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는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
부부는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
  • 이소애
  • 승인 2020.06.01 18: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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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 때문에 평범한 가정생활도 변화가 왔다. 사회적 거리는 흐르는 강물을 둑으로 막는 것처럼 흐름에 멈춤을 가져왔다.

 잠깐 정지에서 활력을 찾기 위해 부부와 부부끼리 서로 연대하는 행복한 바이러스를 찾아보았다. 부산 산복도로에 사는 부부는 정년퇴직하고 가장 고된 노동자로 일하고 있다. 아코디언 계단을 오르면서 한숨을 내뱉기보다는 노래를 부르는 부부다. 가끔 산허리 카페를 찾아 구름의자에서 만디버스를 기다리다 보면 산복도로 부부는 쌍백합 같은 향기를 품고 맞이해 준다.

 쌍백합 부부를 마주할 때마다 신비스러운 사랑의 빛을 본다. 무지개처럼 찬란한 빛으로 보이는 건 그들이 사랑을 위해서 얼마나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지 존경스럽다. 요사스럽지 않은 사랑에서 혼란했던 정신적인 위로를 받는다.

 궁금해서 부부의 사랑 비법을 물었다. 매일 10분 편지를 쓰고 10분 대화를 나눈다고 한다. 그럴까? 만날 때마다 부부의 모습에서 나도 저렇게 살아야겠다는 새로운 각오를 하도록 유혹했던 아름다운 모습이 편지였다니 놀랍다.

 부부는 감히 접근할 수 없는 영역에서 산다. 부부는 매일 10분 편지를 써서 서로 교환해서 읽어 보고 10분 부정적인 느낌에 관한 대화를 한다고 했다. 아무리 느낌 대화를 한다 해도, 느낌에는 윤리성이 없다고 해도, 사랑해야겠다는 단단한 결심을 하기까지는 실천하기가 어려울 것 같았다.

 부부에게서 쌍백합꽃 향기가 나기까지는 1,500차 매일의 편지를 쓰고 있다니 부럽다. 탁자에는 돈다발이 있는 게 아니라 부부의 사랑을 기다리는 공책과 볼펜이 항시 눈에 보이는 곳에 있다고 자랑한다.

 서로 칭찬해주고 격려해주며 인정하려고 노력하는 부부는 틀림없이 살맛이 나는 혼인 생활을 하고 있을 거다. 함께 사는 자녀들에게도 사랑의 묘미에 호기심을 가질 것이다. 가정이 화목하면 사회도 밝아진다. 밝아진 사회에 소속되어 있는 ‘나’는 존재감이 뚜렷한 삶의 가치관을 향하여 달릴 것이다.

 이 부부는 매리지 엔카운터 교육을 받으면서 사랑의 기법을 터득했노라고 말한다. 부부가 친밀하게 살기 위해서 부부의 대화 기법을 2박 3일 교육을 받는다. 훌륭한 혼인 생활을 위해서 투자해보면 어떨까?

 이 교육은 1958년 가브리엘 칼보 신부님에 의해서 시작되었다. 부부간의 원만한 소통은 자녀들에게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부모를 상대로 교육을 시작했다. 한국은 1977년 3월에 첫 주말을 경험하였다.

 며칠 전 두툼한 소포가 와서 열어보니 배우자인 아내를 먼저 은하수로 보낸 90세에 가까운 용인에 사는 K 소설가가 보낸 손으로 쓴 수필집이다. 『사랑과 슬픔과 외로움의 변주곡』이라고 제목까지 써서 보낸 눈물겨운 글이었다. 60년 동안 “아내는 저의 전부”라고 먼저 보낸 아내를 그리워하는 500쪽이 넘는 글이었다. 그는 “사랑은 찬란하지도 화려하지도 않지만 불타는 노을처럼 황홀했다.”라고 한다. “죽음은 생명이 끝나는 것이지 사랑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라고 돌아올 수 없는 머나먼 여정을 떠난 아내를 그리워하는 글에서 사랑도 고독의 아픔을 먹고 자란다며 형체 없는 것에서 형체를 본다고 한다. 소리 없는 것의 소리를 듣고 산다는 노부부도 수십 년간 부부 서로 편지를 나누고 대화를 나누며 살았었다. 만날 때마다 사랑의 색을 볼 수 있어 부부 사랑이 얼마나 아름다운가를 부러워했었다.

 버킷 리스트(bucket list)를 아는가?

 새삼 버킷 리스트라는 단어가 두려운 어둠의 빛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K소설가가 쓴 마지막 쪽에 버킷 리스트를 선명하게 나열했기 때문이다.

 그는 ‘글쓰기’라고 썼다. 은하수 건너갈 때 징검다리처럼 밟고 아내를 만나겠다는 희망이었다.

 내 주변에서 자그마한 용기를 주는 부부들은 어둠 속에서 한 움큼 햇살을 주는 고마운 부부들이 많다. 이들은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건 부부의 힘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서로 인정해 주며 칭찬해주는 부부가 있어 자존감이 넘치는 하루를 산다.

 이소애<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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