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거칠어진 충돌, 피곤한 한국
미국과 중국의 거칠어진 충돌, 피곤한 한국
  • 이정덕 전북대 교수
  • 승인 2020.06.01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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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에 코로나19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미국과 중국의 충돌이다. 코로나19는 2년 내에 정리되겠지만 미중 고래싸움은 앞으로 수십년 갈 것이다. 홍콩에서 반중국 민주화 시위가 계속 되자 중국은 홍콩의 민주화 시위나 중국을 비판하는 행동을 강력하게 탄압하는 홍콩보안법을 통과시켰다. 세계 대부분이 홍콩보안법은 영국이 홍콩을 중국에 반환할 때 맺은 홍콩반환협정의 일국양제(중국과 분리된 홍콩의 독자경제체제와 자치권)를 위반하는 것이며 인권탄압이라고 비판함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이를 강행처리했다. 중국이 홍콩보안법을 제정하자 미국은 더욱 거칠게 중국을 비판하고 있다.

  그동안 미국은 일국양제를 근거로 홍콩을 중국과 다르게 취급해 관세, 비자, 투자 등에서 우대해왔다. 그러나 트럼프는 홍콩보안법이 통과되면 홍콩특별대우를 철폐하겠다고 공언해, 앞으로 홍콩에 대한 관세를 인상하고 각종 무역제재를 가하고 비자발급도 어렵게 만들 것이다. 홍콩의 세계 금융허브나 무역중개자로서의 역할도 점차 약화할 것이다. 미국은 더 나아가 중국에 대한 제재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가 코로나19 대응 실패에서 국민의 관심을 돌리고 불리한 대통령 선거를 반전시키기 위해 중국때리기를 더욱 강화해왔다. 중국과의 갈등이 격화될수록 미국 국민의 특히 백인들이 결집하여 대선에서 트럼프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그동안 중국과의 막대한 무역적자(년 3000억달러)를 이유로, 그리고 중국이 미국기술을 훔쳐가고 미국산업을 파괴시켰다며, 중국상품에 무더기 관세를 매기고, 미국에서 10만명 넘게 죽인 코로나19를 중국의 선물이라며 중국때리기를 계속하고 있다. 미국은 제2차세계대전 이후 세계의 주도권을 행사하고 있지만 2010년대부터 중국이 이에 거세게 도전하고 있다. 중국은 1977년 개방 이후 35년간 연 10%가 넘는 초고속성장을 하면서 2015년 구매력 기준 GDP에서 미국을 넘어섰다. 그동안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는 노력을 계속 하였는데 트럼프 이후 그 강도가 더욱 거세지고 있다. 미국은 중국에 대한 고율관세 부여, 첨단기술 제재, 정치적 비판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국민이 워낙 중국상품에 의존하여 생활하고 있어 소련처럼 완전한 적대국가로 만들기는 어렵다.

  그동안 미국은 중국을 군사적으로 포위해왔으며 그러한 전략의 일환으로 한국에 사드를 배치하자 중국은 한국에 보복했다. 사드에 부지를 제공한 롯데그룹의 롯데마트는 중국에서 대부분 영업정지를 당하다가 결국 1조원 이상 손해를 보고 철수했으며, 현대자동차 매출도 30% 이상 감소했다. 또한 중국은 한국으로의 단체관광객을 금지시켜 한국의 중국관광객이 60% 급감하며 결국 한국은 5조원이 넘는 손해를 봤고, 중국으로의 상품이나 한류수출에서도 10조원 이상 손해를 봤다. 미국의 사드배치로 한국만 20조원이 넘는 피해를 봤다. 지난 29일 미군이 사드를 교체하자 중국은 즉각 “사드에 단호히 반대한다”고 비판했다.

  최근 미중 갈등이 악화되면서 미국도 중국도 한국에 자기편에 참여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주한 중국대사는 홍콩보안법을 한국과 논의하며 중국의 입장을 존중해 달라고 요구했다. 미국은 중국을 세계경제망에서 배제하기 위한 ‘경제번영네크워크(EPN)‘를 만들어 한국의 동참을 요구하고 있고, 9월의 G7 회의에도 참여를 요구했다. 한국이 미국 편을 들지 않으면 미국은 한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거나 무역제재를 가할 수도 있다. 중국도 각종 경제적 수단으로 한국을 압박하고 있다. 중국+홍콩은 한국경제의 최대 파트너이고(미국보다 2배 정도 교역량이 많다), 미국은 한국의 군사와 정치에 대한 영향력이 막강하다. 이런 미국과 중국이 거세게 충돌하면서 한국을 매우 피곤하게 만들고 있다. 문재인정부의 슬기로운 대처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정덕<전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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