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여성의 미투로, 바로 보기 시작한 주체… 전주 출생 김미조 감독의 ‘갈매기’
중년 여성의 미투로, 바로 보기 시작한 주체… 전주 출생 김미조 감독의 ‘갈매기’
  • 김미진 기자
  • 승인 2020.06.02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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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콕, 안방극장]<2>

 “그럼 나는?” 분노에 찬 오복의 목소리가 파르르 떨리는 순간 깨달았다. 그녀가 바로 오복임을 말이다.

 늘 자신보다는 딸들의 사회적 위치와 체면을, 자신의 건강보다는 치매에 걸린 엄마를 먼저 챙겨야 했던 이 시대의 중년 여성. 끔찍한 성폭행을 겪고 나서도 타인으로부터 모두를 위해 침묵을 요구 받았던, 그 사실을 누군가에게 털어 놓을 수 없어 전전긍긍하던 외로운 갈매기 같은 존재가 바로 그녀였다.

 영화 ‘갈매기’의 배경은 재개발로 갈등을 빚고 있는 서울의 한 시장이다. 이곳에서 장사를 하던 중년 여성 오복이 동료 상인 기택에게 성폭행을 당한다. 기택은 재개발 대책위원장이었다. 행여 보상을 받는 데 문제가 생길까봐 오복을 피하기 시작하는 동료 상인들의 모습에서 우리의 모습을 보았다. 혹시라도 괜한 일에 얽힐까, 나의 일이 아니니, 피해를 입지는 않을까 모른척 지나갔던 숱한 시간들이 겹친다.

 성폭력 사건에서 으레 그렇듯 경찰은 피해자에게 증거나 증인을 찾아오라고 한다. 뒤늦게 시장의 소문을 들은 남편은 여자의 동의 없이는 성폭행이 성립되지 않는다는 소리를 지껄인다. 결혼을 앞두고 스트레스를 받던 큰 딸 조차 엄마를 원망하기 시작한다. 완벽한 우리 안의 가부장이 작동되면서, 쏟아진 각자의 시선들이 오복을 옭아맨다.

 카메라는 철저하게 오복의 시선에서 스스로의 존엄을 되찾기 위해 외로운 싸움을 해나가는 과정을 쫓는다. 그 과정은 엄마라는 이름의 무게에 자기 자신은 덮어버린, 술 없이는 하루도 살아갈 수 없었던 고된 시간까지도 딛고 일어서는 장면이기도 하다. 그리고 오복이 드디어 말하기 시작했다. 이제, 그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차례다.

‘갈매기’는 전주 출생 김미조 감독의 첫 장편영화다.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부문에서 신동민 감독의 ‘바람아 안개를 걷어가다오’와 함께 공동 대상을 거머쥐었다. 6일까지 OTT서비스 WAVVE에서 서비스되며, 추후 진행될 예정인 장기상영회를 통해 만날 수 있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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