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감독의 필름으로 돌아보는 전주시와 가족사, 영화 ‘이별유예’의 조혜영 감독
젊은 감독의 필름으로 돌아보는 전주시와 가족사, 영화 ‘이별유예’의 조혜영 감독
  • 이휘빈 기자
  • 승인 2020.05.31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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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옮기는 과정과 전주에서 멀어져 가는 아버지의 모습을 ‘긍정의 시각’으로
‘독립·실험·대안’의 가치를 가진 전주국제영화제가 영화 신인들에게 용기를 줘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이하 영화제)에서 만난 조혜영(28) 감독은 10대의 마지막까지 평화동, 삼천동, 서학동, 팔복동으로 집을 옮겨간 경험을 담은 영화 ‘이별유예’를 발표했다. 집에서 가족으로 이어지는 영화 속 흐름은 겉으로 보기에는 두텁치만 소재를 다루는 데 있어서 조 감독의 카메라워크는 섬세했다. 첫 데뷔한 조 감독을 만나 영화를 만들게 된 계기를 들었다.(편집자주)

 

 ▲도내 출신의 젊은 감독님을 만나 영광이다. 첫 영화인 ‘이별유예’는 자전적인 내용으로 이뤄져있는데, 어머니와 아버지의 대화 사이마다 촬영용 테이프로 상황을 설명했다. 다소 읽기 힘들면서도 감성적인 느낌이 나는 테이프를 사용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7년 전 대학에 들어가서 가장 처음 찍었던 6mm테이프를 이용했다. 차마 버리지 못하고 가지고 있던 건데, 그 시절을 대하는 내 태도와 비슷하다고 느꼈다. 테이프를 영상이 아닌 종이처럼 활용해 그 위에 내가 기억하는 것들을 바늘로 적었다. 과거에 대한 지금의 기억을 물질적인 것으로 남겨두고 싶었다. 얇고 작아서 실제로도, 영화 속에서도 다소 읽기 힘든 건 사실인데, 가족들이 변해가는 모습과 삶에 대한 이야기를 ‘비밀일기’처럼 묘사하고 싶었다.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기도 하고 한 편으론 쉽게 전하기 힘든 마음이었다.
 

 ▲영화 속에서 가족의 이사는 평화동·삼천동·서학동·팔복동으로 이어진다. 이 풍경들 이후에 아버지의 모습들이 섞여 나오지만 그마저도 정면이 아니라 옆모습들이 더 많이 나온다. 어떤 의도인지 궁금하다.

 -먼저 아빠의 모습은 정면으로 찍어보기도 했다. 그러나 카메라를 보는 아빠의 모습에서 내가 마치 카메라로 그를 불편하게 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내가 아빠를 평소에 바라보던 방식과 유사한 방식으로 찍는 것으로 촬영 방향을 바꿨다. 아빠의 곁을 함께하며 찍었는데 이 과정에서 아빠와 내가 닮았다는 것을 어느 정도 인정하게 됐다. 역사를 이루는 인물들은 주로 방향성이 있는 이들이지만, 아버지는 많이 헤맸고, 나도 그런 부분이 있다. 이런 형태의 삶들을 긍정해보고 싶었다.

 

 ▲서울과 전주는 타향과 고향이라고 얘기할 수 있다. 두 도시에서 살면서 감독님께 집이란 어떤 곳인지 듣고 싶다.

 -영화인으로서 서울은 미디어에서 보던 세상 속에 내가 있다는 느낌이 든다. 영화 속 배경이 된 동네, 유명인이 언급한 곳 등에 방문할 수 있으니까. 그러나 한편으로는 내 자신에 갈증을 만들게 하기도 한다. 그에 비해 전주는 옛날의 친한 친구 같은 느낌이다. 올 때마다 바뀐 부분은 알아채도, 편안하다고 해야할까.

 집은 ‘사람의 많은 부분을 결정짓게 하는 배경’이라고 생각한다. 한정된 조건에서 이사할 집을 정할 때와 그 안에서 생활하는 모습을 떠올려보면 내가 무엇을 포기할 수 없는 사람인지 가장 드러나는 공간이 집이다. 집의 모습은 사는 내내 영향을 주는데 삶이 어려운 분들에게 그 영향이 훨씬 크다고 느낀다.
 

 ▲마지막으로 전주국제영화제에 대해서 듣고 싶다.

 -전주국제영화제는 ‘독립·실험·대안’이라는 방향성이 확고한데, 이 점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점에서 많은 신인 영화인들에게 용기를 주는데 감사하다. 전주국제영화제는 기존의 영화 문법에 도전할 기회를 줬고, 저도 기존 영화의 문법을 깬 영화를 보면서 용기를 얻었다. 전주는 전통적인 이미지가 강한데 영화제만큼은 ‘뾰족하다’고 할 정도로 두각을 드러냈다. 그 점이 전주출신으로서 자랑스럽다.

 

 ○… 조혜영 감독

 전주 출신으로 호남제일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다큐멘터리와 조형예술을 복수전공했다. 학교를 다니는 동안 선배들과 교수님들의 영화 제작 현장에서 스크립트 제작, 촬영 보조를 거쳤다.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단편경쟁 부분서 ‘이별유예’를 출품, 데뷔했다.

 

이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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