 유리질 막이 형성되면서 경질의 작품이 만들어진다.

 △끊임없는 노력… 분청사기 대중화 앞장 

 그는 스스로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사회의 찌든 때에 시름하는 삶보다 흙 때 묽은 자신의 삶이 더 행복하다는 것. 그는 도자기를 배울 때에도 남들보다 연습을 많이 했다. 남몰래 자신이 생각했던 부분을 실질적으로 실험도 해 보고, 낮에 작업하는 건 그저 스승님의 생각을 맞춰서 만드는 인간기계일 뿐 이라고 생각해서 예술품에 대한 창조적인 마인드를 가지려고 노력해왔다. 그래서 그는 작업이 모두 끝난 시간, 밤에 나만의 작업을 따로 하며 노력한 끝에 현재에 이르렀다. 하지만 그의 꿈은 세계적인 분청사기를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 그것을 위해 지금도 계속 노력하고 있고, 도예의 대중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장동국 사기장은 “틀에 매이지이지 않고 나를 표현하기 가장 적합한 게 분청사기로서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없다”며 “분청사기는 내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심미안을 표현할 수 있다는 메리트가 있다. 그리고 절대적인 정해진 룰의 청자와 백자보다는, 원칙은 있지만 자유로움을 허용한다는 점에 매료됐다”고 말했다.

이어 “세계적으로 우리나라만 도자기에 상감기법을 쓰고 있다. 우리 도자기가 세계로 뻗어갈 길이 많다고 생각한다”며 “도자기마다 각기 특성이 있고, 시대마다 다른 도자기가 있기 때문에 이 시대를 대변하는 도자기를 만들어 전라북도의 이미지를 높이고, 다양한 체험활동으로 전북도민들의 은혜에 보답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고영승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