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먼 배움의 길” 최경래의 여창가곡 ‘마음의 노래’
“아직도 먼 배움의 길” 최경래의 여창가곡 ‘마음의 노래’
  • 김미진 기자
  • 승인 2020.05.28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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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을 열면 들리는 소리가 있다. 선비들의 정신세계를 탐험하는 풍류의 정수, 정가 (正歌)다.

 정가(기곡·가사·시조)는 오랜 수련과 체험 끝에 자연에서 발견한 어울림과 나눔을 글과 소리로 풀어낸 음악이다. 본래 문자로 읽기 이전에 귀로 들었던 노래이니, 진정 마음을 열지 않으면 들릴 수 없는 소리인 것이다.

 그중에서도 여창가곡에는 유독 사랑에 관한 가사들이 많다. 상대에게 전하는 진정한 메시지가 담긴 정성스러운 소리인 셈이다. 편안한 곡조의 따뜻한 여창가곡으로 코로나19의 지친마음을 달래본다.

 최경래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제8호 가곡 이수자가 다섯 번째 개인 발표회를 갖는다. 6월 2일 오후 7시 30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명인홀에서 만날 수 있는 ‘최경래-마음의 노래’다.

 매 발표회마다 남다른 의미가 있지만, 이번 발표회는 여창가곡 이수를 기념한 독창 발표라는 점에서 조금 더 특별하다.

 그는 전주시립국악단 단원으로 활동중이던 2008년 정가에 입문했다.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제8호 가곡 이선수 보유자를 만나게 되면서 정가의 매력이 푹 빠져들게 되었던 것. 가곡의 매력에 끌려 박사과정에서도 정가를 전공하는 등 치열한 학구열로 이론을 섭렵했다. 평소 차분한 성품과 끈기, 부지런함으로 꾸준히 4번의 개인발표회를 열어오면서 실기 실력도 쌓았다.

 정가는 실타래를 풀어내듯 소리를 살살 풀어내야한다. 그래서 조심스럽고, 어렵다. 여창가곡에는 특히 남창가곡에서 들어볼 수 없는 속소리와 특유의 시김새가 많다. 최경래 이수자가 좋아하는 가곡은 느리면서도 편안한 분위기의 소리다. 첫 곡으로 부르는 ‘이수대엽’을 애창곡으로 꼽는데, 이 곡은 가곡 한바탕 중에서도 가장 느려 부르기에도 매우 어려운 곡으로 평가된다.

 오롯이 혼자서 감당해야하는 무대를 만들어내기까지 강산이 변하는 세월이 흐르고 말았다. 정가라는 것이 마음에서 우러나지 않으면 절대 할 수 없는, 부르는 사람이 좋아서 하는 푹 빠져 하는 공부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이날 공연은 신용문 우석대 명예교수의 해설과 신유경(가야금), 정준수(거문고), 정지웅(대금), 고성모(피리), 오승룡(해금), 장재환(장고)씨의 반주로 감상할 수 있다.

 최경래 이수자는 “정가에 대한 사랑과 제자들을 아끼고 일일이 챙겨주시는 스승의 그 모습에 감동을 받게 되면서 정가 공부에 매진할 수 있게 되었다”면서 “선생님을 쫓아 선생님처럼만 하고 싶은게 꿈이지만,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 겸허한 모습으로 정진해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선수 보유자는 “대학시절, 판소리를 전공하던 최경래가 혼자 강의실에서 한문공부를 하는 모습이 예뻐 보였던 것이 어느덧 제자의 연을 맺어 오늘날까지 오게 되니 감회가 새롭다”면서 “이번 연주에서 기량을 마음껏 발휘해 멋진 무대를 보여주길 바라며, 당당한 정가인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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