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온라인 영화제 촉박한 첫걸음...아쉬움 남으나 전력을 쏟았다”
“최초의 온라인 영화제 촉박한 첫걸음...아쉬움 남으나 전력을 쏟았다”
  • 이휘빈 기자
  • 승인 2020.06.07 15: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 폐막…첫 온라인 영화제 치른 전진수·문성경 프로그래머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가 6일 막을 내렸다. 국내·세계 최초 온라인 영화제라는 이름을 짊어진 전주국제영화제는 OTT서비스로 영화 상영과 영화인들이 모인 심사 두 부문을 거쳤다. 한산한 영화의 거리가 아쉬웠지만 한편으로 온라인을 통해 국제영화제를 기억하는 이들 역시 존재했다. 본지와 1월 인터뷰를 진행한 전주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들을 만나 영화제의 성과와 한계, 아쉬움과 나아갈 점에 대해 들었다(편집자주)

 

전진수 프로그래머
전진수 프로그래머

▲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이하 영화제)가 마무리됐다. 감독과 제작자 중에 흔쾌히 허락한 분도 있고, 거절한 분도 있었다. 마지막 날인 지금 심정이 어떤지 듣고 싶다.

전진수 프로그래머(이하 전) : 영화제가 경쟁부문 중심의 비공개·온라인 전환이 확정된 것이 지난 4월 28일이었다. 결정짓자마자 감독들에게 바로 참여 여부를 물었는데, 비율로 보자면 ‘흔쾌히 응함’ 4, ‘고민후 연락’ 5, ‘전통적 방식 준수’ 1이었다. 처음 치르는 온라인 상영인 만큼 빠듯한 일정속에서 급하게 치렀는데 그럼에도 흔쾌히 참여해주신 감독님들과 열일한 스태프들, 그리고 IT강국인 한국의 환경이 만든 기적 같다.

 

▲OTT서비스인 웨이브를 통해 올해 영화제에 사람들이 얼만큼 참여했는가?

전 : 5일 기준 약 5,000명이 관람했으며 현재로서는 아마 6000여명 내외로 예상하고 있다. 웨이브의 집계가 끝나면 바로 공개할 예정이다. 예년에 비해 숫자로 보면 적은 것이 사실이지만 최초의 온라인 영화제임을 고려해주셨으면 좋겠다.

문성경 프로그래머(이하 문) : 저희가 이에 대해 고심했으나 오히려 영화제의 일정이 5월말로 옮겨지면서 시간을 내지 못한 사람들이 “온라인 관람으로 참여할 수 있어 기뻐요”라고 말해 기뻤다. 특히 벽지에 사시는 등 이동이 힘든 분들도 온라인 관람을 했다는 점에서 어찌보면 이번 영화제는 거리적 한계를 극복한 게 아닌가 싶다.

 

문선경 프로그래머
문선경 프로그래머

▲ 이번 영화제에 대한 영화인들의 평가는 어떤가? 또한 지난 4일 열린 무주산골영화제와 추후 열릴 부천국제영화제 역시 온라인으로 방향을 정했다. 영화인들은 어떤 반응인가?

문 : 감독, 프로듀서 등 약 320명의 영화인들은 어떻게든 온라인이건 오프라인이건 영화제를 열고자 하는 의지가 가득하다. 이 양쪽 다 만족감을 드리려 노력했고, 이에 대해 영화인들이 높게 평가했다. 그러나 감독들과 집행위 모두 관객들이 참여 못한 점에 너무 큰 아쉬움을 느꼈다.

전 : 부천의 경우에는 현재 더 힘들다고 들었다. 그나마 우리 영화제는 우리만의 판을 만들었다는 점을 만들었다는 데에서 보람을 느낀다. 그러나 영화제에 더 많은 분들이 오지 못해 된 것은 여전히 아쉬운 부분이다.

문 : 이번 영화제에 많은 영화제 위원장님들이 다 오셔서 사진찍고, 어떻게 하는지 계속 질문했다. 이어 자기들끼리 모여 회의하시더라. 사실 영화제 준비 중에도 몇몇 영화제에서 계속 문의를 했다. 이런 모습들 보면서 전주국제영화제가 모두가 주목하는 첫 발자국이 빚어낸 모습이 아닐까 싶다.

▲좋은 상영작들을 선정했지만 상대적으로 프로그램 홍보는 늦은 감이 있다. 영화제가 준비한 선물들을 많은 사람들이 즐기지 못했는데 이에 대해 듣고 싶다.

