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콕, 안방극장]<4> 탑차를 타고 찾아간 엄마는 생각보다 자유로웠다 유준상 감독 ‘탑차’
[콕, 안방극장]<4> 탑차를 타고 찾아간 엄마는 생각보다 자유로웠다 유준상 감독 ‘탑차’
  • 이휘빈 기자
  • 승인 2020.06.04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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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준상 감독의 영화 ‘탑차’는 엄마를 찾는‘로드무비’로 보기 쉽지만 그 과정은 심리드라마에 가깝다. 영화는 탑차에서 건어물을 내리는 엄마 수형과 아들 순호의 모습에서 시작된다. 마른 건어물이 떨어진 곳에 뜬금없이 아빠는 엄마가 죽는 꿈을 꿨다고 말한. 이어 아빠는 불편한 표정으로 탑차를 타고, 수형은 건어물 대신 다른 짐을 싣고 달리는 여정을 시작한다. 탑차 안에서 얼떨떨한 세 가족은 눈을 마주치는 시간보다 눈을 피하는 시간이 길다.

 수형이 엄마를 찾는 과정에서 멈추는 과정은 심리적 부분에서 긴 여정이다. 아빠는 과거에 대해 후회도 반성도 없으므로, 수형이 엄마를 찾는 것을 당연한 의무처럼 여긴다. 반면에 수형은 엄마의 안부과 엄마의 인생을 곱씹는 표정을 만드는데, 탑차가 아무리 속력을 내더라도 이 의무에 대해서는 저절로 속력이 줄어든다. 그래서 탑차 속 가족들은 보는 이들을 심리적으로 구겨앉게 만든다.

 간신히 만난 엄마는 새 애인과 행복한 웃음으로 물고기를 잡고 있다. 수형은 차 안에서 엄마에게 “여기서 말도 안통하는 저 남자랑 산다고?”라고 묻고, 엄마는 “말은 너네 아빠랑 더 안 통해”라고 답한다. 이 과정에서 카메라 속 아빠와 엄마의 애인은 위태롭게 대비된다. 이어 아빠는 엄마의 애인을 때리고, 부둣가에서 엄마와 아빠의 다툼이 이어지는데, 이 과정은 아빠가 과거 속에서 허우적댈수록 옛 가정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돌아가는 길에 탑차는 어둠 속을 달린다. “아무것도 안 먹은 것 같다”라는 아빠의 푸념과, 핸들을 꼭 잡은 수형은 이들의 방향 역시 어느샌가 갈릴 여지를 남긴채 탑차의 운전 소리로 막이 내린다.

 유준상 감독은 전주국제영화제 전주톡톡방송에서 영화에 대해 “처음에는 아빠와 아들이 차를 타고 엄마에게 돈을 빌린다는 이야기로 는데 도중에 엄마에 대해 얘기하고 싶었다. 엄마의 욕망에 대해 그려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유준상 감독은 1991년생으로 전주출신이며, 호텔에서 일하며 영화를 만들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영화 ‘탑차’는 작년 제19회 전북독립영화제에 개막작으로 선정됐다. 영화는 6일까지 OTT서비스 WAVVE에서 관람 가능하며, 추후 장기상영회를 통해 만날 수 있다.

 이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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