전 : 저 역시 외부서 이런 평가를 계속 들었다. 저희 홍보팀을 비롯한 모든 이들이 애썼지만 ‘복제 방지’를 위해 온라인 상영 준비가 늦은 것이 사실이다. 집행부 선이나 시청과의 조율 과정에서 의견 차이를 조율하는데 시간이 많이 들었다. 예를 들어 전주시시는 시민들 안전을, 집행위는 영화인들과 복제 방지 문제등을 고려해야했다.

문 : 이 과정에서 사람들이 ‘온라인이면 더 쉬운 것 아니냐’라고 하는데 저희는 결과적으로 일을 두 번했다. 먼저 선정된 250명의 감독들과 배급사에게 ‘온라인 상영’에 대해 다시 동의를 구하는 절차를 밟았다 이어 극장용 DCP대신 온라인용 파일을 온라인 포맷에 맞춰서 다시 받고 추렸다. 파일들마다 자막 작업을 다시 거쳐 업로드 해야 했다. 거기에 복제와 보안문제까지 고려해야 했다.

전 : 그런 점을 고려하면 온라인·오프라인이건 빠르게 결정했어야 했는데 당시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5월 28일이 개최일이라면 적어도 3월초에 온라인 결정 및 플랫폼 결정을 했으면 좀 나았을지도 모르겠다.

▲관객들 중에는 영화 관람비 7천원 가격에 불만을 표시하는 일도 있었다. 또한 12시간 제한을 두게 된 배경도 궁금하다.

전 :이에 대해서 말씀드리고 싶다. 상업영화도 인터넷에서 첫 관람할 때는 1만5천원이다. 오랜 시간 공들여 만든 작품의 관람료가 7천원이라는게 비싸다고 말하기에는 힘든 것 같다. 또한 전주국제영화제는 창작자들을 지원하고 표현하고 싶은 자유와 독립 등의 여러 가치를 지원하는데 가격을 후려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또한 관람객 입장에는 비싸다는 의견도 있지만 반면에 ‘이정도는 적정하다’라는 의견도 공존했다.

문 : 상영시간 12시간은 감독과 배급사들의 요청이 있었다. 예를 들어 영화에 삽입된 ‘JeonjuIFF 워터마크’에 대해서도 저희는 최대한 원본을 살리려 했는데 배급사에서 복제방지에 대한 우려로 꼭 넣어달라고 요청했다. 또한 배급사에 관객수 1,500명을 제안했을 때 오히려 ‘우리는 700명만 받겠다’, ‘우리는 3시간만 상영하겠다’ 등의 요청들이 있었다. 이 부분에서 다시 고려해 줄 것을 요청했고 저희는 가능한 평균 1500명 기준을 맞추려 노력했다.

▲이번 영화제가 축제와 영화라는 각 부분에서 어떤 성과를 거뒀다고 생각하는가?

전 : 축제의 성과로 보자면 절름발이식 운영될 수 밖에 없었다. 전주시의 입장이 있어 페스티벌은 온라인으로 시도했으나 결과적으로는 미흡한 점이 있었다.

문 : 온라인으로 페스티벌은 유튜브로 진행했는데 영화팬들은 아이돌과 다르다. 아이돌 팬들은 실시간적으로 반응을 표현하는데 반해 영화팬들은 즉각적인 표현보다는 전체적으로 감상 후에 느낌을 남겨주셨다. 라이브 영상에서는 반응이 얼마 없었는데 하룻밤 지나면 700건에서 1000건정도 조회수와 댓글들이 남겨졌다. 올해 인기가 많았던 프로그램들 중 여성 감독들의 이야기와 여성의 시각으로 영화를 읽는 주제 부분도 온라인으로 숨통을 틔우지 않았나 싶다. 한편으로는 전주국제영화제니까 이렇게 도전적으로 성과를 거둘수 있다고 생각한다.

전 : 영화적 성과는 더 아쉽다. 원래 올해 영화제에서 준비한 250편 중 180편을 소개했을뿐더러 다른 감독들도 많이 초청하지 못했다.

문 : 대중적인 호응도 중요하지만 ‘전주국제영화제’의 성격에 맞는,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져주고 토론을 이끌어내는 영화, 지금 현실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들을 소개해 초청하고 관객들과 이야기 할 수 있는 여지를 고민했는데 어그러져 안타깝다.

▲웨이브서 접속하면 인기있는 영화리스트로 ‘갈매기’, ‘바람아 안개를 걷어가다오’, ‘한국단편경쟁5(이별유예, 우주의 끝, 무협은 이제 관뒀어, 유통기한)’, ‘홈리스’, ‘파견-나는 나를 해고할 수 없다’ 등이 이어진다. 수상작이라는 명성도 있지만 전주와 전주국제영화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올해 ‘해체된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할까’를 주목한 것 같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문 : 프로그램 선정은 2월에 다 끝났고 온라인 갈 작품과 동의 여부는 배급사 제작사 결정이라서 저희가 일부러 더 고른 것은 아니다.

전 : 아시아 부문을 담당한 문석프로그래머님의 혜안이 아닐까 싶다. 그보다는, 작품들 모두가 지금 시대를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작품들의 상영시간들을 전체적으로 보면 방송과 영화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전 : 좋은 질문이다. 현재 작품의 길이들은 짧아지고 스토리의 전개가 빨라지는 경향이 있다. 작품의 경계도 단편과 중편 사이, 중편과 장편 사이로 제작된 작품들이 많아졌다. 특히 한국은 단편영화로 감독 입봉하는 경우가 많다. 외국의 단편영화제는 3분, 5분인데도 촌철살인의 영화들이 있는데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국내 단편 감독들이 분발했으면 좋겠다

장편의 길이가 줄어드는 것은 살펴보면 이를테면 OTT를 통한 부가판권을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극장상영을 한다 하더라도 영화들의 호흡 자체가 짧아진 것은 사실이다. 얼핏 드는 생각은 이제는 영상세대가 오고 있다. 옛날처럼 영화 한편에 150분, 200분을 견디지 못한다. 호흡이 짧아진 것은 분명히 있다. 100분이 기준이었으면 80분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호흡의 장단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말하고 싶은 바를 말하는 완성도가 중요하지 않을까. 일단은 유행과 시대적 변화의 과도기에 중심에 있다고 생각한다.

▲본지와 1월 초 인터뷰에서 ‘OTT 서비스’가 가속화되가는 것을 언급했는데 이번 영화제 역시 OTT와 동행했다. 극장가 아닌 각자의 공간에서 영화를 보는 이 새로운 풍경에 대해 두 프로그래머의 의견을 듣고 싶다.

전·문 : 어떻게 보면 새로운 가능성 하나를 보기도 했다. OTT를 사용해 부대적인 프로그램으로 소규모 온라인 상영도 가능하지 않을까. 예로 이번 영화제 중 한 작품은 1,500명만 관람할 수 있었다. 이를 추후 영화제를 관람하고 싶지만 벽지에 살아 방문이 힘든 분들에게 온라인 상영으로 관람하게 하는 등 새로운 가능성이 열렸다고 생각한다. 이번 영화제에서도 OTT업체들이 강성해져서 계속 OTT를 찾는 비율이 늘어난 만큼, 향후 코로나19가 해소됐다고 해서 모두다 극장가로 가지는 않을 것이다. 앞으로 이에 대해 많이 논의를 해야한다.

▲올해는 전북이라는 카테고리로 보면 단편영화 6편과 장편영화 1편이 나왔다. 서울과 경기권으로 몰린 영화계 인프라와 대비했을 때 나쁘지는 않지만 아쉬움이 남는 것도 사실이다.

문 : 전주국제영화제는 지역과 언제나 함께 하고 있다. 이번에 마케팅 작품 수상 역시 지역출신 감독님이 수상했다. 전주가 영화 인프라가 미약한 것이 사실이나 이 지역을 소재로 하거나 지역출신으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감독들을 계속 조명하고 있다.

전 : 조금 다른 얘기지만 이번에 KBS 스페셜 중에도 전북 지역을 연계로 한 작품들도 있었다. 추후 장기상영회를 통해 전북지역을 소재로 한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게 준비하겠다.

문· 전 : 전북에서 활동하는 감독들과 같이 나아가고 있다. 지역 단편 6편과 장편 1편이 아주 적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실 이 부분에 대해서 영화의 인프라가 미약하지만 그럼에도 이 지역을 소재로, 또는 이 지역 출신으로서 최선을 다한 감독들은 계속해서 조명하고 있다. 저희는 영화를 뽑는 것에 그치지 않고 창작에도 같이 나아갈 것이다.

이휘빈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